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에서 / 2005. 10. 2>
새벽 5시.
나와 한 이불 속에서 18년째 잠자리를 같이 한 여자가
다급하게 내 품에 파고들기에 놀라서 잠을 깼다.
"내 차가 없어졌어..."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무슨 소리야?"
"차를 앞에 대놓고 왔는데 다시 가보니 없어졌어..."
식구가 먹을 고구마도 한 박스 실어놨는데 그놈의 애마를 누가 몰고 갔단다.
"범죄에 사용되면 어떡하라고 이러고 있어? 얼른 신고해야지."
그랬더니 힘이 없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꿈에서 차가 없어졌어..."
전날 5쌍의 부부가 지리산 노고단을 다녀왔기 때문에
영산의 정기를 받아 상태가 좋아져야 하는데
콘도에서 고스톱으로 잃은 돈이 많아서 충격이 컸나보다.
사이버 고스톱으로 자신감을 얻고서 겁없이 대들다가 알거지가 되었단다.
꿈속에서도 무조건 '고!'를 연발하다가
"이번에도 못먹어도 고구마, 고라니까!"라는 대사가 습관이 되어서
차에다가 고구마 한 박스 실었다는 소리도 나온 듯...
하여튼 식구들 먹여살릴 돈이 바닥났으니 다음 월급날까지 손가락이나 빨아야겠다.
딸아, 아들아!
미안하다...
첫댓글 단풍은?
막 시작되고 있던데요~
웅장하면서도 자애로운 산, 지리산. 그리워라~~~
생활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