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겨울

[안은주]

고향의 겨울엔 엄마가 그 안에 있다.

옛날 나 어릴적 고향에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겨울내내 하얀 눈이 있었고 앞 또랑에 물은 얼어 있었다.

우리 엄마는 겨울의 양식들을  흑으로 지은 담배찌는 건조실에다 보관했는데 처음 맛이 언제까지나

변질되지 않고 유지 되었다. 건조실 안에는 여러가지 양식이 있었는데... 쌀 , 가래떡 ,만두속,돼지고기...

가래떡을 큰 항아리에  넣고 물이 넘칠듯 말듯 부워 놓으면 살어름이 살 ~ 얼어 있다.

그 떡을 하나씩 빼다 화로불에 구워 조청을 찍어 먹거나 인두에 그어  종이 과자를 만들어 먹었다.

또 동치미에 띄워 놓았던 삭힌 고추를 건져 다져서 돼지고기를 넣고 김치를 넣어 만든 만두는

언제나 내가 고향을 미치도록 그리워 할때 같이 그리워지는 고향의 맛이다.

엄마는 아랫목에다 청국장을 띄워 겨우내 김치에다 끊여 주었다. 물을 많이 붓지 않고 자박하게

끊인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지금 두유맛과 같았던것 같다.

고향의 겨울엔 오빠가 그 안에 있다.

오빠는 앞도랑 얼음판에 오빠가 직접 썰매를 만들어 동생들을 번갈아 태워주고  까스명수병 아이스케키를

만들어 주어 겨울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수 있게 해주었다.

눈이 많이 오고 추운날 밤에 오빠는 모아두었던 까스명수 병에다 사카린 물을 타서 붓고 나무 젓가락

한짝을 찔러 장독위에 두고 자면 그 다음날 아침이면 장독위에 있는 까스명수병은 꽁꽁얼어있다.

꽁꽁얼어있는 까스명수병을 소죽끊이는 불에다 살 살 돌리면 병이 따다닥 소리를 내며 깨지면서

아이스케키가 나온다. 혹시 아이스케키에 깨진 병조각이 붙어 있을지 몰라 눈위에다 굴려서

씻어낸후 오빠는 동생들 셋을 세워놓고 한사람씩 빨아먹게 했는데 절대 깨물어 먹지않는다는

약속을 꼭 받아둔다. 그렇지만 그 약속은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고향의 겨울엔  내가 그 안에 있다.

겨울 방학을 하기 전까지 난 거의 날마다 춥다고 울면서 학교에 가고 울면서 집으로 왔다.

유난히도 추위도 많이 타고 몸이 약하고 작았던 나는 뻑하면 울어서 별명이 울래미였다.

도시락과 책을 등에 메고 10리를 걸어서 학교에 가면 난로 위에다 도시락 올리고 도시락을먹을때

까지는 괜찮은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엔 춥다고 엉엉 울어서 얼굴이 눈물 콧물에

얼어버리곤 했다. 집에 오는 길옆 작은 굴 같은데 들어가 동생이  빨리 집에 가자고 사정하고 있으면

오빠가 와서 우리의 손을 잡고 집으로 오고 그랬다.

고향의 겨울! 그 아름다운 추억안에서 지금 나는 있다.

30일 재생기간 만료

가사 뮤비

 

[이강문목사]

집사님 글쓰는 솜씨가 보통이 넘으십니다. 좋은 글입니다. 또 그런 추억이 있다니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