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틱 사 랑
김 경 애
태고적 아픔같은 것이
잉태된 응어리들
노골 노골 늙으락 말락한
누군가의 손기름이 묻어
닳고 닳은 가구들
사람들은 내일을 알려면
어제를 보기 위해
이태원 앤틱 거리로 온다
언제부턴가 하나 둘 생긴 앤틱 가게들
그 불빛들 백년전 거리를
만들고 있다
작은 침묵들이 백년 멈추어 있던 모든 것들이
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곳 유럽 풍경은
나의 작은 마을에
불이 들어오면
멈추어 있던 모든 것들이
오손 도손 살고 있다
인형의 마을 창가에 불이 들어오면
할머니는 바느질을
소녀는 책을 읽는다
쇼윈도 창가에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귀족들을 감동케하던 마돈나의
프릴달린 드레스가 입혀져 있다
그 옆에는 오페라 그라스가 놓여 있다
성당 안을 은은히 울리던 파이프 올갠까지
한땀의 장인의 혼
그 장인의 손길들
세월은 이곳까지 숨어있지만
이름없는 장인들 솜씨는 영원하다
앤틱 사랑은
마치 중독 상태다
너무 좋아 끌어안고 몸부림치는
나의 부유하는 앤틱들
영원한 것은 영원한 유산이 되고
우리의 인간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보덕각시
그대를 만나기 위해
첩첩 산중으로 길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대를 만날 것 같아
험하고 돌아가는 먼 길은
오직
그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길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보일 듯 실체가 없는
초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리하여
어느 날 여자도 남자도 아닌
노인을 만나서
그 길을 같이 걸었다
초막에서 엄동설한을 몇해나
맞이 했던가
낮인지 밤인지 정진하여
그대 만나기를 기원했다
계절이 순리대로 흘러 수년 후
나의 그대는 보이지 않고
끝없는 허공뿐이었다
이제
모든 것 내려놓고 훌훌 털며
바랑을 걸치고 방문을 나서다
노인을 바라보니
노인은 저승길에 서있었다
아!
해탈
한웅큼 향을 피우고
왔던 그 길을 내려오는데
번개가 머리를 쳤다
그때 잠시라도 내 품에 품었던 그대가
그렇게 찾던 바로 그대였구나
잡은 노인도 다 사라지고
그곳에는 뚜렷한 빛으로
없을 “무”자만 놓여있었다.
夏 冬 至
이즈러진 달이
해무리에 가리우면
긴 태양의 빛은
여울 처럼 드리운다
그리하여
우뚝선 하지를 보며
빛의 신이
저주를 했을까
사랑을 했을까
여름의 짧은 밤은
내 풋사랑을 감싸 안는다
어느덧
여름은 그늘을 드리우고
해 놀던 자리에
달이 돌아오면
달은 어둠속으로 잠행하여
겨울의 음산한 사위를
무채색으로 그린다
해와 달의 길고 짧음은
명암으로 하여
태양은 달이 되고
오늘도 또 다른
빛으로 살아 난다
<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12년 겨울호 시부문 당선작으로 김경애 시인의 ‘앤틱사랑’ 외 2편을 선정했다.
시의 구성상 감각적 언어와 세련미 그리고 패기가 보이는 우수작이다.
함축적인 언어의 소양을 벗어나 산문적인 균형을 잘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오랜 세월 시를 갈고 닦은 시인의 사유(思惟)가 엿보인다.
시인의 눈은 항상 깨어있어야 하고, 마음 또한 순수한 정신의 깊이 속에 살아 있어야 한다.
김경애 시인의 ‘보덕각시’는 그의 구도적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夏冬至’ 역시 시인의 자연회귀에의 본질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더욱 천착하여 아름다운 서정시로 대성하는 시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심사위원 엄원지, 김성호>
<당선소감>
내안에 잠재된 알 수 없는 기운이 늘 나를 괴롭혔다.
왜 쓰고 싶은 욕망을 꾹 누르고 살았냐고---.
이제 나자신과의 싸움이 내 작은 시작의 불씨가 되었다.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봉우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 밑에 숨겨진 빙산을 천천히 풀어 나가고 싶다.
내가 사는 동안 시의 세계에서 빛처럼 보석처럼 연원함을 간직하고 싶다.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프로필>
이화여대 법대 법학과 졸업 / 초등학교 교사 역임 / 현, 이태원 로즈마리엔틱 자영.
첫댓글 한국신춘문예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2013년에는 더욱 더 좋은 시를 많이 써주시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한국신춘문예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계사는 새해에도 좋은 시 많이 쓰시는 한해 되십시요.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신춘문예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시에 잠시 머물러 편안함을 얻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