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골치아픈 놈이 모기이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해결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대신 햇볕은 좀 연구하면 방법이 없진 않아보인다.
밭을 맬 때는 무조건 긴팔옷과 긴바지를 입고 채양 넓은 모자를 써야 한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고 하더라도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서는 작업하기 어렵다.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모기로부터도 좀 덜 공격을 받고 햇볕도 차단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옷을 입고 모자를 썼다 해도 강한 햇볕이 쬐면 그 더위야 말로 한낮에는 살인적이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한낮엔 일을 쉬고 서늘한 아침 저녁에 작업을 한다.
그러나 주말에만 시간이 나는 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오히려 한낮이 가장 일을 많이 해야하는 시간이다. 아침엔 달려와야하고 저녁엔 돌아가야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우산을 이용해서 햇볕을 가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산 중에 손잡이가 좀 굵고 직선으로 되어 있는 것을 골라 손잡이 밑 부분에 드릴로 가는 철근에 맞는 구멍을 뚫고 철근을 끼워 넣어가지고 우산을 밭에 콱 꽂으면 그 밑은 그야말로 시원한 천국이 되는 것이다.
좀 옮기기가 번거롭지만 그 작열하는 태양빛을 가릴 수 있다는데 그 정도의 수고 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집사람은 그걸 해준 뒤부터 얼마나 애용을 하는지 참 좋다라는 말을 여러번 할 정도이다.
물론 남자인 나는 별로 사용하질 않는다. 솔직히 귀찮은 면이 많고 밀집모자를 쓰는 정도면 햇빛을 어느 정도 가리기도 하고 좀 피부가 탄다고 해도 그리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더 편리한 양산이 등장했다.
옮기지 않아도 자동으로 옮겨지고 시원한 물까지 딸려오는 양산인 것이다. 최대의 단점은 지구력이 없는 것이다. 단 몇분을 못 견디고 철수하고야 만다. 참 편리하긴 그만인데 아쉽다.
할머니가 밭을 매는데 손자녀석이 제가 우산을 빼들고 햇볕을 막아주고 있다. 목이 마를 때 마시라고 물통까지 들고. 참 좋은 모습이나 5분을 못견디고 잠자리 잡는다고 가버려서 다시 우산은 제자리로 돌아와 계속 밭에 꽂혀가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우산을 만드는 회사에선 밭매기에 적당한 좀 크고 가볍고 밭에 꽂아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해서 농촌에 공급해주면 좋을 것이다. 손잡이 밑에 구멍을 뚫고 나사같은 장치를 해서 밑에 땅에 꽂을 수 있는 장비를 끼울 수 있게 만들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