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교양강좌(21/30) - 난독증을 위한 서체 디자인

[아줌마]

최근 시각디자인하는 대학원생들한테서 졸업작품으로 난독증 서체를 개발하고 싶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데요.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난독증 서체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집에서 아이에게 한

글 쓰기를 가르칠 때도 좀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2009년 크리스티안 부르(Christian Boer)라는 네덜란드 디자이너는  위트레흐트 예술 대학(Utrecht School of the Arts) 졸업작품으로 디슬렉시(Dyslexie)라는 서체를 구상합니다. 그 자신도 난독증 환자인 부르는 ‘난독증 증상을 겪는 이들을 위한 휠체어’라고 자신의 서체를 표현합니다.  글자의 반전, 교체, 뒤집기, 틀어지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위와 같이 글자를 세심하게 변형시켰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이너 채혜선이 2012년부터 난독증 한글 서체를 개발 중입니다. 그녀는 국내에서 대학을 마치고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자신이 난독증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적으로 틈틈히 난독증 서체를 연구하는 생활을 2년 넘게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아래에 신문기사를 인용합니다. 

' 난독증을 다룬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그녀는 자음 ㅅ의 형태를 조금씩 손보며 눈이 부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 난독증 서체 개발의 어려움을 한층 실감하게 된다. 일반적인 서체를 만드는 타입 디자이너가 아무리 노력해도 감지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글 서체, 그것도 난독증 서체를 만드는 시도는 어찌 보면 엄중하고, 또 고군분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스스로 작업자로서 누리는 재미와 기쁨이 크다. 내가 난독증 서체 연구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사회에 새로운 관점을 제안해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난독증을 알리는 매체’라는 생각으로, 그때그때 탁월한 분들을 만나며 흥미롭게 작업하고 있다.” 

오른쪽 그림이 그녀가 하는 작업의 실제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체를 개발할 때도 현대과학의 발견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거라 저는 조언합니다.  마크 챈기지라는 학자는 전세계 문자를 다 조사해본 다음 공통점을 하나 발견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물체의 모서리를 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왼쪽 도표를 보면 세계의 문자들이 다양한 것 같아도 

자주 사용되는 것은 9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물의 모서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그것을 T자 만남, Y자 만남, E자 만남, L자 만남 등으로 구분합니다. 한글도 예외없이 그러한 일반적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한지를 바른 나무문의 모양을 보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일리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마크 챈기지는 갈대밭에 갈대가 흔들리는 것을 볼 때도 

무수한 T자 만남, Y자 만남 등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암괴석을 보고 아름답다고 여길 때에도 평소에 흔히 보는 모서리에 흔히 보지 못하는 모서리가 조화롭게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프랑스의 뇌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안은 원래 수학을 전공한 학자이지만 지금은 학습장애 분야 최고의 뇌과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크 챈기지도 물리학자이고 공대교수입니다.) 그가 주장하는 이론은 신경재활용 (neuronal recycling) 가설입니다. 리싸이클링이라는 말은 쓰레기통 근처에서 자주 보던 말입니다. 재활용 쓰레기 할때 바로 그 재활용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인간 뇌의 바닥을 그려놓은 것입니다. 모자를 벗어서 높이 들고 라벨있는 부분을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원숭이에게 글을 가르쳐보아도 인간과 같은 뇌부위를 사용하는데요.(교토대 영장류 연구팀이 십년 넘게 걸려서 침팬지에게 숫자와 글자를 가르치는데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그 부위는 바로 우리가 얼굴을 인지할 때 사용하는 부위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안쪽은 집이나 산처럼 디테일이 중요하지 않고 큰 윤곽만 보는 물체를 보는데 사용되고 그 바깥은 얼굴, 더 바깥은 글자, 더 바깥은 디테일이 중요한 물체를 보는데 사용됩니다. 차의 한귀퉁이만 봐도 무슨 차인지 알아맞추는 아이들은 디테일을 보는 부위가 발달해 있고 얼굴인지 하는 부위는 좀 안쪽으로 밀려나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얼굴을 보고 누구 얼굴인지 알아맞추는데 사용하는 뇌부위를 재활용해서 글자를 인지하는데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재활용 가설은 수학에서도 다시 나옵니다. 두 먹이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큰 건지 판단하는 뇌부위를 재활용해서 수학을 배운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학교수학은 이러한 수학본능을 충실하게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가르치니까 학습장애가 생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음악을 들을 때도 걸을 때 사람의 발자국 소리와 팔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 능력을 재활용해서 '강약중강약' 하는 리듬감을 느낀다는 가설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사람 얼굴을 잘 못알아보는 사람은 글자도 잘 못 알아보는지 또 거꾸로 글자를 너무 많이 읽으면 얼굴을 인지하는 능력이 줄어드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교양 위주로 흘렀습니다. 다시 실제적인 것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아이에게 글자쓰기를 쓸 때 가르칠 때 두 선이 어떤 각도로 만나는지에 대해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T자 만남인지 Y자 만남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ㄱ 비슷한 모서리도 찾아보게 하고 ㄷ 비슷한 모서리, ㅍ 비슷한 모서리도 찾아보게 하는 것이 유아에게 한글공부 준비시킬 때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명조체가 왜 안 좋으냐 하면 구부러진 부분이 너무 많아서 낱자안에 너무 많은 ㄴ자 만남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서체를 개발할 때 챈기지가 만든 도표를 이용하여 인류 문자의 공통부분 즉 모서리 인지가 가장 쉽게 가능하도록 서체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조언할 수 있습니다. 채혜선 씨가 왜 ㅅ,ㅈ,ㅎ을 바꾼 서체를 만드냐 하면 바꾸려는 글자에 들어간 모서리가 흔히 나오지 않는 모서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모음을 공부하는 법을 소개하면서 파닉스부분을 마치려고 합니다. 

[출처] [펌] 난독증을 위한 서체 디자인|작성자 career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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