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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어느새 12월,달력의 마지막 한장이 남겨지면서 한해도 저물어 간다.
여름을 무릅부상으로 덧없이 보내고 가을도 이런저런 사유로 장박해외여행이
수포로 돌아 가면서 밀린 숙제하듯이 벼락치기로 산행과 트래킹을 동반한 여행을 떠났다.
70대 들어 느끼는 자유로움은 내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다.12월의 첫주에 제주의 성산포 바닷가에서 마주하는
늦가을의 정취와 겨울 초입의 스산함은 'Nobody'와 'Nothing'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이생진(1929~),제주도 명예도민.
제주는 섬이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부터 우도,비양도,추자도등 13개의 부속섬을 거느리며
제마다 그들 나름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제주는 어느 위치에서도 망망대해를 한폭의 그림으로 담아낸다.
햇살을 타고 출렁이는 금빛물결과 빠져들 것 같은 수평선이 눈을 현혹한다.
바람이 금새 바다를 쪽빛으로 물들이며 신선이 잠시 놀다 가라며 손짓한다.
2019.11월10일,06시54분. 성산 일출봉의 아침. 박종무님 寫.
'여기어때' 앱을 통해 예약한 이호텔은 성산항에 위치하고 있어 1코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호텔측에서 5층 예약을 28층으로, 트윈룸을 디럭스 트윈으로 그냥 바뀌어 주었다.
평일이라는 적정 타이밍의 땡처리 예약으로 5만원의 파격적인 가격에 잘 수 있었다.
올레길 트래킹 초기에는 민박을 즐기고 가끔 취사도 하면서 아침에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서 길을 떠나곤 했다.배낭무게도 30~40kg 정도였으나 20kg 남짓으로 줄었다.
이제는 점점 취향도 바뀌고 체력도 떨어지고 귀차니즘도 발동하면서 호텔이 좋아지고있다.
호텔 하우스 키핑의 기본원칙은 다녀 간 게스트의 냄새나 흔적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 갈때는 언제나 새집에 입주하는 설레임에 젖는다.
해조음을 벗삼은 숙면과 늦잠이 어제 한라산 우중산행과 狂酒의 뒷풀이 휴유증을
말끔히 털어낸다.
12/2 저녁 1박한 골든튤립 제주성산호텔의 아침 뷰.
여행은 기다림과 고생으로 시작된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 처럼 생각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일생을 방랑으로
살았다고 한다.
소피스트와는 달리 나의 여행은 떠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메비우스의
띠같은 Nothing의 연속이다.
12/2 첫쨋날,출발점으로 가는 호텔앞 고성리 버스탑승지.
요즘은 주요도시마다 교통 앱이 깔려 있어서 노선이 스마트폰에 일목요연하게 표시되고
정류장 도착시간이 나타나서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나와 탑승하면 된다.
그만큼 많이 편리해지고 고생도 덜하다. 대략 15분 간격 배차다.
1코스는 올레길 중에서 제일 처음 열린 길이다.
2010.10.2. 올레5코스를 시작하여 2018.11.12. 18-1 추자도를 거쳐
오늘 1코스를 마지막으로 전체 26개 코스를 9년만에 마치는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에 올레길 여정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전코스 완주를 할 생각도 없었고
포르도의 절대반지같은 미션 임퍼서블에 도전하는 비장함은 더욱 더 없었다.
기대와는 달리 여행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기도 하고 한참 지나서
문득 어떤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면서 다시 시동을 걸게 되고~
제주여행이나 트래킹은 나에게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올레 안내서 상으로는 시흥초등학교가 시작점이지만 실제로는 300m 지점에
스탬프와 간세가 놓여져 있다.
말미오름 가는 길.코스 초반에 두개의 오름이 있다.
21코스의 종달마당 직전에 있는 지미봉(地尾峰)도 제주의 끝이라는 어원에서
명명되었고 말미(末尾)오름도 어원은 비슷하지만 지형과 표현만 다르다.
제주 돌담밭의 최초 유래는 불분명한 땅의 경계에따른 부자들의 악용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한다.
현재 싯점에서의 돌담밭은 바다풍경을 장식하는 돌이 아닌 바람과 같은
자연환경으로 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물질하는 해녀가 바람을 피하고 들짐승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1만년에 걸쳐 돌로 형성된 바람의 땅을 돌로 다스려온 제주도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태초의 원시인류는 사냥감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뛰어서 쫒아 가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진화된 신체구조에 역행하여 활동을 안하면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비타민D의
생성도 방해하여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서져 내린다.
그런 DNA를 물려받은 우리는 끝없이 뛰거나 걸어서 모든 문명을 일구었다.
장차 나타 날 인공지능의 새로운 인류도 도보여행을 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직립현생인류만의 특권일듯 싶다.
문득 뒤돌아 보니 조각보를 이어 붙인듯한 푸른 밭과 그너머에 바다가 맞닿아 있다.
말미오름의 시작지점.
문명이 발달할 수록 여행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전세계 도보 트래커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짐을 꾸려서 집을 떠난다..
이시대의 인류는 족적을 꼬리표와 댓글로 남긴다.
그렇지만 먹고 살기 힘들 때는 김찬삼의 세계일주나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거나 몬도가네같은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발전에 힘입어 먹고 살만한 요즘은 트래킹이나 산행인구가 거의 폭발적이다.
초반부터 나타나는 오름으로 길이 다소 미끄러울 수도 있으나 아마포로 엮은 마대를
깔아 놓아서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힌다.
말미오름 정상.
오름, 들판,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하다.
한폭에 담긴 식산봉과 일출봉 그리고 시선을 깊숙히 왼쪽으로 돌리면 우도가 보인다.
알오름으로 가는 길.
10~11월 사이에는 많은 사람들이 억새밭을 구경하기 위해서 떠나고
도로는 북새통을 이룬다.
제주의 억새는 12월 초에도 아직 단아하고 여린 특유의 품위를 잃지않고 있다.
올래길은 원래 제주도민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샅길이었다.
수풀냄새를 맡으며 도시를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모든 자유로움이
올레길에서는 허용된다.
새알을 닮았다는 알오름.
새봄에 말들의 먹이 활동을 위해서 억새를 비롯한 많은 목초지를 베어냈다.
말미오름을 지난 알오름의 뷰는 일출봉을 살짝 비켜 가면서 우도와 일출봉의
한 가운데로 시선을 끌어 들인다.바다가 말을 건다.나 바다라고라~
사계절 언제라도 자연은 살아 있다고 말한다.
꽃인지 열매인지는 모르나 앙증맞고 화려한 자태를 뽑내고 있다.
"나 좀 찍고 가실께요~"라고 하는 것 처럼.
제주는 언제 어디라도 꽃들이 반겨준다.
반갑다.지미봉.
2015.10.13. 21코스의 종달마당 직전인 지미봉을 통과하면서 걸음을 멈추었고
작년에 잠시 외도를 하여 18-1 추자도를 가 본 것이 올래길의 마지막 트래킹이었다.
종달초등학교.
1코스의 시작점은 시흥초교인데 버스기사가 잘못 내려주는 바람에 어제 시작했던
곳이다.어제 시발점에서 버스기사를 욕하면서 시발시발했는데 인생은
한치앞을 못 본다는 것을 실감하고 반성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어제는 강풍과 비로 성산대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으나 만일 기사가 우리를
시흥초교에서 제대로 내려 주었다면 비와 강풍을 피할곳도 없이 개고생할 뻔 했다.
지금부터 성산대교까지는 어제의 이야기가 된다.
여행기는 한달이 지나도 일년이 지나도 작성하는 싯점에서는 현재형이 된다.
이것이 여행기만이 가지는 장점이자 특성이다.
책약방.
쓴약대신 달콤한 그림책.해학이 넘친다.
이런 가게를 연 사람은 아마도 젊은 외지인일 것이다.
섬이라는 배타성에서 벗어나 제주는 많은 외지인을 받아 들이고 있다.
내실있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이 정착하여 제주의 또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고있다.규모나 업종을 볼때 단순히 경제성을 따지고
개업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은 밖에서 일견하는 것만으로도 단박에 알 수있다.
제주는 마을마다 이곳의 발전을 위해서 애쓴 분들의 공덕비가 많이 놓여져 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가 살아 가는데 기본품성이다.
그동안 마을과 마을을 지나 치면서 만났던 많은 제주도민들 중에서 우리에게
상처를 남기거나 기분을 언찮게 만들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자상하게 대해주고 무언가를 챙겨서 배낭에 넣어주고
점심도시락에 계란후라이 하나라도 더 넣어주고 커피도 끓여 주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서 다시 나에게
돌아 온다면 살만한 세상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앞으로는 내가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챙겨 주라는 숙제를 남겨 주셨다.
홀딱 벗고 줄 하나에 의지한 채 바람에 온몸을 내맡긴 한치덕장 넘어로 짙게 드리운
바다의 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따라 한치는 왜 이렇게 풍만하고 커 보이지?
제주가 돌,여자 그리고 바람이 많은 三多의 섬이라고 하지만 시시때때로 내리다 그치는
비보다는 초속5ms 이상으로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자주 중심을 잃는다.
종달-시흥간 해안도로는 제주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길이다.
이해안도로에서는 시작도 끝도 없이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과 포말 그리고
철새들의 날개짓 뿐이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쌍무지개를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내 주위의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면서 합장.
비오는 날의 올레길은 또 다른 정취와 풍광을 만들어 준다.단,바람만 빼면.
비와의 숨박꼭질이 계속된다.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면 그치고 나오면 다시 내리고~
비도 피하고 온기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카페에 들려 커피를 시키니까
맛 보라면서 연이어 사장님이 빵을 구워서 내 온다.
정담을 나누는 우리 두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서비스라고 한다.
나올 때는 조그만 조생귤 한봉지도 손에 쥐어준다.
친절한 사장님 복 받을거에유!
오소포 연대.
해안에 위치한 봉화대로 산에 위치한 봉수대와 구분된다.
갑자기 몸을 가눌수 없는 바람으로 이곳을 조금지나 성산갑문에서 고산리에
있는 호텔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마져도 여의치 않아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12/3.
어제 바람과 비로 중도포기했던 성산갑문으로 다시왔다.
구름은 많지만 바람은 어제보다 훨~잔잔하다.
고기잡이배와 여객선이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끝내는 성산포구를 지난다.
성산포구와 터미날은 규모가 커서 기대하는 것 만큼 아기자기 하지도, 삶의 거친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그냥 패스한다.
성산 일출봉을 향해서 고고싱~
잠시 인중사진 한장 박고 가실께요.
늦은 가을의 색감으로 짙게 물든 황량한 바닷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아름다움의 명암이 더 크게 부각된다.바람의 연출도 빛난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튼 그룹'을
넘어 섰다고 한다.'여기 어때'나 '요기요'같은 앱의 기업가치도 크게 오를 것 같다.
창업자인 '브라이언 제스키'는 지금까지도 빈집이나 남는 방을 돌아 다니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강남,용산,마포,강동구를 중심으로 50% 가까이 집값이 상승되어
내집을 꿈꾸는 다수 서민들의 삶에 괴리감을 넓히고 있고 명암이 엊 갈린다.
성산 일출봉에서 가장 명당에 자리잡은 리조텔.
20대에는 20대라서 좋고 30대는 30대라서 좋았다.
동시에 20대에는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삶이 괴로웠고 30대는 나의 자존감과
사회와의 사이에 가로막힌 벽이 너무 높아서 싫었다.
그러나 제주올레는 고뇌와 괴로움 마져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동시에 올레길은 70대에도 그리움을 잉태시킨다.
성산 일출봉의 단팟죽집.
단팟죽 한그릇과 커피 한잔에 온몸의 피로가 녹아 내린다.
제주에 오면 가끔 "이렇게 느긋하게 살아도 될까?"라고 자문을 해본다.
자답은 언제나 같다."더 느긋해야 돼.인생 뭐 있어?"
암튼 40대나 50대에 들어서 조금씩 자유로워 지다가 60대.70대에 들어서면
자유로움이 아주 커지는 것 같다.
70~80년대 산업사회를 치열하게 살아 온 내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나름의 당위성도 보태게 된다.ㅋㅋㅋ
2차대전 말기 일본군이 소형쾌속선을 감추어 놓고 자살특공기지로 활용하려고
파놓은 동굴진지.
광치기 해변 직전의 수마포 해안.
인류 최후의 소설가라고 자처하는 밀란 쿤데라는 소설을
"덧없이 사라져 가는 것을 붙잡으려는 안타까운 시도"라고 했다.
그럼 사진은?
셔터를 누른 그순간 이후 다시는 볼 수없게 될 풍광과 심상의 기록이라고 한다.
날씨가 안좋아서 핸폰으로 찍어야 하는 제한성으로 좋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은
이번 여정의 안타까운 마음이다.
멀리 보이는 빛내림을 제대로 못 잡은 것도 이번 여정이 표현하고자 하는
포커스를 맞추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아쉬운 마음을 수마포해변에게 내가 위로해 줄 수는 없다.
수마포해변이 나에게 위로해 줄 수 있을 뿐이다.
마지막 종착지, 광치기 해변
드디어 제주올레길 대장정, 최종코스의 스탬프를 찍는다.
(날머리)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집으로 귀환하는
애초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처음 길을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고향인 이타케에 도착한다.
언제나 이타케의 왕이라는 특별한 존재,'Somebody'로 살아 왔던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에서 귀환하는 길에 잠시 들린 풍요로운 무인도에서 하룻밤을 즐긴 후
외눈박이 거인이 사는 키클롭스섬을 무단 침범하여 동굴 속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의 이름을 'Nobody'라고 하여 무사히 동굴을 빠져
나오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끝까지 자신의 자존감을 포기하지않고 노출시키므로써
키클롭스의 저주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서 3개월이면 충분히 귀환할 여정을 9년만에 부하들도 다 잃고
만신창이로 홀로 귀환하게 된다.
9년에 걸쳐 완성한 나의 올레길 여정도 9년에 걸친 오디세우스의 귀환과
비교하여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고전 명작이 말해주는 인생여정에는 'Nobody'와 'Nothing'을 더하고 자존감을
줄이면 훨씬 수월한 삶을 살 수 있고 힐링까지 더해 줄 수 있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
여행은 결국 아무 것도 아닌자(nobody)가 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인지를 잠시 잊어 버리기(nothing) 위해서 떠난 다는것도 적합하다.
올레길이나 둘레길을 트래킹하면서 절대 지켜야 할 철칙도 이와 다르지않다.
내가 어떤 지위에 있었거나 있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내가 재산을 얼마나 많은 가지고 있는지 자랑하지 않고
나의 지식이 얼마나 박식한지 나타내지 않는 것의 3불원칙이다.
결론적으로 여정중에 마주치는 누구에게도 잘 난 척하지 말고
'NOBODY'와 'NOTHING'으로 여정을 마무리 하는 것이다.
(1코스 올레길에서 얻은 잔상)
제주의 가로수는 야자나무였으나 태풍이나 비바람에 취약하여 금년부터 먼나무로
바뀌었다.야자나무가 쓰러지거나 노령화되면 무조건 먼나무로 교체한다.
식당으로 가는 길의 먼나무와 야자수.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숙소 인근에 있는 연탄불 흙돼지 모듬 삼겹살집에 들렸다.
한라산 우중동반 산행후 이틀전에 떠난 박종무님이 성산포에서는 부채새우를
먹어 보라고 귄했는데 마눌의 취향이 요지부동이다.
제주에서 흙돼지 삼겹살 선택은 자명하지만 술에 덤덤한 마눌을 앞에두고
삼겹살 한점에 혼술하는 잔 넘김이 목구멍에서 까끌까끌하다.
밥情은 참으로 무섭다.
스테이크나 파스타 보다는 삼겹살에 김치가 훨~ 정겹다.
그저께 한라산 진달래 대피소에서 우중에 뜨거운 컵라면 후후 불면서 소주 한잔
걸쳤던 박종무,윤상현과 손문희님은 라면 같이 먹었던 사람들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날의 쏘주 한잔에 라면국물이 참 달콤했다.
아침의 일출이나 석양의 낙조에는 가슴을 여는 깊은 감동이 있다.
묵주를 손에서 놓지않고 올레길 전코스를 세번이나 완주한 박종무님에게도
마찬가지로 시작점인 성산포 올레길은 감동이고 힐링이었을 것이다.
나의 올레길도 이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날이 될 것이다.숨이 붙어 있는한,기력이 다 할 때까지~
2019년11월11일.07:24 광치기해변의 일출,박종무님 寫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