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길상사(吉祥寺) 외 2
김 성 호
삶의 비릿한 냄새 지우기 위해
가을의 춤사위가 제법 모양새를 내고
꽃무릇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성북동 담 높은 동네에 자리 잡은
도심 속의 절寺 길상사를 찾았다
절은 엄숙하고 경건해야 하지만
객들에게 꾸중하는 스님의 목소리가
경내를 이따금 뒤집어 놓고 있었다
잡소리를 흐르는 물소리로 듣고
잘못을 눈짓으로 감싸줄 수 있어야
수행자들이 사는 곳이 아니겠는가
묵언默言을 써 붙인 선방禪房이 웃더라
부처님이 한참을 출타 중이어서일까
돈 향기에 취해 사는 꽃무릇도
값싼 디카엔 포즈도 잘 취해주지 않는다
백석의 시 향기는 어디에도 없고
그와 같이 밤을 지폈던 자야의 애심이
꽃무릇으로 피어 난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꽃무릇을 다 뽑아다
삶의 고독이 춤추는 내 정원에 심어
시들지 않는 시 한수 피우고 싶다.
독도에 무궁화를 심자
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냐마는
흔들리지 않고 다시 피는 배달의 꽃
그 꽃의 마음을 독도에 심고 싶다.
멀리서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해야만했던 독도를
하루는 꿈속에서 오랜 친구로 만났다.
그 섬엔 무궁화가 만발하였고
언제까지나 기다려줄 수 있다는 듯
활짝 웃어주는 네 모습을 보며
가슴 한 자락이 찢어져 내렸다.
후일 너를 찾을 기회가 온다면
무궁화 씨를 가져가 온 섬에 심으리.
더 이상 외로워 마라! 독도야!
온 국민의 눈길이 동, 서도에서
무궁화로 가득 피어날 날이 있으리.
가을 단상(斷想)
가을 하늘이 높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땅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무거워진 땅은 색깔도 짙어지고
단단한 대지위에서 흔들리는
형형색색의 풀잎들은 그래서 즐겁다.
성숙한 가지를 찾아 열매를 다는 손길이
따갑긴 해도 사랑이 묻어있는 것은
일 년을 참고 기다려온 여인의 숨결이
달고 달기 때문일 것이다.
봄바람이 안으로 파고드는 바람이라면
가을바람은 밖으로 새어나가는 바람
빠져나가는 바람 때문에 잠을 못 이뤄도
아침이 오면 억새밭에 숨어 노래하는
영혼의 언어 가을바람이 나는 좋다.
◆ 김성호 프로필
충북 무극 출생(1957) /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등단(2002.4) / 고양예고에서 두 학기 시창
작 강의(2006) / 한국녹색문인회 회원 / ▶시집「장승이 된 우체부」(2004.08)「세상에
선 어둠도 빛이다」(2011.06)「꽃의 오해」(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