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 동쪽 해수욕장이나 바닷가 일부에는 파래나 미역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어제 갔던 세화해수욕장에도 너른 해변 일부 지역에 미역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물 속에도 미역이 떠다니기도 합니다.
완이는 바닷물 속 미역 파래 심지어 작은 고동까지 무조건 먹어대기에 계속 지켜보는 것이 필수입니다. 특히 생고동같은 것은 기생충감염 우려가 있고 바닷물 해초들을 먹고나서 설사를 심하게 한 적도 있어서 주의요망 대상입니다.
이런 감시가 한편 생각하면 제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습니다. 감각해소를 위해 가능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해주고 있건만 물놀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짜증나게 전환되는 이상행동들. 그래도 바다다니면서 하도 감시를 하고 소릴 질러대서 유혹되기는 해도 먹지는 않는 수준까지는 왔습니다.
그래도 어딘가 몰래 몸을 숨긴다싶으면 위험신호가 되서 감시의 눈을 거둘 수가 없는데요, 해수욕장 입구 쪽 큰 바위사이를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미역이 잔뜩 걸려있던 바위 틈에서 한참을 있다 아이가 나오는 걸 보니 하의실종. 그 사이 바지며 팬티를 모두 벗어던지고 고추는 다 보이는데 이에 대한 의식도 없이 바다를 향해 뛰려고 합니다. 완이 11살이나 되는 멀쩡하게 생긴 남자아이이니 상식적으로 절대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입니다.
추석명절이라 사람들은 여기저기 꽤 많이 바다에 나와있고 특히 어린아이들이 많아서 오해소지가 너무 큽니다. 어차피 바다로 뛰쳐나올 것을 예상해서 멀찌감치 바닷쪽 해변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이 장면을 보게 되었으니 몸이 거기까지 가려면 이미 아이는 그 상태로 바닷가로 뛰서들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사람들이 주목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우선 소리부터 지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지입으라고 목청껏 소리지르니 화들짝 놀란 아이가 그 자리에서 멈칫 하더니 바지찾으러 되돌아서서 갑니다. 잽싸게 바위로 튀어올라 아이손목 움켜잡고 바지를 찾는데 미역더미에 벗어놓은 탓에 쉽게 보이지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찾아서 단단히 혼을 내며 바지를 다시 입히고...
이럴 때 '이건 나쁘고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야'를 정확히 알려주어야 하지만 참으로 쉽지않은 일입니다. 언제나처럼 일이 벌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단호하고 높아진 목소리와 절도있게 아이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그들 눈에 보여지는 모습이 싫어서 대충 얼른 수습하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아이행동의 개선을 더 방해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아이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더 자신있게 문제행동을 하거나 떼를 더욱 쓰기도 하는데요,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대충 마무리하는 부모의 태도를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식보다는 현재 아이의 행동이 미치는 미래의 상황을 방지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게 우리에게는 반드시 우선되어야만 합니다.
남들의 눈총이나 오해는 한 순간으로 끝나지만 우리 아이에게 한번 허용한 '하지말아야 할 행동'은 연속성을 갖게 되어있습니다. 이걸 저절로 알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상당수 자폐아이들이 판단이라는 사고자체 개념이 뇌에 없기 때문에 해서는 안되는 나쁜 행동에 대한 인식을 위해서는 연속적인 부정적 피드백이 꼭 필요합니다.
내 자식이기에 이런 대응이 어렵다면 한번쯤 내가 비용을 받고 이 아이를 봐주고 있다면? 하는 가정 하에 프로의식이라는 것을 한번 대입해 보아도 좋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내자식은 문제는 잘 보지 못한채 다른 아이의 문제점들은 아주 쉽게 발견하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내가 평가한 아이의 부모가 비용을 줄테니 그 행동을 없애주실래요?라고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가정하에 내 아이를 평가하고 대책을 생각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지 평가만 하는 것과 평가에 따른 대책을 세워 실천강령을 해나가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라는 것은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책이 구체적으로 서있어야만 합니다. 자본주의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이란 내가 댓가로 지급받는 보수이상으로 되돌려주는 투철한 직업의식입니다.
훌륭한 프로는 그만큼 많은 댓가가 주어지지만 시원찮은 프로에게는 댓가보다 비난이나 외면이 더 클 것입니다. 나의 프로성이 올라갈수록 미래에 주어질 댓가라는 것은 우리 세계에서는 어떤 액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프로로 거듭나지 않고는 지상에서 가장 어려운 뇌바꾸어주기 작업을 수행해 갈 수가 없습니다. 내 아이의 미래가 내 프로정신의 댓가라고 생각한다면 항상 무엇이 더 우선되어야만 하는지 바로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은 절대 안돼'를 어떻게 말이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지 각자 남의 아이가르치듯 프로적 구상을 하며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전두엽 개선이란 정말 어려운 작업은 이런 점검을 꼭 필요로 합니다.
첫댓글 작심하고 대처해도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여운이 상쾌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대표님과 비교도 못할 상황인데도요.
정말 매번 놀라고, 포기를 모르시는 맨탈에 존경을 금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