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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야기
내 나이 28살 한창 혈기왕성해야 할 나이였다.
* 정선군 문래국민학교 근무
* 1980년 3월 5일 강원교육지에 시 ‘보리밭’을 발표하였다.
보 리 밭
남진원(아동문학가)
늘 등허리가 젖어
젖은 채 안으로만 살더니
흙속에서 솟아나오는
보리의 발목
그 속에
파랗게 붙어 나오는 목숨을 보라
푸욱 푹 갈아엎어 놓은 믿음 위엔
이제 젖은 등허리 내보이며
소망의 한 떼가 업혀 나오고
노랗게 여문 새소리들이
다복다복
말씀으로 가꾸는 보리밭엔
보리처럼 푸른
바람의 입술이
넉넉히 빗물 소리로 자라고 있다.
* 1980년 5월 어린이새농민에 동시 ‘산골 아침’을 발표하였다.
산골 아침 / 남진원
어머니는 눈에서
어둠을 뜯어내며
아궁이에
활활 새벽을 태우고 있다.
보글보글
솥안엔
아침이 끓는 소리.
그제사
잠꾸러기 앞산은
안개빛 하이얀 커튼을
말아올리기 시작하고
울 가득히
쫑알쫑알 종알쫑알
아침 햇살을 쪼아먹는
산새들
형은
마당에 수붓히 쏟아지는
산새 울음을
신나게 쓸어모으고 있다.
- 어린이새농민 1980.5 -
* 1980년 3월 7일 국민학교 1급정교사( 자. 제 7194호) 자격증을 취득 (강원도교육위원회 교육감)
* 1980년 5월에 월간문학사로부터 당선 전보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전날 밤에 꿈을 꾸었다.
내가 가르치는 반 전순희 어린이가 내가 사는 관사의 방문을 열고 무엇인가를 전해주는 꿈이었다. 그런데 꿈을 꾼 날 낮에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아이가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보니 전순희가 전보 용지를 내게 주는 것이었다. 받아보니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전보였다. 그 당시 나는 월간문학에 동시와 시조 작품을 공모했었다. 나는 시조가 당선된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동시가 당선된 줄 알았다. 그래서 매우 기뻐했다. 최도규 형도 월간문학에 <교실 꽉 찬 나비>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월간문학에 동시가 당선되었다고 도규 형에게 자랑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책이 온 걸 보니 동시가 아니라 시조가 당선 되었던 것이다. 시조는 샘터에 투고 한 것이 처음이었고 월간문학에는 처음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시조가 당선 되어 더욱 기뻤다.
*1980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념일, 강원도교육감 표창(제5403호)을 받았다.
*1980년 12월 22일 한국문인협회로부터 시조 ‘가을산조’로 월간문학신인상을 수상하였다.
* 12월 5일 강원도교육위원회 교육감으로부터 표창장(5403호)을 받음
*1980년 여름호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시조
가을 산조
남진원
1.가을밤
마당엔 산이 누워 깊숙이 생각이 크고
뉘집 창 불빛 사위듯 저물어가는 풀벌레 울음
이 세상 인연과는 먼 곳으로 자꾸 떠나는 저 삶은 ...
2.귀뚜리
별들이 잎새 위에 스러져 잠이 든 밤
달빛은 가만가만 고독을 덮고 엎드려
마을 끝 댓돌 밑까지 귀뚜리 소리를 파내더니
그 울음 잠에 고인 목소리를 끌어내어
동구밖 여기저기 씨뿌리듯 뿌려놓고
저만치 멀찍이 떨어져 희죽이 웃는 뜻은...
뛰르뛰를 뛰르르르 뒤뜨르 뒤뜰뒤뜰
달빛이 서러워서 삶이 너무 서러워서
가을 밤 하얗게 열고 낭자히 구르는 독경소리
3.밤의 숲
어둠 갈피갈피 고요를 접어넣고
잎새들 설핏한 머리칼 잘라먹는 바람 한떼
짓푸른 피냄새 맡으며 바람 뒤에 내가 섰다.
갈기갈기 펄렁이는 개구리 울음처럼
목 말라 목이 말라 갈증을 펄렁이는 풀벌레
갈색 잠 연한 개울가에서 물소리를 씹는다.
별들이 산에 안겨 무성하게 자라는 밤
하늘은 달을 떼다 산마루에 걸어놓고
외로움 짙은 눈빛을 풀어 잠든 산을 태운다.
*1980년 시조문학 여름호에 ‘매미소리’로 천료 하였다.
매미소리
남진원
솔숲에 숨어있던 젖은 산이 내려온다
산줄기 퍼렇게 동심이 따라온다
그 속에 하이얗게 뜬 내 어린 유년의 꽃
태양에 띄워보는 생의 진한 목젖인가
음양이 인광처럼 엇갈리는 계절 앞에
예순 날 네 혼을 담아 내가 우는 소리여
( 1980년, 여름호 시조문학 추천완료 작품)
학교에 근무하면서 어린이 문집을 발간했다.
◕아름다운 추억의 글쓰기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골지리
문래초등학교 1980년 문집
<초록빛 아이들>
30년이 된 오늘 문래국민학교에서 담임하던 아이들과 그 작품들을 들추어 보니 감회가 새롭다.
벌써 40대의 어른이 되어있을 아이들, 어떤 모습일까?
그 때 문집을 만들지 않았으면 이 아이들의 모습을 회상하기가 더 어렸웠을 것 같다. 글 속에 나타나 있는 아이들의 생각을 다시 보니 너무도 기쁘다.
다 못 익은 산딸기가 예쁘게 익으라고 해님이 찾아온다는 귀여운 생각에 웃음도 나오고 나뭇잎이 자꾸 떨어져서 청소하는 힘겨운 모습을 헤아려 볼 수도 있었다.
쓸고 나면 떨어지고
또 쓸고 나면 또 떨어지는
나뭇잎은 심술꾸러기
자꾸자꾸 쓸다보면
해는 벌써 서산을 넘어가네.
가을 바람이 겨울 소식을 알리러 간다는 생각도 재미있다. 책상시계는 밥을 줬더니 껑충껑충 징검다리를 건너간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아침부터 새 신을 살 마음에 기뻐하는 모습도 알 수 있다. 빨간 고추는 해님과 달님이 예쁜 옷을 입혀놓았다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매일 매일 엄마 생일날로 알고 효도를 하겠다는 효심도 엿보인다. 늦잠 잔 아침의 풍경도 따뜻한 영상으로 비쳐든다.
장날에 대하여 특집으로 엮은 동시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장날 모습을 좀체로 보기 힘들다. 차 안에 손님이 붐비는 걸로 보아 장날이란 것을 대뜸 알 수 있다는 표현은 장날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고 생각이다. 시골 장날은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이요, 꿈이다. 서로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도 흥미롭게 묘사해놓았다. 파는 사람은 깎아주지 않으려 하고 사려는 사람은 깎으려고 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정겹게 다가온다.
아버지를 따라
시장에 갔어요.
이곳저곳에서 파는 물건들
내 눈 가득히 보였어요.
먹을 것을 볼 때마다
내 눈은 아버지 얼굴만 쳐다보고
마음은 빙빙 군침이 돌아요.
아버지는 내 마음을 모르시는지
가자고 내 손을 잡아 이끌면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어요.
아버지를 따라 장날 시장에 갔는 데 먹고 싶은 것을 사주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아버지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쓴 어린이는 지금은 엄마가 되었겠네요. 이 동시를 읽으면 ‘아, 그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시장에서 먹고 싶은 배를 사 먹어 보니 오히려 싱겁기만 했다는 재미있는 글도 있네요.
장에 가서 조르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해놓고 옷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이런 재미있는 추억이 담긴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로워집니다.
모처럼 장날 잘 차려입은 엄마의 치마가 차 안에서 이리저리 밀리는 바람에 엉망이 되었다는 글도 인상적입니다.
생활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는 <초록빛 아이들>의 문집이 더 없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대목들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사오셨을까?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는 제일 큰 목적입니다.
오늘은 무엇 무엇 사 오셨나
조급한 내 마음
보따리 들고
종종 걸음하네.
뒤에서 늦게 오시는 엄마
날 보고 엎어질라
천천히 가래요.
시골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한 번 쯤 했을 것입니다. 선생님도 어렸을때 할머니가 장에 갔다 오시면 장보따리가 제일 궁금했습니다. 그 보따리에서는 내 옷도 나오고 맛있는 과자도 나왔거든요. 실감나는 동시입니다.
장날은 교통순경 아저씨가 없는 날처럼 질서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옥수수/이은영 6-2
너무나도 작아서
내려다 보았는데
이제는 너무 커서
쳐다보게 되었어요.
어느새 자랐을까?
몰라보게 큰
옥수수
정말 부지런하지요.
옥수수가 어릴 때에는 키보다 작은데 어느새 훌쩍 커서 쳐다보게 되었답니다. 시간은 화살보다도 바르다고 했네요. 어린이들도 어느새 어른이 된 것 처럼 말입니다. 나도 30년 전에는 젊고 멋진 미남 선생님이었는데 이젠 머리카락도 희어진 60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네요. 어느새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겠네요.
바람이 단풍잎에게 꽃손을 만들어 흔들어준다는 생각도 이쁘고 곱네요.
시골 운동회는 마을의 잔칫날입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달리기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마음을 털어놓은 어린이, 어쩜 나와도 꼭 같은지 모르겠네요. 선생님도 운동회만 되면 겁이 많았어요. 달리기를 하기 때문이었지요. 등수에 들지 못하니 부끄럽고 겁이났던 거예요.
냇물이 비온 날 풀잎 그림자를 태우고 기차여행을 한다는 발상도 신선합니다.
이밖에도 소 먹이는 이야기, 모심는 이야기, 담배 판 이야기 등 정말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을 담은 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옛날의 그 아이들 얼굴이 소록소록 떠오르며 행복감에 잠겼습니다.
문래국민학교 어린이들의 맑고 고운 동심은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고 오래 오래 빛나길 바랍니다.
2009년 6월 28일 저녁에 남진원 선생님이
수록 작품
산딸기/이수진 6-2
빨갛게
빨갛게
익은 산딸기
귀염둥이 산새들이
놀러오고요,
다 못 익은 산딸기
예쁘게 익으라고
따뜻한 햇님이
찾아옵니다.
(교내실기대회 특선 1980. 11.10)
산딸기/안명숙 6-2
덤불 속에 숨어사는 빨간 딸기는
언제나 야단 맞아
얼굴이 빨개졌어요
자기몸을 아끼며
살아왔는데
큼직한 손이 덥석
깜감한 굴속으로 집어넣어요.
(교내실기대회 우수)
나뭇잎/함돈석 5-1
나뭇이 떨어지네
비를 들고 나오라
랄라라 춤추며 떨어지네
쓸고나면 떨어지고
또 쓸고 나면 또 떨어지는
나뭇잎은 심술꾸러기
자꾸자꾸 쓸다보면
해는 벌써 서산을 넘어가네.
나뭇잎/박건동 6-1
산들산들 나뭇잎
바람 타고
어디를 갈까?
산들산들 나뭇잎
가을 바람 타고
고개 너머
겨울 소식 알리러 가지.
책상시계/전순희 6-2
밥 앉 줬더니
배고프다고 서 있네
밥을
줬더니
깡충깡충
징검다리를 건너가네.
신/이미애 6-2
아침부터 기쁜 마음
새신 사러 가는 날
다 떨어진
신을 보아도
새 신 사신을 생각하면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이죠.
고추/권금녀 6-2
빨갛게 익은 고추
누가 예쁜 옷을
입혀놓았을까
낮에는 해님이 입혀놓고
밤에는 달님이 입혀놓았지요.
생일/전현숙 4-2
엄마는 내 생일날
맛있는 음식
듬뿍 해 주셨는데
오늘은 엄마 생일날
나는 아무것도 못해 드렸어요.
엄마 죄송해요.
그러나 엄마
이제부터 매일매일
엄마 생일날로 알고
세숫물도 떠다 드리고
엄마의 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릴께요.
고추밭/안명숙 6-2
해님이 서산으로 고개돌리면
빨갛게 물든 고추밭에서
우리 어머니 기쁨을 따고 있어요.
빨갛게 빨갛게 익은 고추
어머니 손도 빨갛게 물이 들어
풍년을 따고 있어요.
밭갈이/윤태희 6-2
진달래가 불그스레 피어나고
나물들 뾰롬히 나올 때면
우리 아버지
밭갈이 시작되지요.
나비가 한바퀴
밭 주위를 빙 돌 때
우리 아버지 이마에선
땀방울이 송글송글
황소도 눈망울
꿈벅꿈벅
풍년을 꿈꾸는 것 같아요.
(소년동아일보 1980년 4월 22일 입선)
늦잠/김명희 6-2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보면
문틈으론 벌써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시계는 7시
부지런한 내 동생은
늦잠꾸러기 나를 보고
놀려대고
부엌에선
달가락 달가락
아침상을 차리기에
열중하신 어머니
늦잠꾸러기인 나를
아직 안 일어난 줄 아시고
또다시 깨우시는
다정한 어머니 목소리가
방문 틈새로 들려온다.
=잘날 특집 시=
장날/김명희 6-2
햇님이 산 속에서
고개를 내밀 때
빵- 빠앙
차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
오늘은 무순 날일까?
손님들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장날/함미경 6-2
장날 아침 만원 버스
장터에는 왁자지껄
엄마 잃고
“엄마야, 엄마야?”
우는 어린이들
“수박 사려, 수박 사려?”
과일 상인들
“싸구려요, 싸구려, 어서 오십시오.”
싸구려 물건 상인들
서로 물건 팔아달라고
아웅다웅
10월 20원 깎자고 하면
상인들은 안 된다고 투덜투덜
이런 소리들 때문에
장터에 발 들여놓으면
기분부터 상쾌해요.
장날/장주선 6-2
아버지를 따라
시장에 갔어요.
이곳저곳에서 파는 물건들
내 눈 가득히 보였어요.
먹을 것을 볼 때마다
내 눈은 아버지 얼굴만 쳐다보고
마음은 빙빙 군침이 돌아요.
아버지는 내 마음을 모르시는지
가자고 내 손을 잡아 이끌면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어요.
장 날/이요안나 6-2
어머니를 따라
장에 갔어요.
여기저기서 파는 과일들
사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고
먹고 싶은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네.
오던 길로 또다시 걸어올 때
눈에 띄는 노오란 배
어느 것을 살까?
돈을 내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제일 큰 것 냉큼 집어들고
아삭아삭....
맛을 보니 싱겁기만 하네요.
장날/안영숙 6-2
장거리가 떠나갈 듯
요란한 소리
“자 수박이랑 참외 있어요.”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장터를 깨워요.
이웃집 과자 가게 구두쇠 할아버지는
꼬마 손님이 찾아와도
언제나 10원도 안 깎아주네요.
와글와글 떠들며 주고 받던
하루도 금방
서산에 넘어가는 햇님도
장터에 갔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네요.
장날 / 나길자 6-2
여기저기서 아저씨들이
옷을 들고 싸구려 사려
500원....
신나게 외쳐요.
눈이 휘둥그레지며
골목길을 구경해요
엄마 저 옷 사줘
“뭐? 너 올 때 뭐라고 했어?”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하두 조르는 바람에
엄마는 옷을 사 주었어요.
너무나도 기쁜 내 마음
장날 / 이선미 6-2
장 보러 가는
우리 어머니
곱게 빗은 머리에
치마 저고리
오늘 따라 더 예쁘게
보이는 우리 어머니
차 안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곱게 입은 치마가
모두 망가졌어요.
장날/김순정 6-2
장날은
교통순경 아저씨가 없는 날 같아
차를 탈 때에도
거리를 다닐 때에도
물건을 살 때에도
질서가 하나도 없지요.
장날/전순희 6-2
햇님이 산속으로
쏘옥 숨어 버릴 때
붕 부웅
장날 손님 싣고서
버스가 달려오네
무엇이든지 물건이 싸다고
장에 가시는 우리 엄마
작은 보따리 들고 내리시네
오늘은 무엇 무엇 사 오셨나
조급한 내 마음
보따리 들고
종종 걸음하네.
뒤에서 늦게 오시는 엄마
날 보고 엎어질라
천천히 가래요.
생일날/이은영 6-2
아빠도 엄마도
꼼짝 못하는
오늘은 내 생일
내가 왕이죠.
박순희 작은 시집
나비는 날개에
아름다움을 싣고
벌들은 입가에
달콤한 향기를 묻히고
꽃밭에 찾아와
가만히 꽃잎에다
뽀뽀를 했어요.
향긋한 냄새가 꽃밭을 메우고
채송화, 분꽃, 맨드라미.....
난장이서부터
키다리까지
즐비하게 서 있는
꽃밭
크고 둥근
아침 햇살이
밝게 비춰주고 있어요.
봄비
주룩 주룩 주룩
봄비가 내리면
냇가에 있던 버들개지
눈을 번쩍 뜨지요.
주룩 주룩 주룩
봄비가 내리면
땅 속에 숨어있던
파란 새싹이
땅위로 불숙 고개를 내밀죠.
연못
가만히 연못을 들여다 보면
온 세상이 거구로 되었어요.
하늘도, 나무도, 나도
거꾸로 서 있어요.
온 세상이 뒤집혀 사는
연못의 나라
연못은 요술쟁이의
마술에 걸렸나 봐요.
나뭇잎/안영숙 6-2
나뭇잎은 깨끗한 곳을 좋아하나
깨끗이 쓸어놓은 마당에
살짝 내려앉지요.
나뭇잎은 매달려 있는 것이 싫은 가 봐
우리처럼 땅에서 놀고 싶어
살짝 내려 앉지요.
꽃씨/박인숙 6-2
꽃씨를 뿌려놓고
꽃씨가 올라오길 기다립니다.
꽃씨가 올라옵니다.
예쁘게 예쁘게
올라옵니다.
나의 기다림을 안고
나의 기쁨을 안고
살그머니 꽃씨가 올라옵니다.
연필/이요안나 6-2
공책은 연필들이 다니는 직장
아침이면
가방 버스를 타고
직장에 일을 하러 나옵니다.
일을 하는 시간이면
연필들은 각자가
맡은 일들을 부지런히 합니다.
쓱싹 쓱쓱
쉬는 시간이면 피곤한 가 봐요.
필통 품에 안기어
잠이 든 듯 가만히 누워 있지요.
옥수수/이은영 6-2
너무나도 작아서
내려다 보았는데
이제는 너무 커서
쳐다보게 되었어요.
어느새 자랐을까?
몰라보게 큰
옥수수
정말 부지런하지요.
단풍/이선미 6-2
빨강 노랑 단풍잎
예쁘기도 하지요
산에다가 예쁜
꽃동산을 만들어놓고
바람이 불면
꽃 손을 만들어주지요.
달리기/김인자 6-2
운동회가 다가옵니다.
개구쟁이 동생들은
좋다고 야단입니다.
그러나 나는 돌멩이가
물 속에 가라앉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습니다.
달리기를 잘 못하기 때문입니다.
냇물/김순정 6-2
비온 날
깔깔대는 냇물
풀잎 그림자
태우고
기차 여행하네.
풀잎/이수진 6-2
풀잎도 일을 하나 봐
아침이면 송글송글
땀이 맺혀요.
소나기/이선미 6-2
갑자기 오는 비
얄미럽다
웃음 주고
반겨주는
햇님을 가리고
길가는 동무들
옷을 함빡 적셔놓는
갑자기 오는비
얄미럽다.
소먹이/함봉자 6-2
밥을 먹고 고 먹이러 갔다. 소가 풀을 잘 먹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소가 풀을 맛있게 뜯어 먹는 것을 보니 나도 침이 넘어갔다. 소 배를 보았더니 새끼를 밴 것처럼 배가 불렀다.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영숙이 엄마를 만났다. 영숙이 엄마가 강냉이 이파리를 우리 소에게 주었다. 난 영숙이 엄마가 너무 고마웠다.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니 할머니가 칭찬해주셨다.
오늘 아침/이수진 3-1
“계십니까?” “담배 한 갑 주세요?”
나는 누가 나가나 하고 눈만 뜨고 살펴보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대답이 없다. 엄마는 부엌ㅋ에 나가시고 아버지는 아직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셨나 보다. 옆에 있는 오빠는 들은 척도 않고 쿨쿨 잠만 자고 있다.
“계십니까?” 아까 보단 약간 높아진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예.” 하고 벌떡 일어나서 나가보니 “담배 한 갑.” “거북선 요?” “아니, 환희 한 갑.”
나는 에이, 백원짜리 손님이 아침 일찍 와서 잠을 깨웠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담배를 팔고 문을 막 열었을 때 뒷집에 살고 있는 꼬마 동수가 와서 “사탕 한 봉.” 한다.
오늘 아침 따라 바람이 세게 불었다.샤쓰 잠옷 바람으로 나온 나는 춥기도 하고 은근히 속이 상했다. ‘아까 못들은 척 하고 이불 속으로 쑥 들어갈 걸 잘못했구나.....’후회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가게를 한다. 담배 한 갑 팔고 사탕 한 봉 팔아야 우리가 쓰는 지우개 하나 사지 못한다. 용돈을 아껴 써야 겠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치워놓지 않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또 “계십니까?”요번엔 못 들은 척 했다. 그러니 부엌에서 아침을 지으시던 어머니가 “수지아, 손님 오셨다.”하신다. 오빠도 동생도 다 있다. 하필 왜 수진이야. 그러나 하는 수 없이 일어났다. 이번엔 손님도 양복을 입은 신사 한 분이다. “거북선 한 보루, 백화 수복 한 병, 선물용 과자 한 박스, 모두 얼마지?”“거북선 3000원 백화수복 3000원 과자 2000원 모두 8000원입니다.” 했더니 손님은 “그래, 똑독한데?” 하시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일찍 일어나서 물건 팔기 귀찮지 않느냐?”하신다. “아니요, 전 매일 이렇게 일찍 일어나요. 우리 식구 중엔 제가 제일 일찍 일어나는 걸요.”“그래? 그러면 이것 좀 예쁘게 포장해 주겠니?”하셨다.
나는 포장지를 갖다가 정성껏 예쁘게 쌌다. 손님이 가셨다. 그러다보니 손님은 만원짜리를 내시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그냥 가셨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만원짜리를 돈통에 넣고 이천원은 내가 가질까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보고 말씀드렸다.
이 말을 들으신 엄마는 “빨리 이 돈을 갖다 드리고 오라.” 하셨다. 나는 옷을 입고 뛰어갔다. 손님은 음달 제방에까지 가고 계셨다.
“아저씨?" 소리를 지르니 뒤돌아보시고 계셨다. 나는 돈을 내 드렸다. 아저씨는 ”아, 참 깜박 잊고 왔구나. 너 오늘 아침 수고 많이 했다. 옛다, 천원 너 가져라.“고 하시며 돈을 천원 주셨다. 나는 처음엔 사양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끝내 주시고 가셨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뛰어와 오빠와 동생 보고 돈 천원을 보이며 자랑을 했다.
그랬더니 오빠가 “내가 일찍 일어날 걸.”하며 부러워하는 눈치다. 나는 뽐내며 동전 10개를 바꾸어서 나의 저금통에다 딸그랑 딸그랑 열 번을 세면서 넣었다. 다 들어갈 때까지 오빠와 동생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참 기분이 좋은 날이다. 아버지께서는 “그 봐라, 일찍 일어나면 건강도 좋고 돈 벌고 얼마나 좋으냐. 새도 일찍 일어나면 벌레를 더 잡아먹는 다지 않니? 수진이가 오늘 아침은 추운데 일찍 일어나서 복 받았구나.”하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교내글짓기 대회 특선)
오늘 아침 / 안명숙 6-2
눈을 푸시시 떠 보니 6시 40분이었다. 저녁에 텔레비전을 너무 오래 본 탓으로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세수를 하려고 밖으로 나가는데 아버지께서는 벌서 마당을 쓸고 계셨다.
“아버지, 제가 쓸 테니 마루에 앉아 게세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아니야, 너는 세수하고 밥먹을 준비나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말씀이 고맙고 인자하였다.
마당 청소는 매일 아침 일어나 운동 삼아 내가 하기로 한 것인데 오늘은 늦게 일어난 탓으로 내 일을 아버지께서 하게 되어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세수를 하려고 부엌으로 들어가니 어머니께서 아침 준비를 하고 게셨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이구, 우리집 늦잠꾸러기가 인사성은 밝구나.”
어머니는 놀림반 칭찬 반으로 나를 꾸짖었지만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았다.
세수를 하고 방에 들어와서 창문을 열어놓으니 맑은 공기가 담뿍 쏟아져 들어왔다.
오늘 아침은 다른 날 보다 더 따뜻하게 햇살이 내 얼굴을 비치며 웃는 것 같았다.
(교내 글짓기 대회 우수작)
*책 끝에....
아침이 온통 하얀 서리 속에 빛난다.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도 저렇겠지. 나무들이 모두 잎을 떨구고 알 몸으로 겨울을 맞이할 차비를 한다. 우리 교실에도 난로를 놓고 우린 따뜻한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하자.
초록빛 아이들!
창간호를 펴내는 마음은 기쁘기만 하다.
1980.10.30 남진원
문래국교에서 낸 문집은 [초록빛 아이들]이 끝이었다. 1979년에 그 학교에 부임하여 1981년까지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병설 벽탄중학교 국어교사로 가게되었던 것이다.
1980년 무렵 강릉에서는 엄성기와 함영상이 옥천국민 학교에 근무하였다. 학교에서는 새해 맞이 시.서.화전을 열었는데 백궁다실에서 5일간 하였다. 글 지도는 엄성기, 함영상 선생 두 분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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