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샘의 시창작강의 (22)강 :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B)

[맑은샘]

맑은샘의 시창작강의 (22)강 :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B) 

Empson's Milton's God is often described as a sustained attack on Christianity and defence of Milton's attempt to 'justify God's ways to man' in Paradise Lost. Empson argues that precisely the inconsistencies and complexities adduced by critics as evidence of the poem's badness, in fact, function in quite the opposite manner: what the poem brings out is the difficulty faced by anyone in encountering and submitting to the will of God and, indeed, the great clash between the authority of such a deity and the determinate desires and needs of human beings.

...the poem is not good in spite of but especially because of its moral confusions, which ought to be clear in your mind when you are feeling its power. I think it horrible and wonderful; I regard it as like Aztec or Benin sculpture, or to come nearer home the novels of Kafka, and am rather suspicious of any critic who claims not to feel anything so obvious. (Milton's God (1965), p. 13)

Empson claims that it is precisely Milton's great sensitivity and faithfulness to the Scriptures, in spite of their apparent madness, that generates such a controversial picture of God: thus Empson reckons that it requires a mind of astonishing integrity to, in the words of Blake, be of the Devil's party without knowing it.

[Milton] is struggling to make his God appear less wicked, as he tells us he will at the start (l. 25), and does succeed in making him noticeably less wicked than the traditional Christian one; though, after all, owing to his loyalty to the sacred text and the penetration with which he make its story real to us, his modern critics still feel, in a puzzled way, that there is something badly wrong about it all. That this searching goes on in Paradise Lost, I submit, is the chief source of its fascination and poignancy... (Milton's God (1965), p. 11)

The tendency in surveys of Empson's achievement in Milton's God is, depending on one's politics, to marvel or bristle at the audacious perversity of his central thesis—though something of the same perversity was tidied-up and reinterpreted in Stanley Fish's much lauded work on Milton (e.g., Surprised by Sin). This eclipses some of Empson's insights and his intelligence, humanity and humour in reading the poem, and ignores the significance of the work as one of the few efforts to immunize the aesthetic achievements of the poem from its theological or more widely religious achievements (see also the work of Balachandra Rajan).

Although perhaps not as influential in academic circles as, for example, Fish's work, Milton's God remains of great significance to any critically minded reader of Paradise Lost as a presentation of some reasons for the centrality of the work in the English literary canon. Empson portrays the work as the product of a poet of astonishingly powerful and imaginative sensibilities and great intellect who had invested much of himself in the poem. Despite its lack of influence, certain critics view Milton's God as by far the best (that is to say, the most valuable) sustained work of criticism on the poem by a 20th-century critic. Harold Bloom includes it as one of the few critical works worthy of canonical status in his The Western Canon (and the only critical work focusing solely on a single piece of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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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공부는 문예창작, 문학이론, 문학사등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시인이나 작가 즉, 문예창작을 맡은 사람은 보다 낳은 창작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아니 더 심층적으로 각 문학이론과 각 문학사는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물며 만드는 부분이 그럴진대 이를 분석하고 해설해서 독자에게 알려주는 평론가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필자는 시인과 평론가의 입장이 때로는 충돌,시비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필자는 좋은 시인, 훌륭한 시인일수록 평론가 이상으로 공부해야 하고 훌륭한 평론가일수록 그 시인의 창작에 대해서 다양하고 심층적인 내용을 정확하고 쉽게 독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게 훌륭하고 위대한 거장(巨匠) 시인들은 자기 예술 정신세계뿐만 아니라 심오한 평론적 역량도 갖춘 예술가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마치 시인은 작곡가, 연주자이고 평론가는 해설자인 관계와 비슷하다. 

어느날 한참 필자가 시를 쓰고 있는데 어느 젊은 영문학을 전공하는 젊은이가 찾아와서 당신이 시인이라면서 국문,영문,독문,불문학을 전공했느냐? 하며 필자를 넌지시 떠 본적이 있었다. 물론 필자는 예전 대학시절 문예창작이나 문학전공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친구는 약 반나절 동안 필자와 시창작과 문학이야기를 하고서는 필자가 두드려 주는 사랑과 격려의 어깨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푹 수그리며 죄송하다고 간 적이 있는데 이유는 필자는 예전 문학전공자는 아니었지만 언론인을 하면서 10여년 동안 시간만 나면 불문,독문,영문,국문, 그리고 시 창작에 있어 끊임없이 좀 진지하고 즐겁게 공부해 오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시해설과 영문학만 가지고 새로운 글로벌 한국문학이 되겠는가? ^*^ 게다가 문예이론을 넘어 새로운 문학을 위한 사회과학 통합사상사를 쓰며 졸시지만 창작을 하고 있으니 그 젊은 친구는 자기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나의 의견과 강의를 더 듣고 입을 벌리며 멍하니 전공자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좀 놀랜듯 하다. 노력하는 진실은 어디로 달아나지 않는다. 해외에는 비교문학이란 전공도 있다. ^*^ 젊은 습작생들이여 ! 지금 비록 그대들이 미력할지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 글로벌 대한의 격조높은 문예부흥시대는 반드시 온다...하나하나 끊임없이 즐겁게 하는 노력은 반드시 무엇을 이룰 것이다 ! 준비하는자 만이 그 크고 달콤한 꿀을 맛보리라 !

필자는 인류학과 사회학,경제학,법학을 공부하였던 그러나 지금도 계속 영문,불문,독문,국문 어느 문예이론도 자유롭고 즐겁게 넘나들며 공부하고 있는 시인이며 창작자이다. 시간만 나면 오죽 책읽고 글쓰는 것이 좋아 전원지구로까지 이사왔겠는가?  자,이 코너는 시 창작을 위한 강의이니 강의에 집중하자 ! 필자는 이번 강의와 여러분들을 위해서 내가 공부했던 모든 문예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이 강의 에세이를 쓰다보면 문학분야의 박사논문, 무슨 전문 문예에세이, 평론들도 필자는 여러가지 많이 참고하는데 그 핵심 액기스를 되도록 여러분과 일반 독자들이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미력하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글도 어려운 것을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렵기도 하다. 자,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시의 언어가 가지는 특징 중 암시성부터 공부해 보시자 ! 

3. 언어의 암시성

시에 쓰이는 언어에서 암시는 의미하는 것을 직접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감추어서 넌지시 보여주는 것이다. 앞강에서 언어가 지닌 함축성을 살펴보아서 알 수 있듯이 언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은 직접 말뜻에 드러나 있지 않고 안으로 숨어 있다. 따라서 시의 언어들은 암시성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으며, 시의 표현 장치인 비유,상징,역설,아니러니,알레고리 등도 암시성을 깔고 있다. 독자들은 흔히 암시성이 강한 시들을 어려워 하기도 한다. 마치 힘든 수수께끼를 앞두고 끙끙거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숨겨진 의미 파악에 골몰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말뜻이 명쾌하게 드러나는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일상어의 쓰임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는 독자의 상상력을 요구하고 시인들과 함께 새로운 의미 탄생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시인이 한부분만을 보여줌으로써 전체를 상상하게 만들고, 의미들에 대해서 공감하게 하며, 더 나아가서는 독자의 주체적인 미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아주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옛날 중국에서 한 스승이 세명의 제자를 두고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몇년동안 그림을 열심히 배운 제자들을 두고서 그들의 실력과 예술적인 재능을 살펴보기 위해서 스승은 "심산에 숨은 절"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 첫번째 제자는 종이의 한가운데, 절의 전체적인 모습을 번듯하게 들어 앉히고 그 주위 둘레는 기암절벽으로 높게 드리운 산의 경치를 그렸다. 두 번째 제자는 절의 한쪽 부분만 보이게 하고 주위에는 기복을 이루고 있는 푸른 산봉우리들이 서로 덮혀 있는 모습을 그려 놓았다. 세번째 제자는 산길 사이에 나있는 돌층계 몇개, 그리고 그 앞을 흐르고 있는 계곡에서 물을 긷고 있는 스님의 모습을 그렸다. 스승은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그림을 평하였는데 모두가 세번째 제자의 것이 훌륭한 그림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승이 그 까닭을 각자에게 묻자 첫번째 제자는 경물도 있고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림이 좋다고 했다. 두 번째 제자는 스님의 모습이 있으니까 가까운 곳에 절이 있음을 말해 주기 때문이며 또한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게 좋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렸던 제자는 자기의 그림이 잘된 까닭은 '숨기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승도 이 제자의 말에 동감하면서 옛 사람이 말한바, "경물을 숨기면 경계가 더 커지고 경물을 드러내면 경계가 작아진다"는 이야기를 빗대어 세 번째 제자의 그림이 훌륭함을 설명했다. 그 그림은 멀고 가까운 곳에 보이는 산의 모습도 없을 뿐더러 깊숙하게 들어앉은 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산길 사이에 그려져 있는 몇개의 돌층계와 계곡의 산의 축도이고 계곡에서 물을 긷는 스님의 모습은 절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경물을 숨김으로써 그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래도록 곡절과 사연들을 음미하고 상상의 날개를 펴 볼 수 있는 경계를 넓혀  준 것이다. 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의 언어가 지닌 암시성에 의해서 눈에 보이는 세계(경물)저편에 있는 정신적인 세계, 불가시의 세계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김수영, <눈>전문 ---

필자가 초기 시작(詩作)공부를 할 때 지금은 좀 유치하지만 매우 매우 좋아했던 김수영 시인의 "눈"이다. 우리 협회의 대한민국 수묵화 그림의 최고장인(匠人), 세계적인 화가이신 "남재 임기욱 화백"님께서 늘 즐겨 그리시는 "눈"그림이 생각 나기도 한다. 자 위 시는 시의 언어에 있어 '암시성'을 설명하기에 딱 좋은 시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가장 암시성을 띠고 있는 시어는 눈과 기침(가래)이다. 시인은 생명을 지니지 않은 무정물인 '눈'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그 사실을 거듭 확인,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눈'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시인이 말하고 싶은 어떤 의미를 숨기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갖는 '눈'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그 새하얀 빛깔에서 오는 순결함, 순수함, 결백함, 깨끗함 등이다. 필자의 등단시 "겨울숲길"도 이를 지극히 환상적으로 그려 본 순수 서정시 아니던가? 자 김수영 시인의 "눈"으로 돌아와서 이런 눈의 깨끗한 이미지들을 시인의 내면세계나 정신적인 것과 연결시켜 보면 눈은 시인이 추구하는 정신적인 순결, 순수 등을 암시하는 것일수도 있으며 어둡고 혼탁한 시대에 그것과 대결하는 시인의 양심, 정의, 진실 등을 암시하는 것으로 파악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눈--순결, 순수, 진실, 정의, 양심--을 향해서 시인은 '기침을 하자'는 말을 자신을 포함한 '젊은 시인'에게 거듭 권유하고 있음을 볼 때 이 '기침'의 의미 또한 예사롭지 않다.

기침은 생리적으로 몸 속에서 터져나오는 현상이며 참기 어려운 것이다. 또 그것을 숨길 수도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밖으로 표출해야 할 성질을 갖고 있다. 더구나 기침과 같은 의미로 파악될 수 있는 '가래'는 어떤 병적인 것이며, 괴로움이며, 탁하고 불결한 것이므로 역시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시인의 괴로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침과 가래는 '눈'으로 표상되고 있는 시인의 순수함, 순결함, 진실함, 정직과 양심을 더럽히고 타락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마음놓고 드러내지 못했던 가슴속 '응어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인은 기침을 하는 행위(실천)으로써 자신의 순결한 영혼과 육체를 되찾고 또 그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추악함과 불의를 말끔히 씻어 내고 싶은 열망을 직접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눈'과 '기침'은 그 속에 시인이 말하고 싶은 것들을 숨기고 있는 암시성 때문에 독자들한테 자기 나름대로 의미의 세계를 만들게 하고 아울러 시의 세계 또한 언제나 새롭고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다.

4. 언어의 애매성

시의 언어가 지닌 애매성은 언어가 가지는 복잡한 의미를 가리키는 말로서, 이것은 문맥의 불확실한 구조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시어의 함축성 내지 암시성과 이로 인해서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다의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 애매성의 어원을 살펴보면 '두 길로 몰고 간다'는 의미가 있는데 이는 지시하는 대상에 정확성을 요구하는 일상어의 쓰임과는 달리 시어는 풍부한 의미와 정서를 환기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어가 갖고 있는 애매성은 오히려 이러한 효과를 거두는데 한몫을 하는 셈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문학 이론가인 '윌리엄 엠프슨'은 이 애매성이 시에서 새롭고도 풍부한 의미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일곱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시어(詩語)의 또 다른 특성으로 우리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그 뜻의 테두리가 몽롱하다는 점이다.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시의 언

어는 관련대상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것에 그 목적을 두지 않는다. 또한 그것은 정서적 용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그

의미내용이 파악되지 않는 언어다. 이런 속성은 이미 시의 언어가 명쾌하게 뜻을 파악케 하지 않는 경우임을 암시해 준다. 엠프스

이전에는 시어의 애매성은 극복되어야 할 과제로 생각되고 있었다. 그런데 엠프슨은 거기에 반대하면서, 애매성이야말로 시의 특

성이며 중요한 자산이라고 들고 나섰던 것이다. 

엠프슨에 따르면, 〈애매성(曖昧性, ambiguity)〉개념은 언어의 뉘앙스에 관계되는 문제다. 그는 그것을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

라도 어떤 일정한 언어표현에 따른 반응을 허용하는 언어의 뉘앙스"라고 정의한 바 있다. 물론 시가 쓰는 표현매체도 일상 우리가

 쓰는 말의 속성을 토대로 한다. 그런데 말과 그 전개 형태인 문장에서 내용과 형식의 관계는 본래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자의적

(恣意的)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문장론상으로 우연성이 발생할 소지(素地)가 생긴다 그리하여 구문론상으로 보면, 한

 문장에서 두 가지 이상의 의미파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즉, 언어학자들이 말하는  바  하나의 〈표면적 구조(surface

structure)〉에서 두 가지 이상의 〈심층 구조(deep structure)〉가 포함될 가능성이 여기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한편, 시는 일반

산문과 달라서 항상 함축적 의미를 더 많이 지니고자 한다. 시의 언어가 애매해지는 까닭은 이미 여기에서 예견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엠프슨이 포착해서 밝혀나간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언어의 진실이며 동시에 시의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엠프슨의 시어의

 애매성에 관한 일곱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의 단어나 문장이 동시에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

둘째, 두개 이상의 의미가 시인이 의도한 하나의 의미로 나타나는 경우,

셋째, 두 개념이 문맥상 동시에 양쪽에 관계되어서 하나로 나타나는 경우,

넷째, 둘 이상의 의미가 서로 모순되게 결합하면서 시인의 복잡한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경우,

다섯째, 일종의 직유로서 직유의 두 관념은 서로 어울리지 않으나, 시인의 시작 과정중 한 관념에서 다른 관념으로 옮겨감을,

            즉 불명료한 것에서 명료한 것으로 나타나 있음을 암시하는 경우,

여섯째, 하나의 표현이 모순되거나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을 경우에 독자가 그 시 속에 개입하여 자기 스스로 해석해야 할 경우,

일곱째, 하나의 표현이 근본적으로 모순되어 시인의 마음 속에 분열을 일으키고 있음을 암시하는 경우 등이다.

이와같은 경우 발생하는 애매성을 간혹 난해성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해성은 시의 언어들이나 문장이 지닌 의미들을

판별하기 어렵거나 못하는 경우에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애매성은 시어가 지닌 복합적이고도 풍부한 의미를 의식했음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시어의 애매성은 어던 단순함에 구속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의미들을 확산시키면서 시 세계를 더욱 깊고

넓게 만드는 역활을 하는 것이다. 

엠프슨은 20세기 영국 문학비평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합리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로 유명했다. 윈체스터 칼리지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모들린 칼리지에서 수학 및 영문학 학위를 받았는데, 영문학은 I. A. 리처즈에게서 배웠다. 그가 처음으로 시를 출판한 것은 이 시기였고〈시집 Poems〉(1935)에 실린 시 몇 편도 학부에 다닐 때 쓴 것으로, 여기에서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은유적으로 인용하여 인간의 운명을 대체로 비관적으로 반영했다. 그의 시는 존 던의 영향을 크게 받아 개인적·정치적 관심사는 반영하지 않았으나 1930년대에는 정치에 깊이 관여했다. 또한 주석이 있어도 생략법을 사용한 까닭에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애매성의 7가지 형태 Seven Types of Ambiguity〉(1930, 개정판 1953)는 20세기 전반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비평서로서 근본적으로 시 본문을 철저히 검토한 작품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특별히 문학에 기여한 점은 의미가 불확실하거나 중복된 단어를 쓰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오히려 시를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과 이 책에서 그 보기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비평'이라는 영향력있는 비평학파가 생겨날 수 있게 한 기반을 마련했다.

엠프슨은 〈전원문학의 몇 가지 형태 Some Versions of Pastoral〉(1935)에서 그의 비평 방법을 좀 더 긴 시에 적용했으며,〈복잡한 단어의 구조 The Structure of Complex Words〉(1951)에서 그 방법을 더욱 갈고 다듬었다. 주로 시는 인지적 의미와 음색적 의미가 애매하고 복잡할 때 정서적 효과를 얻는다는 관점이 그의 언어 분석의 토대였다. 1931~34년 도쿄대학[東京大學]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뒤이어 중국 베이징대학교[北京大學校]의 영어교수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중에는 영국 방송협회(BBC)에서 중국어 편집자로 일했으며, 1947년 베이징대학교에 복직해 1952년까지 가르쳤다. 1953년부터는 셰필드대학교의 영문학교수를 지냈으며, 1971년 명예교수가 되었고, 1979년 기사작위를 받았다.

말년에 쓴 비평서로는 책으로 엮어지지 않은 채 흩어져 있는 많은 평론과 〈밀턴의 하느님 Milton's God〉(1961)이 있다.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던 그는 1950년대의 젊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시집〉·〈몰려오는 폭풍우 The Gathering Storm〉(1940)·<시선집 Collected Poems〉(1955) 등의 시집이 있다. 그의 시는 천체물리학과 수학 및 그밖의 과학에서 끌어낸 주제를 이용한 기발한 착상이 특징이다. 엠프슨의 저서에 대한 비평서로는 로마 길이 편집한 〈윌리엄 엠프슨 William Empson：The Man and His Work〉(1974)이 있다. 엠프슨과 그의 이론은 고려대 영문학 명예교수이셨던 '김종길'시인님에 의해서 국내 소개된 이후 좀 발표와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래 전과 달리, 지금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으로 영국 문예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 세상인가?  이글을 읽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 필자는 요즈음 이를 설명하기 위한 엠프슨 이론 베끼기 시들 보다 좀 오래되었더라도 이를 보다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누구나 잘 아는 황진이의 시조와 김소월 시인의 명시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어져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다냐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구타야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황진이의 시조는 그 휘돌아 감기는 듯 다시 퍼지는 가락이 특징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물론 음성구조 내지 운율의 범주에 속하는 문제다. 그러나 의미구조에 독립된 리듬은 없다. 그렇다면 이 시조의 우수성은 의미 맥락의 구조를 통해서도 설명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우리가 제일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이 이 작품 중장(中章) 마지막에 나오는 〈제구타야〉이다. 이 말은 일단 앞의 말인 〈가랴마는〉과 자리가 바뀌어진 도치형(倒置形)이다. 그러니까 이 말의 주체는 여기서 화자가 보내고 그리는 님, 곧 이 작품의 한 등장인물인 상대방이다. 그러나 다음 종장(終章)을 읽어보면 이 말의 기능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는 다시 〈제구타야〉가 님을 보내고 그리는 나 자신, 곧 〈보내고 그리는 정〉을 지닌 나에게도 걸린다. 그러니까 이것은 한 단어나 문장이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작용하거나 효과를 미치다는 점에서 엠프슨이 말한 애매성의 첫째 경우에 해당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제구타야〉는 초장, 중장의 의미맥락상 한 역점이 되는 동시에 그 영향이 종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것으로 우리는 황진이의 시조가 갖는 우수성을 엠프슨의 애매성 이론에 기대어 의미 면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山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山에서

사노라네

山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산유화> 전문 ----

위 시 제2연의 4행에서 보이고 있는 '저만치'라는 시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엠프슨이 이야기한 애매성의 7가지 유형 중에서 그 첫번째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저만치'를 거리라는 개념을 갖고 본다면 '저기'나 '저쪽'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 뒤에 나오는 시어인 '혼자서'와 연결시켜 보게 되면 '외로움'을 환기시키거나 다른 사물 특히 인간과의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꽃이 피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저렇게'라든지 어떤 정황으로 여길 수 있는 '저와 같은'등의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저만치'라는 시어는 그 의미 파악이 여러가지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시의 세계가 애매하거나 불투명하기는 커녕 오히려 시 세계의 풍부함은 물론 시적 깊이와 감동을 더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연의 "갈 봄 여름 없이"에서 '갈'이라는 시어도 그렇다. 흔히들 '갈'을 '가을'의 줄임말로만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계절의 순환원리인 '봄-여름-가을-겨울'의 순리에 어긋난다. 그래서 이 '갈'을 '간다'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는 봄 여름 없이" 그러니까 계절이야 가든말든 상관없이 초연한 자세로 홀로 존재하는 꽃의 의미를 음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안전벨트를 묶고 있어서인가

뼈가 펴지지 않는다.

이 몸은 나의 몸이 아니다.

안전벨트의 안전 속에

구속당한 몸.

안전의 골방 속에 너무 깊이 묶여 있으면

안전의 골병이 생긴다.

어떤 격랑 속에서도 안전벨트를 묶고 앉아 있는

오너드라이버. 그가 묶은 것은 무엇이고

그에게 묶인 것은 무엇인가?                       ----김승희, <안전벨트를 맨 사람>전문 ----

위 시가 지닌 애매성은 엠프슨이 이야기한 네번째 유형의 보기로서 둘 이상의 의미가 서로 모순되게 결합하면서 시인의 복잡한 정신상태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전'은 그야말로 위험하지 않은 것이며, 아무런 위험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골병'이란 속으로 깊이 들어서 좀처럼 고치기 어렵게 된 병이다. 따라서 '안전'과 '골병'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없는 배타적인 성질의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안전과 골병'이라는 서로 의미가 모순되는 어휘들을 결합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안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만든다. 즉, 자동화된 습관에 의해서 그냥 무심하게 받아들였던 '안전'에 대한 인식이나 의미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과는 달리 여러 방향으로 새롭게 그것의 참모습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골병'역시 마찬가지다. 독자의 주관적 인식에 따라서 여러 의미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함축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엠프슨이 애매성의 네 번째 유형 속에서 언급한 '시인의 복잡한 정신'이 갖는 의미는 세계에 대한 단일하고 단순한 인식에서 벗어나서 더 넓고 깊게 보길 원하는, 혹은 겉에 드러난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인의 복합적이고도 성숙한 정신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위의 시 두편을 살펴 보았듯 시의 언어가 갖는 애매성은 시인이 언어를 정확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시의 의미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며 풍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애매성은 때로는 독자들이 시를 느끼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도 주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적 해석과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시의 언어가 갖는 특징인 것이다.

울게 하소서

                     맑은 샘

울게 하소서

저 맑고 순결한 눈 위에

침을 뱉은 자도, 새벽에 우는 닭도

울게 하소서

진실의 눈물들 주르륵

울게 하소서

진주보다 영롱한 앞날 모두들 오도록

울게 하소서

먼지같은 눈물 다 떠나 가도록

울게 하소서

기쁨인지 슬픔인지,  맑은 눈물 흐르도록

울게 하소서

님의 영광 빛꽃 만발(滿發)토록

울게 하소서

감상음악 : Lascia Ch'io Pianga

*클릭: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xRaLrKwQhkw

*다음 (23)강 예고 :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 : 언어의 문맥성, 음악성, 압축성과 간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