16년 9월 27일 화요일 비

16년 9월 27일 화요일 비   “여보, 일어나요. 거름 실으러 간다매”벌써 몇 번째다. 그런데 멀리서 웅웅 거리는 소리로 들린다.재차 터지는 마누라의 짜증섞인 고함 소리에 겨우 눈을 떴는데 아직도 몽롱하다. ‘아차, 백제당에 거름 실으러 가야지’‘큰 일 났다. 혹시 아침 음주 단속은 하지는 않을까 ?’맨 정신을 찾으려고 샤워하고, 물을 잔뜩 들이켰다.비까지 내린다.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눈을 크게 떴지만 불안하다.‘이러다가 사고나면 신세 조진다’ 조심조심 운전하여 백제당에 도착하니 안도의 한숨이 다 나온다.1주일에 한 번, 한약 찌꺼기를 실으러 가는데 오늘도 한 차 가득이다.‘대전 사람들이 보약만 먹고 사나 ? 이 집이 대전에서 제일 잘 되는 모양이지’ 끙끙거리며 다 싣고 나니 술이 조금 깬다.흥화에 가서 전동드릴과 그라인더 날을 샀다.정산에서 20만원 달라던 보쉬 드릴이 15만원이란다. 5만원 아껴 기분이 좋다.집에 왔더니 이미 모든 식구들이 학교로 갔고, 나 혼자다.한 잠을 더 자고 싶었지만 저녁때까지 잘 것 같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밥을 먹었다. ‘앞으로는 술을 덜 먹어야 겠다’ 매번 결심을 하지만 허사다.‘어제 전화로 주문 받은 매실 엑기스를 배달하고 정산으로 가야겠다. 그 집이 총무님 댁 근처라고 했는데, 전화라도 해 볼까 ?’그 순간 전화밸 소리. 총무님 전화다. ‘허 참 별일이네’“나 지금 총무님 집 근처로 매실청 배달가요”‘현대라지에터라. 어 정말 옆집이네’배달을 끝내고 나오는데 총무님 전화다.“커피 한 잔 하고 가세요”“그러죠 술도 깰겸해서”황옥정 총무님 댁에 처음 가 본다.넓은 집과 커다란 창고가 있는데 구석구석이 놀랍도록 깨끗하고 정리가 깔끔하다. 총무님의 성격과 꼭 닮았다. 우리 집보다 백배는 깨끗하다.커피 한 잔을 맛있게 먹고 1분회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정말 듬직한 우리 총무님이다비가 쏟아지는 대전을 떠났는데 정산으로 갈수록 비가 그치고 구름만 잔뜩하다. 비가 올 때 할 일과 오지 않을 때 할 일이 다르다.비가 오면 비닐하우스 안에서 나무를 자르려고 했는데 밤줍기가 우선이다.밤을 주으러 나서는데 장모님이 따라 나서신다.“나도 같이 가서 주을께”“아녜요, 어머님 허리 아프셔서 안돼요”“괜찮아. 속도 안 좋다 매. 조금만 도와줄 게” 차에 먼저 올라 타신다.밤도 거의 끝 무렵이 된다.밤이 끝나기 전에 도와주고 싶으신가 보다.‘어머님 고맙습니다’전화가 왔다어제 맡기고 온 밤이 59만원을 받았단다.생각 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