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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에 지나네 형편이 너무 딱해서 십시일반으로 도울수 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곧바로 태국에서 고마운 분께서 10,000페소를 보내주셨습니다. 마중물입니다. 이곳에는 뽐뿌를 자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물 한 바가지를 넣고 저으면 이 물이 마중물이 되어 물을 퍼 올릴 수 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도움 주신 덕분에 지나네 가족 뿐만 아니라 몇 가족에게 조그만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베베모가 필리핀에 도착하기 전날인 4월 21일에 메트로 마닐라 북서쪽의 칼로오칸 시티의 산 판크라씨오 성당 근처의 빈민촌에 큰 불이 났습니다. 말라본 시티의 파라다이스 빌리지의 가난한 마을에서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려던 마음을 바꾸어 화재 이재민들 근처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이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베베모는 성당 마당에서 지내는 이재민들과 화재 현장과 또 다른 임시 거처를 방문하고, 가장 필요한 슬리퍼와 의류를 나눠드렸습니다. 그런 다음에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면서 성당 마당에서 지내는 이재민 아이들에게 빵과 음료를 나눠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친해졌습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의 가장 필요한 수리를 하자마자 6월 9일에 서둘러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성당 사무실에 의뢰해서 50명의 장학생과 50명의 무료급식 대상 아동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장학생 대상 아동들과 무료급식 대상 아동들의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장학대상과 무료급식 대상 아동들이 사는 집이 전부 화재가 났던 마을 아이들입니다. 방문해 보니 장학대상 아이들도 급식지원이 절실한 가정입니다. 그래서 장학대상 아동들도 급식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급식대상 아동들 가정에서 섭섭해 합니다. 그래서 급식대상 아동들도 장학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50명, 50명이 각각 100명이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 산 판크라시오 성당 옆의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의 급식 대상 아동을 50명으로 해서 시작하려던 계획과 준비가 100명으로 바뀌면서 필요한 그릇과 수저 그리고 모든 것이 모자라서 급히 더 보충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곳 가난한 가정에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지나네 가정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지나네 아빠 죠지는 35세입니다. 자녀가 일곱입니다. 지나가 막내 딸입니다. 둘째딸인 질리안이 민들레 장학생입니다. 밑에 동생이 여럿이 있습니다. 질리안이 돌봐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리안이 민들레국수집에 올 때면 바로 밑의 남동생이 누나 따라 오려고 웁니다. 할 수 없이 질리안이 어린 남동생을 데리고 옵니다. 그런데 누나에게만 밥을 주고 어린 아이에게는 누나가 밥 먹는 동안 그냥 기다리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데리고 온 동생들에게도 식사 제공을 하게되었습니다. 3세에서 5세 사이의 꼬마들이 40여명이나 됩니다. 그래서 급식 인원이 또 이렇게 늘어나 버렸습니다.
칼로오칸 까리따스에서 쌀을 지원해주게다고 해서 감사히 받았습니다. 그런데 처음 신청했던 50명 분 뿐입니다. 그리고 지켜야 할 사항이 있었습니다. 급식을 시작하기 전에 아동들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하루 일인당 쌀 60그람을 줍니다. 그리고 아동들의 매달 몸무게를 재어 보고를 해야 합니다. 아동의 몸무게가 20킬로그람이 넘으면 급식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가난한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데 한끼당 쌀 60그람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말라본의 똔소야 천막 급식을 시작하고, 파라다이스 빌리지 채플에서 급식을 시작하고, 나보타스 산 로꿰 성당 급식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하루 얼마의 쌀이 필요한지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이구동성으로 100그람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밥을 대접하면서 봤습니다. 100그람도 모자랍니다. 밥을 서너 번 더 먹습니다. 밥으로 배를 채우려는 것 같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반찬이라곤 한 가지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집에서 그렇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에서 만큼은 두세 가지 반찬에 밥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까리따스에 아이 한 명당 쌀을 100그람씩 지원해달라고 했더니 난색을 표합니다. 그러면서 매일 아이들 몸무게를 재고 키를 재고 해서 한 달을 조사한 다음에 그 결과를 보고 100그람으로 늘일지 말지 고려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쌀 지원을 까리따스로부터 받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했더니 몇몇 분들이 걱정이 되어서 쌀을 조금씩 도와주시겠다는 분들이 나타났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처음에 성당 마당에 화재 이재민 일부인 178가구 780여 명의 이재민이 지냈습니다.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가 6월초에는 10가구 정도 남았습니다. 화재 이재민 긴급지원 예산도 바닥이 나서 식사와 기타 제공되던 모든 것이 끊겼습니다. 7가구 정도 남았는데 며칠을 지켜봐도 변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은 이재민들 중에 가족이 많은 지나네를 눈여겨 봤습니다. 지나는 겨우 생후 3개월 아기입니다. 지나 아빠인 죠지는 거리에서 장난감 장수로 일합니다. 하루 3-4백 페소를 법니다. 틈틈이 불났던 집에서 다시 살아보려고 집을 고칩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재료를 구할 길이 없습니다. 30,000페소 정도만 있다면 고쳐서 살아볼 수 있다는데... 말 끝을 흐립니다. 그래서 조금씩 도와드렸습니다. 지나네 가족들의 얼굴이 점점 행복해졌습니다. 지나네가 고쳐진 집으로 들어가고 성당 마당에는 다섯 가구가 남았습니다. 한 가구는 성당 옆 지붕 있는 곳으로 옮겼길래 네 집만 도와주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한 가구도 대략난감인 상황입니다.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도움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지나네를 도와주고도 몇 집을 더 도와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죠슬린 할머니네 집은 일곱 가족이고 죠슬린 할머니 아들이 재래시장에서 짐꾼으로 일해 먹고 삽니다. 집이라곤 각목으로 형태만 만들었습니다. 지붕과 바닥과 벽이 될 재료를 사야만 합니다. 우선 16,000페소로 필요한 재료를 사왔습니다. 진행상황을 보면서 모자라는 부분을 좀 더 도우면 될 것입니다.
글로리아 씨(54세)는 재봉틀로 걸레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하루 온종일 일하면 2-3백 페소 번답니다. 남편은 아프고 세부에 산답니다. 가족 일부가 이곳에서 살면서 돈 벌어 남편 치료비와 생활비를 보내고 살곤 했는데 불이 나버렸습니다. 불난 집에 지붕이라도 덮으면 좋겠답니다. 그래서 10,000 페소어치의 재료를 샀습니다. 앞으로 10,000페소 정도 더 들면 될 것입니다.
나머지 세 가족은 불이 났을 때도 월세로 살았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얻어야하는데 사는 것이 기가 막힙니다.
마누엘라는 27세입니다. 남편은 29살입니다. 알루까드가 9살인데 장남입니다. 그리고 간난아기까지 자녀가 일곱입니다. 남편은 나보타스에서 생선을 사다가 지고 다니면서 집집마다 파는 생선장수입니다.
올란도네 가족도 기가 막힙니다. 올란도는 40세의 두부장수입니다. 어깨에 순두부를 담은 통을 매고 다니면서 팝니다. 하루 2-3백 페소를 법니다. 딸이 둘이 있는데 세상에 배가 둘다 부릅니다. 곧 아기 낳게 생겼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일곱식구입니다.
죠비타(50) 씨는 할머니처럼 보입니다. 남편은 아파 누워있고 딸이 손자 데리고 와서 같이 있고... 방을 빌려줘도 계속 방세내고 살 형편이 안 됩니다. 한달에 겨우 500에서 1,000페소 수입뿐인데....
생선장수와 두부장수 하는 가족에게는 장사 밑천 3,000패소씩 빌려주었습니다. 이자없이 매주마다 300페소씩 상환하고, 처음 4주간 300페소씩 1,200페소를 상환하면 800페소를 더 보태서 방세를 내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방을 빌려 드렸습니다. 거의 움막같은 방입니다. 한 달치는 보증금으로 한 달치는 선불로 합쳐서 4,000페소씩 집 주인에게 드렸습니다.
죠비타 씨는 한 달치 보증금과 한 달치 선불로 2,000페소를 집 주인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 죠비타씨에게 매일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마당 청소하고 허드레 일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계속 집세를 내고 살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세 가족에게는 몇 달은 월세 지원을 해 줘야 겨우 살아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기대하지 않게 더 도와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사 들어가는 세 가족에게 쌀 25킬로그람 한 포씩 선물로 드렸습니다.
오늘 집을 구하고 계약하느라 동네를 헤매고 있는데 할머니가 소리쳐 부릅니다. 지붕을 덮어쒸운 비닐을 보여주면서 지붕이 없답니다. 울면서 하소연을 합니다. 세상에...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는데 비닐은 곧 터질 것 같고... 가슴만 미어집니다. 어떻게 도와줄 길이 없을까요? 하느님.
제 9호 태풍 람마순 영향으로 어제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았습니다.
밤중에 걱정이 되어 몇 번 깨어났지만 그냥 비 오는 정도였습니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세차게 바람이 불더니 우지끈 쾅 하면서 큰 나무 가지가 부러져 지붕에 떨어졌습니다. 망고나무가 부러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제일 큰 나무였습니다.
어제는 놀랍고도 신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똔소야의 우리 아이들 50명에게 치킨과 콜라 맛보게 하려면 약 12만 원정도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아이들이 전부 몇 명인지 물어봅니다. 260-300명이라 했습니다. 놀랍게도 어제 우리 아이들 300명과 귐바 데이케어센타 아이들까지도 대접할 수 있는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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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가슴 따뜻해지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책에선 배울수 없었던 가난한 이웃사랑을 서영남대표님
온몸으로 실천하는 삶으로 가르침을 주신것에 대해 너무 감사합니다.
모두가 힘들게 사는 요즘입니다.
물가도 오르고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가난한 사람은 살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이런 현실에서도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민들레수사님의 희망을 퍼주는 이야기는 저 자신뿐 아니라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라고 초대합니다.
우리의 나눔을 기다리는 필리핀 힘든 아이들에게 나눔으로 사랑으로 응답하는 민들레수사님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아름답네요.
항상 그자리!!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보고 싶은 요즘, 두 천사분을 만나서 제가 행복해졌습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의 행보를 보면서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욕심많은 세상에 기꺼이 선의 마중물이 되어주는 사람들 민들레식구들이 있어서 세상이 참 살맛 납니다. 민들레 화이팅!
자연재해의 위대함에 또 한번 고개를 숙이게 되네요.
참 안타까운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데, 그걸 100%막을 방법이 없으니...
필리핀 민들레 국수집에도 아이들에게도 민들레 수사님에게도 맑은날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고프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작은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민들레 수사님! 베로니카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