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정리 ♣
▣ 작가 : 이태준
▣ 갈래 : 단편 소설(중편 소설)
▣ 배경 : 시간-해방을 전후한 1~2년. 공간-서울→철원→서울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① 민족 시련기(일제 강점기 하와 해방 후)의 한 지식인(문인)의 이념적 갈등. ② 일제 강점기 하의 한 문인의 갈등
▣ 의의 : 해방을 전후한 문단의 상황은 물론, 이태준 자신의 행적(문학적 전향)을 알 수 있는 작품.
▣ 특징 : '한 작가의 수기'라는 부 제목이 붙어 있음. 해방을 전후한 문단의 상황은 물론, 이태준 자신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작품임
▣ 등장 인물
현 : 순수 문학가에서 해방 후 좌익 계열로 전향한 소설가.
김직원 : 철원에 사는 보수적이고 완고한 유학자(儒學者-향교직원). 해방이 되자 영친왕을 군주로 모셔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글의 구성
발단 : 호출장을 받고 서(署)에 출두한 ‘현’은 시국을 위해 일할 것을 강요당한다.
전개 : 강원도 철원으로 집을 옮긴 수 낚시로 소일하던 중, 김직원을 만나 그와 교유한다.
위기 : 8·15 직후 친구의 연락을 받고 서울로 온다.
절정 : ‘현’은 좌익 계열의 ‘조선 문화 건설 중앙 협의회’에 관여한다.
결말 : 김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이념적으로 서로 화해할 수 없음을 확인하다.
▣ 출전 : 《문학》 창간호 (1946)
▣ 줄거리
일제 말기, 현실에 대해 소극적이던 ‘현’은 살던 집을 세 주고 강원도 산읍으로 들어간다. 식민 정책을 거부했지만, 대동아 전기의 번역마저 거절하지는 못하였다. 시국의 혼란을 피하여 시골로 가서 일제의 감시의 눈을 피해 낚시로 소일하다가, 그 곳에서 김 직원을 만나 교우한다.
마침 문인 보국회에서 주최하는 문인 궐기 대회에서 자신이 연설할 차례가 다가오자 대회장을 빠져나온다. 일 년도 길어야 일 년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문학을 반성한다. 이럴 즈음 주재소에서는 출두를 명령하여 각종 시국 집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서울 친구의 전보를 받고 상경하던 ‘현’은 일제의 패망과 조선 독립의 소식을 듣는다. 17일 새벽에 서울에 도착한 그는 서울의 여러 정황에 불쾌해 한다. ‘조선 문화 건설 중앙 협의회’를 찾은 그는 그들의 선언문을 읽고 발기인으로 서명한다. ‘현’은 ‘조선 인민 공화국 절대 지지’라는 현수막 사건을 통해 자기 비판과 함께 정세를 판단하고,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프로 예맹’과의 통합을 계획한다.
좌익과 우익의 반탁, 찬탁 데모로 어수선한 가운데 김 직원이 다시 나타나 서울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를 보며 ‘현’은 중국의 문인 왕국유(王國維)를 생각한다.
☺ 감상의 길잡이 ☺
“한 작가의 수기”라는 부제(副題)가 붙어 있는 「해방전후」는 1946년 8월 문학가 동맹의 기관지였던 《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단편이다. 같은 해 좌익 계열의 문학가 동맹이 주관하는 해방 기념 조선 문학상에 지하련(池河連)의 「도정(道程)」과 함께, ‘구 문단의 지도적 작가의 한 사람이었던 작가 자신이 새로 문학 운동과 민주주의 운동에 가담하여 투쟁하는 가운데서 체험한 바 제(諸) 사실을 기록한 것’이란 이유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태준 자신의 자전(自傳) 소설이라 할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해방을 전후한 행적과 함께 그가 북(北)을 택한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일제 말기, 시국 문제에 협력하지 않고 버티던 작가 ‘현’은 더 이상의 시달림을 피해 철원으로 낙향한다. 그러나 낚시로 소일하는 그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가지 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김직원’과의 만남이다. 그는 ‘현’의 가슴에 지사적(志士的) 용모와 행동으로 뚜렷하게 각인된다. ‘현’은 그를 우러러보기까지 하게 된다.
‘김직원’과의 갈등은, 8·15 해방이 되고부터이다. 8월 16일 서울의 친구 전보를 받고 급히 상경하면서 ‘현’은 해방의 소식을 듣는다. 17일 아침에야 서울에 온 그는 재빨리 문단의 주도권을 쥐려는 여러 문인 친구들의 계획에 참여하게 되고, 그들이 좌익 계열이라는 것을 알고도 주도적으로 나선다. 비록 소련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대세에 밀려가는 자신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영친왕을 모셔다 왕으로 섬겨야 한다는 ‘김직원’의 논리에는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주의(主義), 주장을 편다. ‘현’은 자신의 해방 전 문학적 성향을 반성하기도 하고, 친일 분자들의 소행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김직원’과의 결별이다. 강원도 산읍에서 그를 만났을 때, 시골 향교를 지키며 시국에 대해 자신보다 한층 저항적인 ‘김직원’에 대해서 ‘현’은 “상종(相從)한다기보다 모시어 볼수록 깨끗한 노인이요, 이 고을에선 엄격히 존경을 받아야 옳은 유일한 인격자요, 지사”로 인식했다. 그러나 해방 후 좌익 문인 단체에서 활동하면서부터 ‘현’은 ‘김직원’을 “돌과 같이 완강한 머리” 혹은 “이 세계사의 대사조(大思潮) 속에 한 조각 티끌처럼 아득히 가라앉아 가는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을 끝으로 이태준은 월북(越北)하고, 이후 그의 문학은 이전의 작품 경향과는 전혀 다른 생경한 구호만 나열하는 목적 문학으로 바뀌고 만다.
이 작품은 1946년 <문학>에 발표된 중편 소설이다. 해방을 전후하여 1․2년 간 서울과 철원을 중심으로 하여 당시 문단의 상황은 물론, 작가 자신의 행적을 그린 작품이다. 해방 후에 나타난 지식인의 이념적 갈등을 주제로 하여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현실을 비판적 안목을 통해서 서술한 글이다.
일제 강점기에 붓을 꺾고 낙향했던 주인공 ‘현’과 향교 ‘김 직원’의 삶의 한 방식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조선 문학가 동맹이 제정한 제1회 해방 조선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태준의 자서전적 소설로, 순수 문예지인 <문장>을 주재했던 그가 어떤 경로를 거쳐 실천에 몸담는가를 보여 주는 한편, 좌익 문단의 모체가 되었던 문건의 성립 과정 및 지향의 일단을 잘 드러내 주고 있어 주목되는 바 있다. 다시 말해, 보다 좌익 성향인 프로 예맹과 우익측의 중앙 문화 협회에 비하면 문건은 중도적 성격 및 지향을 지닌 것이었음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 작가 및 작품 소개
이태준(李泰俊, 1904- ?) 는 상허(常虛), 필명은 상허당주인(常虛堂主人). 1904년 11월 7일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했다. 1921년 휘문고보에 입학했으나 1924년 동맹휴교 주모자로 퇴학당했다. 1925년 단편 <오몽녀>를 [시대일보]에 발표, 등단. 1927년 동경 죠치대학(上智大學) 예과에 입학했고 1928년 중퇴했다. 1933년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39년에는 『문장』을 주관하기도 했다. 1941년 제2회 조선예술상을 수상했다. 1945년 문화건설중앙협의회 조직에 참여하였고,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1946년 10월경 방소문화사절단의 일원으로 소련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북한에 머물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종군작가로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1952년부터 사상검토를 당하고 과거를 추궁받았으며 1956년 숙청당했다. 이후의 행적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고 사망 연도도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