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십자 훈장(Cross of Iron)
[옮긴 글]
철십자 훈장을 처음 보았을 때가 1978년 개봉당시 제명은 17인의 프로페셔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영화의 경우 제명을 의역한 사례가 많았다.
의역의 정도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알랭드롱이 주연한 프랑스 영화 ‘르강’을 ‘레갱’으로 시판하여 갱스터 이미지 영화를 과장했던 것 처럼 그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본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몇컷의 잔혹한 장면을 삭제하고 전체내용을 순화했기 때문이 아닌기 싶다.
여하튼 고등학생 입장가 등급으로 출시된 내용이었다.
세월이 30년이 흘러 DVD로 출시된 본 작품을 보니 제목은 철십자훈장(Cross of Iron)이고 관람등급은 18세 이용가로 바뀌었다.
꼼꼼히 보니 30년전 심의 대상되었던 모든 장면을 살려 노컷영화로 재출시된 것이다.
이 영화만이 가진 금기가 무엇이었을까?
(러시아 소년병사)
(포격소리에 겁에 질린 스트랜스키)
‘샘 페킨파’감독의 성향이다. 폭력과 잔혹의 미학, 아동혐오등 그가 연출한 '와일드 번치', 타겟'등 일련의 작품에서 에서 보인것 같이 우리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운 그만의 독특한 연출경향이 반사회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탓이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시작장면의 히틀러 유겐트의 산악행진, 러시아 소년병사의 살해, 막사내의 동성애, 적정순찰에서의 난교와 살해등 관객이 불편해 하는 장면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영화에서 가장 지성인이나 냉소적이었던 키즐대위)
문제감독 셈페킨파를 좀더 들여다 보자
풀네임 - David Samuel Peckinpah는 1925년 미국에서 출생하여 1961년부터 연출을 시작한다.
폭력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연출의 모토로 삼은 그는 전후 미국 사회에 대한 어두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페킨파의 주인공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도덕과 윤리의 기준이 모호해진 시대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페킨파만의 세련되고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내용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1943년 슈타이너 상사(제임스 코번)가 이끄는 소대에 권위적이며 프로이센 귀족을 흉내내는 스트랜스키 대위가 부임해 온다.
슈타이너 상사는 몰래 러시아 소년병사를 살려주려다 부상을 입고 병동에서 복귀하는데 그의 소대는 레닌그라드에서 연패를 거듭하며 힘겹게 싸우고 있다.
독일의 패전이 보이는 전쟁의 종말, 전투의욕을 잃은 부대원들에게 오직 슈타이너만이 전설이요, 믿음수 있는 유일함이자 필드에서의 전투가 어떤것인지를 아는 참군인으로 비쳐진다.
반면, 스트란스키는 전쟁공로자에게 수여되는 훈장 가운데 최고인 철십자 훈장을 받을 욕심으로 퇴각하라는 본부의 명령을 거부한 채 소대원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천신만고 끝에 본대와 합류한 슈타이너 소대를 스트랜스키와 부관 마이어는 그들의 판단착오가 문책의 대상이 될 것을 염려하여 철책에서 본대와 합류를 위해 대기중인 슈타이너 소대원들을 사살하게된다.
슈타이너는 스트랜스키에게 복수를 가할려는 찰나 러시아와 연합군의 포사격에 전 부대원들이 전멸의 위기에 봉착한다.
죽음을 앞두고 슈타이너와 스트랜스키의 화해, 소총을 들고 함께 대항하려 나서나 스트랜스키 대위는 총 쏘는 법을 모른다. 철십자 훈장을 받을려는 군장교가 총기 재장전을 모른다 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스타이너는 크게 웃는다. 포가 작열한다.
포탄에 둘은 실려가 버리고 화면에는 웃음소리만이 남아있다.
독일민요 “씩씩한 한스”가 또 흘러나온다.
본 영화는 미국이 제작한 영화이면서도 독일병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만든 영화로써 영화의 시점이 독특하다.
거장의 힘이 느껴지는 셈페킨파 다운 연출력과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샘페킨파는 단 하나만의 전쟁영화를 만들었다. 서부영화 보다는 좀더 많은 인간탐구의 장르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너무 큰 욕심이었나 보다.
이 영화를 통해 제임스 코번이라는 사내에게 푹 빠지게 된다. 이전에 출연했던 광야의 7인에서 느꼈던 카리스마는 이 영화를 위한 리허설인 셈이다. 80년대 소피아 로렌과 협연한 ‘리벤저’도 보았지만 아쉽게도 전작만 못한 느낌이었다.
죽기 마지막 작품인 ‘시스터 액트2’에서는 사립학교 파견이사역을 맡아 학생들을 못살게 굴고 합창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볼 살이 너무 올라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사라지고, 황혼이 느껴지는 서글픈 모습이었다.
어쨌던 주연보다는 조연이 훨씬 어울렸던 인물 제임스 코번 - 무표정한 인상과 형형한 눈빛, 무욕의 웃음이 그리워 지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
[출처] 철십자 훈장(Cross of Iron)|작성자 파일로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