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온 추락사고를 보며 >
라미경(순천향대학교)
해병대 마린온(MUH-1)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5명의 해병대 장병들의 합동영결식이 23일 포항에서 엄수되었다. 마린온(MARINON)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조해 만든 상륙기동헬기로, 해병대를 뜻하는 '마린'(MARINE)과 '수리온'(SURION)을 합성한 이름이다. 수리온 헬기를 개량해 상륙기동 작전을 펼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다. 해병대는 마린온 인수로 45년 만에 항공전력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가 인수한지 6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해병대가 야심차게 도입 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사고 순간을 담은 영상은 충격 그 자체다. 프로펠러 날개가 통째로 뜯겨져 나간 건 처음이라고 한다.
마린온을 제작한 KAI는 1999년 항공우주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국산 공군훈련기 KT-1을 양산하는 과정 중 당시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 삼성항공, 그리고 현대우주항공이 통합되면서 설립되었다. 이후 T-50 고등훈련기, FA-50 경전투기, 수리온 기동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 개발을 통해 자주국방과 항공우주기술 발전에 기여해온 기업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양분하고 있는 세계 항공우주 시장에서 KAI는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등을 전 세계 7개국에 수출함으로써 항공우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터라 이번 사고가 더 우려된다.
함상 운용을 전제로 개발된 마린온은 수리온과 달리 상륙함 내부에 기체를 수납할 수 있도록 헬기의 회전날개 부분을 접었다 펼 수 있도록 개조됐다. KAI가 지난 2006년 개발비 1조2950원을 투입해 2012년 개발 완료, 그해 12월 각급 부대에 배치한 수리온은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동안 KAI는 비행안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18년 3월 30일까지 체계결빙시험을 수행했고 방위사업청은 감항인증심의위원회를 통해 수리온의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위원회에는 마린온을 운용 중인 해병대사령부를 비롯해 육군, 해군, 공군의 현역 군인과 군무원 20명이 참여하고 있다. 조사위원회는 기체결함이나 부품 및 정비 불량 등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특히 사고 전날 진동 문제 때문에 주회전날개와 구동축 사이에 끼는 부품인 댐퍼(진동완충 장치)를 교체했고, 사고 당일에도 진동 문제로 정비를 받은 사실이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부품이 많은 무기체계로 유명하고 경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10만 여 개가 넘는 부품으로 이루어졌다. KT-1의 경우 양산 이후에도 수 백 개가 넘는 결함이 발생했고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F-35도 900여 개의 결함이 발생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리온 계열 헬기 전반에 대해 안전성을 점검해봐야 한다.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고 방위산업을 재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즉 자국의 방위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군 작전요구성능(ROC)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적인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 최신 기술의 적용을 용이하게 하고 개발기간을 단축해 세계방산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1970년대 초 번개사업으로 시작한 방위산업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세계 10위의 방위산업 국가이자 방산 수출신흥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항공방위산업은 단시일 내에 이룰 수 없는 기술집약적 산업인 만큼 국내 항공방위산업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KAI는 이번 사고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과정에서 노하우와 기술력을 축적시키고 의사결정과정의 신속성 등을 철저히 검토하고 준비하면 기회는 또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국민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대국민 접점에서 방위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여 ‘비리와 결함’은 구분토록 해야 할 것이다. 군과 방사청이 전문성을 가지고 소신 있게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사고로 희생된 5명의 순직 장병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일한 생존자인 김용순 상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