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Year/2010년/영국/129분
감독 Mike Leigh
출연 Jim Broadbent, Lesley Manville, Ruth Sheen,
Oliver Maltman, Peter Wight, David Bradley,
Martin Savage, Karina Fernandez, Michele Austin
자신의 삶을 견고하게 지키며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즐기는
노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인물의 모습을
사계절의 시간 속에 섬세하게 펼쳐낸 서정적인 드라마로
노장 마이크 리의 최신작이자 최고작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사계절의 이름을 빌린 4막으로 구성된 영화는 드라마틱하거나
자극적인 사건이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을 통해
각 계절마다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감정변화를 잘 전달한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과 풍부한 감수성이 돋보이고
당장 쓰러질듯 불안한 중년 여성역을 맡은 레슬리 맨빌과
노부부역의 짐 브로드벤트와 루스 신이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
또한 리 감독과 여덟편째 호흡을 맞춘 촬영감독 딕 포프는
사계절의 빛과 색깔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영화 속 인물들을 돋보이게 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1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호평을 받았고
2011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비롯해서 여러 영화제에서
후보에는 올랐을 뿐 이렇다할만한 수상은 없었지만
2010년 각종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 선정되었다
요리 잘하는 자상한 남편 톰(짐 브로드벤트 분)과 인자한 아내
제리(루스 신 분)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꾸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60대 부부이다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는 찰떡궁합인 노부부의 삶은
사계의 흐름에 따라 순환과 질서를 거역하지 않아 자연스럽다
제리의 20년차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메리(레슬리 멘빌 분)는
제리 가족과 자주 저녁식사를 할만큼 오랜 우정을 쌓아왔지만
젊은 시절 이혼 후 번번히 사랑에 실패하고 중년의 나이에도
혼자 작은 셋집에 살며 깊은 외로움과 패배감에 절어있다
어느날 메리가 톰 부부의 아들 조이(올리버 맬트먼 분)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조이가 애인 케이티(카리나 페르난데즈)와 함께 깜짝 방문한 날
마침 놀러온 메리가 케이티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자
이들의 관계는 급속하게 냉각하게 된다
한편 캔맥주를 입에 달고 사는 톰의 친구인 켄(피터 와이트 분)
역시 톰 부부에게 쓸쓸히 늙어가는 자신의 신세한탄을 쏟아낸다
이런 켄이 메리에게 손을 내밀지만 메리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외로움과 절망으로 무너진 메리가 평온한 가정에 불쑥 찾아오면
착한 톰 부부라 해도 더 이상 그녀에게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다
부부의 매정한 태도에 당황스러워하며 일그러지는 메리의 얼굴을
오랫동안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에 가슴 한켠이 메어온다
많은 사람들은 흘러가는 계절과 세월을 놓치며 살아가다가
늦게서야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았음을 알게 되며 후회한다
부인을 먼저 보내고 하나밖에 없는 망나니 아들에게 시달리다가
동생집에 와서 세상에서 가장 쓸쓸하고 무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톰의 형 로니(데이빗 브래들리 분)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로 톰 부부 집을 다시 찾은 메리가 그런 모습이다
톰-“지질학자는 해변에 가면 바다를 등지고 절벽을 바라보지”
제리-“지질학자의 아내는 해변에 가면 절벽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지”
찰떡궁합인 것처럼 보이는 노부부가 나누는 이런 대화를 보면
분명 이들도 젊었을 때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었나 보다
첫댓글 꼭 보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 이제라도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생 2막을 새로이 시작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