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는 '삐죽' 맛은 '달콤'
말똥성게 보라성게
제철 단맛이 일품 국내 약 30종 서식
동글동글한 모습이 마치 밤송이를 닮은 성게는 피부에 가시를 가지는 극피동물 성게강에 속하는 해산 동물의 총칭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80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 근해에는 약 30종이 서식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성게로는 말똥성게, 보라성게, 둥근성게, 북쪽말똥성게가 있다.
성게는 입이 바닥에 있고 항문이 반대편인 위쪽에 있어 사람과는 반대의 구조를 하고 있다.
성게의 씹는 기관인 '위구부'는 송곳을 거꾸로 한 모양으로 다섯 개의 뼈가 있고 거기에 근육이 붙어있다.
위구부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지고 다니던 등불과 비슷하다 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등불'이라고도 불린다.
입이 바닥에 있어 바닥을 기어 다니며 엄청난 식성으로 해조류나 바위에 붙어 있는 석회질의 해조류까지 먹어 치운다.
따라서 성게가 많아지면 1차 생산자인 해조류가 고갈되어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성게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출의 역군이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개체 수가 늘어나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리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성게는 옛 문헌에는 해구(海毬·바다의 공) 또는 해위(海蝟·바다 고슴도치)로 불렸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밤송이조개 또는 승률조개라 불렀다.
영어권에서 성게를 칭하는 'sea urchin' 역시도 바다 고슴도치란 의미이다.
성게는 암수 딴몸으로 암컷과 수컷 모두 생식소를 식용으로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알의 모양은 응결되지 않은 쇠기름 같고 색은 노랗다. 맛은 달다.
날로 먹기도 하고 혹은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고 성게 생식소의 모습과 먹는 방법이 잘 기록되어 있다.
성게 생식소는 산란 직전의 것이 가장 맛이 좋다.
가시가 긴 보라성게와 둥근성게는 여름에 맛이 좋고, 앙장구로 불리는 말똥성게는 늦가을부터 겨울철에 맛이 좋다.
제철 성게는 단맛이 좋아 소금을 뿌려 먹으면 아이스크림처럼 달다.
초밥에 얹어 먹기도 하지만 성게 미역국을 끓여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성게 생식소에 5% 정도 소금을 넣고 염장을 하여 한달 정도 냉장실에 두었다 먹으면 향이 훨씬 진해진다.
따끈한 밥에 얹어 비벼 먹으면 입 안에서 살살 녹아내린다. 입 안 가득 바다 향이 넘친다.
[가자미]
가자미류
-문치가자미- -돌가자미-

-용가자미- -줄가자미-
-물가자미-
『상제가 울어도 제상에 가자미 물어가는 것은 안다』
⇨ 정신없어 보이는 사람도 제 속셈은 다 있다는 말
가자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물고기이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 금수강산, 한반도 등의 국제적인 별명이 많지만
물고기로서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이 가자미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가자미를 일컬어 접어(鰈魚)라고 하고, 우리나라를 접역(鰈域)이라 불렀는데,
'접역'이 바로 우리나라의 별명이다.
접역이란 말은 우리나라 근해에서 가자미가 많이 잡혔고 그 맛 또한 일품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가자미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쪽으로 쏠려버린 눈이다.
사람이나 동물, 심지어 같은 물고기 중에서도 가자미처럼 눈이 한 쪽에 나란히 몰려 있는 물고기는 없다.
바다 생물을 접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은 중국의 내륙지방 사람들은 눈이 한 쪽으로 몰려 있는 가자미를
마치 눈이 하나밖에 없는 물고기로 생각하였다.
중국의 전설에 의하면 '동쪽의 바다에 비목어(比目魚)가 살고, 비목어는 눈이 한 쪽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좌우로 달라붙어야만 헤엄을 칠 수가 있다'고 하였다.
이 외눈박이 물고기인 비목어가 바로 가자미이다.
따라서 같은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도 가자미(비목어)에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많다.
우리가 흔히 쓰는 '비목동행(比目同行)'이란 말도 전설상의 물고기인 비목어에서 파생된 말이다.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늘 함께 다니는 사이'또는 '남녀 사이의 떨어지기 힘든 결합'을 의미 한다.
넙치와 가자미의 구별은 등을 위로 하고 배를 아래로 해 내려다보았을 때(즉 아가미를 자신의 방향에서 아래쪽에 오도록 함)
눈과 머리가 왼쪽에 있으면 넙치이고, 눈과 머리가 오른쪽에 있으면 가자미와 도다리이다.
다만 기수(민물+바닷물)역에도 사는 강도다리만은 눈이 왼쪽에 있다.
우리 속담에 '가자미 눈으로 본다'는 말은 있지만 '넙치 눈으로 본다'는 말은 없다.
그리고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는 말은 있어도 '가자미가 되도록 맞았다'는 말은 없다. 왜 그럴까?
예로부터 사람들은 오른쪽을 바른쪽이라 했다.
따라서 가재미 눈은 바른쪽에서 왼쪽으로 흘겨보는 눈이란 말이며,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는 말은 눈이 바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갈 정도로 맞았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는 '상제가 울어도 제상에 가자미 물어가는 것은 안다'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정신없어 보이는 사람도 제 속셈은 다 있다는 말이다.
즉, 자기의 손해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민감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 가자미의 어원(語源)
- 갖(거짓)+어미
'가자미'라는 이름의 어원(語源)은 우리의 전래설화(傳來說話)에 잘 나타나 있다.
가자미는 전취(前娶)자식을 몹시 미워하던 계모가 죽어서 태어난 것으로서,
생전에 하도 전취자식에게 눈을 흘긴 까닭에 그 죄로 눈이 한 쪽으로 몰려 붙었다는 것이다.
이 전설을 가지고 유추해 보면 가자미는 계모를 뜻하는 [갖(가죽→겉→거짓)]과 [미(어미)]의 합성어로 된 말로
실 어미가 아니고 겉 어미, 형식적인 거짓 어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수변 갤러리
가재미와 넙치 / 백석(白石)

옛날도 옛날 바다나라에 사납고 심술궂은 임금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임금 가재미를 불렀네, 가재미를 불러서 이런 말 했네―
(가재미야 가재미야, 하루 동안에 은어 3백 마리 잡아 바쳐라.)
이 말 들은 가재미 어이없었네, 은어 3백 마리 어떻게 잡나!
하루 낮, 하루 밤이 다 지나가자 임금은 가재미를 다시 불렀네―
(은어 3백 마리 어찌 되었나?)
이 말에 가재미 능청맞게 말했네
(은어들을 잡으러 달려갔더니 그것들 미리 알고 다 달아났습니다.)
이 말 듣자 임금은 독 같이 성이 나 가재미의 왼뺨을 후려갈겼네.
임금의 주먹바람 어떻게나 셌던지 가재미의 왼눈 날아 바른쪽에 가 붙었네.
가재미는 얼빠진 듯 물밑 깊이 달아나 모래 파고들어 박혀 숨어 버렸네.
사납고 심술궂은 바다나라 임금은 이리저리 가재미를 찾고 찾으나 가재미는 꼭꼭 숨어 보이지 않았네.
다음날 임금은 넙치를 불렀네, 넙치를 불러서 이런 말 했네
(넙치야, 넙치야, 하루 동안에 장치 3백 마리 잡아 바쳐라.)
이 말 들은 넙치 어이없었네, 장치 3백 마리 어떻게 잡나!
하루 낮, 하루 밤이 다 지나가자 임금은 넙치를 다시 불렀네―
(장치 3백 마리 어찌 되었나?)
이 말에 넙치는 능청맞게 말했네
(장치들을 잡으러 달려갔더니 그것들 미리 알고 다 달아났습니다.)
이 말 듣자 임금은 독 같이 성이 나 넙치의 바른 뺨을 후려 갈겼네.
임금의 주먹바람 어떻게나 셌던지 넙치의 바른 눈 날아 왼쪽에 가 붙었네.
넙치는 얼빠진 듯 물밑 깊이 달아나 모래 파고들어 박혀 숨어 버렸네.
사납고 심술궂은 바다 나라 임금은 이리저리 넙치를 찾고 찾으나 넙치는 꼭꼭 숨어 보이지 않았네.
가재미도 넙치도 이때로부터 물밑 모래판을 떠나지 않네.
이제는 바다나라 복된 나라, 사납고 심술궂은 임금도 없네.
그러나 옛일이 그대로 무서워 가재미와 넙치는 떠나지 않네,
물밑 모래판을 떠나지 않네.
가재미 /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안전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