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에는 미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제 멋대로 에봇과 드라빔을 만들고 떠돌이 레위인을 자기 집의 제사장으로 임명했다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에봇은 제사장이 입는 옷의 장식물이고 드라빔은 수호신의 일종인데 창세기에서 야곱이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떠나올 때 라헬이 낙타의 안장 밑에 숨겨두었던 조그만 우상이 바로 드라빔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본문에 나오는 미가라는 사람은 미가서의 주인공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18장에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러 다니던 단지파 사람들이 미가의 우상을 탈취하고 그가 임명한 제사장까지 납치해 자기들의 제사장으로 삼았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절을 보겠습니다.
1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고, 단 지파는 이스라엘의 지파들 가운데서, 아직 그들이 유산으로 받을 땅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그들이 자리잡고 살 땅을 찾고 있었다.
이스라엘 12지파가 각자 살 땅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지만 단 지파는 아직 할당된 땅에 정착하지 못하고 새로운 땅을 찾아나섰다가 미가를 만나 이런 황당한 짓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질서하고 황당한 일이 일어난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17장 6절을 보겠습니다.
6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뜻에 맞는 대로 하였다.
왕이 없었기 때문에 제 멋대로 행동했다는 것입니다. 왕이 있어야 되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사사기의 종반부는 왕이 있어야 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글입니다. 주변 민족들은 종족별로 뭉쳐서 싸우는데 이스라엘은 지파별로 흩어져서 느슨한 상태로 연대하다 보니 지파별로 갈등도 많고 외적을 상대로 싸울 때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입니다. 왕정으로 이어지는 과도기를 설명하는 부분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