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4-25일에 강릉문화원에서
한국민요학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이윤선 선생님의 "닻배노래의 공연화화에 따른 변화양상"이란
논문에 대해 논평을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발표이므로 관심을 모은다.
토론문을 아래에 소개한다.
“닻배노래의 공연화에 따른 변화양상”에 대한 토론문
이경엽(목포대 어문학부)
닻배노래는 진도(조도) 어민들이 칠산어장, 안마도어장 등에 진출하여 조업을 하면서 전승해온 민요다. 조기잡이와 관련된 서해안의 대표적 민요이자 진도의 주요 문화자원이라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주목받아 왔다. 이윤선 선생께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오늘 발표는 더욱 관심을 끈다.
상당수의 민요가 본래의 현장을 상실하고 있다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공연화 문제에 대한 접근은 의미 있고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문화콘텐츠화를 위한 다양하고 본격적인 연구가 강조되고 있는데, 오늘 발표도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필요하고 의미 있는 연구라는 생각이 들지만 논평자의 입장에서 볼 때 토론거리 역시 적지 않으므로 몇 가지 질의하고자 한다.
1. 전체 논지가 뚜렷하게 부각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논문 구성과 내용이 잡다한 편이어서(발표문의 분량이 길어서이겠지만) ‘공연화 문제’에 대한 논지가 명쾌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2장을 ‘현장론적 전통(?)’, 3장을 ‘공연화와 노래의 구성’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본래의 연행현장과 맥락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하고 이것이 공연화 과정에서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말하고자 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논의에서는 (2장에서) 어로현장의 재구가 어렵다고 하고서 자료집들을 개괄하고 해설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본래 현장에 대한 논의는 논문 곳곳에 흩어져 있고, 결론 부분에 오히려 중요한 얘기가 있어 의도한 주제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3장에서는 공연화와 관련된 닻배노래의 구성 문제를 다루었고, 4장 결론에서는 그 구성안의 맥락을 추적하고 있다. 4장의 제목을 따로 부여하고 논리 전개를 추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발표의 요점은, ‘공연화되어 전승되고 있는 현행 닻배노래는 ①본래의 교섭과정을 거친 것과 ②공연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①의 경우 공연화와 별개의 사항이어서 ①과 ②를 어떻게 연관지어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 문제가 주제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주제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각주3을 보면 “본고에서 공연화된 형태나 현장론적 형태의 가부 혹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변화 여부만을 파악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연화 과정에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논의가 필요한지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고 민요의 활용 및 재창조 등과 연관지어 문제를 발전시켜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문화제나 무형문화재 지정 등과 관련되어 민속문화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은, 학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논의에 속한다. 본래의 현장을 상실한 민속의 경우 공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므로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진도의 경우, 지춘상 교수, 박병천 선생 등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으므로 텍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논증과정을 거쳐 논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2. 닻배노래의 본래 연행현장(어로현장)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분명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발표자의 언급에서와 같이 닻배는 이미 전승이 단절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이 발표 결론 부분에서 <그물올리는소리>와 <노젓는소리>가 서로 넘나들 수 있음을 밝힌 것과 같이 고기잡이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기잡이 민요는 망어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어로 방식에 따라 노래 구성에서 약간 차이를 보이므로 분별할 필요가 있다. 발표문의 결론에서, 풀지 못한 의문 사항으로 지적한 것도 조업의 형태와 연관된 것이다. 논평자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통해 이 문제를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발표문에서 애매하게 설명한 부분들도 지금의 논의를 염두에 두고 새롭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발표문에서 말하는 안강망은 두 가지가 구분될 필요가 있다. 하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수용된 ‘중선배 안강망’이고, 다른 하나는 1970년대 이후 일반화된 기계화된 안강망이다. 후자는 민요 전승과 별 관계가 없다. 그러나 전자는 서해안 조기잡이의 대표적인 어법으로 자리잡았으므로 어로요 및 풍어굿의 전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해안의 각종 어로요와 충남 태안의 황도 풍어굿, 전북 위도의 원당제(띠뱃놀이) 등은 중선배 안강망이라는 물적 기반과 상관성이 있다.
서해안 어로요와 관련된 망어업은 중선망, 중선배 안강망, 정선망(닻배), 주목망 등이다. 발표문에서 애매하다고 여기고 있는 유자망(투망), 안강망(기계화된)은 어로요 전승과 상관성이 별로 없다. 어로 방식과 어로요 구성은 일정한 상관성이 있다. 조기잡이노래의 기본 절차는 ①놋소리 ②그물당기는 소리 ③고기푸는 소리 ④배치기소리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기본 구성으로 삼아 어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차이와 특징을 살펴보면 그 개성이 드러난다. 중선망․안강망에서는 ②, 정선망에서는 ③, 주목망에서는 ④에 해당하는 노래가 없거나 두드러지지 않는다. 어로방식의 차이에 따라 노래 구성에서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닻배노래의 경우 닻그물의 특성상 그물 이동과 그물 내리고 올리는 과정(이 작업을 노를 저으며 해야 하므로 이때의 노젓기가 중요하다.)이 강조되는데, 이와 관련된 노래가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배가 떠나기 전 그물을 싣거나, 배에서 그물을 내리면서, 그리고 어장에서 그물을 당기며 부른다는 <술비소리>는 닻배 어로의 특징적인 작업 과정을 담고 있다.
3. 닻배노래의 성격 규정이 애매해 보인다. 서론에서 닻배노래의 성격을 추론하면서 “닻배노래가 실무적 기능보다는 정서 표출적 기능이나 놀이적 기능이 더 많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결론을 보면, “닻배노래의 실무적 기능이 약해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모순되는 설명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유동 기능의 현상을 두고서 ‘실무적’ 또는 ‘정서 표출적’ 등의 문제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논의의 층위를 달리 해야 한다고 본다. 민요에서 보이는 유동 기능 현상은 어느 정도 일반적인 것이다. 어떤 곡목이 닻배 어로와 특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실무적 기능’이 약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4. 마지막으로 기타 사항들이다.
음악적 측면에 관심이 많다고 하면서도, 실제 논의에서는 음악적 분석을 크게 강조하고 있지 않다. <지화자소리>와 <허와요소리>의 관계 등은 악보를 제시하고 설명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장론적 전통’, ‘현장론적 연행’ 등의 표현이 어색하고, 또한 여기에서 사용되는 ‘현장론적’이라는 말이 애매해 보인다. 이 말들이 성립되는지 의문이다. 본문에서 ‘공연화된 형태’와 ‘현장론적 형태’를 상반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장론적’ 이라는 말이 본래의 현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적절한 표현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