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보정산방 원문보기 글쓴이: 여수동좌
(표1) 영문지명사전의 내용 | ||||||||
구분 |
자료수 |
구분 |
자료수 |
구분 |
자료수 | |||
Bay |
만 |
80 |
Island |
군도 |
11 |
Port |
항구 |
22 |
Beach |
해안 |
25 |
Islands |
도서 |
2,882 |
Rampart |
성벽 |
30 |
Cape |
곶 |
106 |
Lighthouse |
등대 |
15 |
Rock |
바위 |
1,060 |
Cave |
굴 |
228 |
Marshy land |
습지 |
1 |
Spring |
샘 |
113 |
Falls |
폭포 |
197 |
Mountain |
산 |
8,827 |
Straits |
해협 |
8 |
Ferry |
나루터 |
915 |
Mountains |
산맥 |
64 |
Stream |
하천 |
2 |
Foreshore |
갯벌 |
11 |
Park |
공원 |
1 |
Valley |
골짜기 |
437 |
Forest |
숲 |
1 |
Pass |
고개 |
6,188 |
Village |
마을 |
78,249 |
Harbor |
포구 |
3 |
Peninsula |
반도 |
4 |
|
|
|
Hot spring |
온천 |
1 |
Plain |
평야 |
442 |
|
합계 |
99,923 |
이러한 숫자의 나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지명이 변경된 사례와 관련하여 지명관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책을 짚어본다.
행정구역 별로 각각인 산 이름
영문지명사전의 산 중에서 산과 봉으로 끝나는 것 8,083개를 1:25000지형도에 의하여 확인한 결과 한 개의 산이 2개 이상의 읍· 면· 동 단위 행정구역 경계에 있는 것은 행정구역 별로 각각 등재되어 있어 중복된 것 3,042개를 제외하니 5,041개이고, 이 중 200여개는 행정구역별로 각각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표5).
이렇듯 많은 산이 2개 이상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지명 관리가 산 위주가 아닌 행정구역 단위로 이루어졌고, 지명을 제정· 변경하는 법 조항이 허술했거나 지명위원회가 허술하게 운영된 탓으로 보인다.
개정전 측량법 제58조 제2항은 ‘시·도지명위원회는 시·군·구지명위원회의 보고를 받아 지명을 심의·결정하여 중앙지명위원회에 보고하며, 중앙지명위원회는 시·도지명위원회의 보고를 받아 이를 심의·결정한다’라고만 하여 둘 이상의 시· 도나 시· 군· 구가 접하고 있는 경우에 지명제정이나 변경에 관하여는 별도 규정이 없다.
그렇더라도 위 법조항이 하나의 산 등에 하나의 공식지명을 두기 위한 것이라는 법 취지를 이해한다면 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더라도 같은 시· 도내의 다른 구· 시· 군이라면 시· 도지명위원회가, 시· 도가 다르다면 중앙지명위원회가 인접 행정구역의 지명위원회로 하여금 심의토록 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아 심의· 결정했어야 했다.
2006년 12월 20일 뒤늦게나마 위 측량법 제58조 제2항은 문제점을 보완하여 본문 다음에 ‘다만, 심의·결정사항이 2 이상의 시·군·구에 걸치는 경우에는 시·도지명위원회가 해당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의견을 들은 후 심의·결정하여 중앙지명위원회에 보고할 수 있고, 2 이상의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에 걸치는 경우에는 중앙지명위원회가 해당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어 심의·결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가 신설됐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은 신설된 이 단서 규정마저 따라도 되고 따르지 않아도 되는 임의규정이라고 하면서 개정규정이 공포· 시행된 이후에도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에 위치한 속리산천황봉을 경상북도의 보고를 받아 충청북도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중앙지명위원회의 심의· 결정을 거쳐 2007년 12월 27일 지명변경을 고시했다(표2).
(표2) 변경 전후의 고시내용 2007년 9월 발행 영문지명사전의 속리산과 천황봉(기왕의 고시내용)
2007.12.27 지명변경 고시 내용
둘 이상의 행정구역에 속한 지명은 행정구역별로 각각 고시되고 있다. 그런데 상주시와 경상북도는 천황봉을 고시한 사실이 없으면서 천황봉을 천왕봉으로 변경한다고 고시를 했다.
|
2007년 9월에 발간된 영문지명사전에서 확인해 보면 충청북도 보은군 내속리면에 천황봉이 있을 뿐, 경상북도 화북면에는 속리산만 있고 천황봉이라는 지명은 없다. 그러니 경상북도지명위원회는 지명을 변경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지명위원회가 경상북도의 보고만을 가지고 심의· 결정을 해서 고시했고, 그래서 속리산 최고봉의 공식지명은 보은군의 천황봉과 상주시의 천왕봉이 공존하게 되었다.(보은군지명위원회가 지명변경을 결정하긴 했지만, 충청북도 지명위원회와 중앙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시된 바는 없다)
그러나 새로 인쇄되는 지도에는 천왕봉이라고 표기를 하게 될 것이고, 천황봉이 표기된 옛 지형도와 천왕봉이 표기된 새 지형도 중 어느 것이 맞느냐고 하면 최신 지도를 참고하라고 할 것이다. 즉 천왕봉이 맞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고시지명 대로라면 보은군에서 오르면 천황봉이고, 상주시에서 오르면 천왕봉이다. 지리산도 중산리에서 오르면 자이산, 추성리에서 오르면 지이산이고 유평리에서 올라야만 지리산이다(표3).
(표3) 지리산의 세 이름
영문지명사전은 행정구역별 알파벳순서로 각각 따로 기재되어있어 서로 다른 산으로 보이지만, 경위도를 보면 모두 하나의 산이고, 지형도에는 지리산으로 표기했다. |
이렇듯 하나의 산에 둘 이상 고시된 공식지명이 존재하다보니 고시됐으면서도 지형도에 오르지 못하는 산 이름이 있는가하면, 고시가 안 된 산 이름도 버젓이 올라있는 것도 수두룩하다. 2003년 초 구입한 1:25000지형도 700여 도엽 중 새로 취득한 2005년 이후 인쇄분 136도엽을 비교해 본 결과 35%인 48개 도엽에 고시가 되지 않은 187개 산 이름이 새로이 표기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형도 상에 보다 많은 정보를 부여하기 위해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명칭을 조사· 표기한 것이라고 했다.
법 규정을 무시한 지형도
지형도에 표기되는 지명은 지방자치법에 의한 시· 도, 구· 시· 군, 읍· 면· 동과 리 등 행정구역 명칭인 법정지명과 산지· 하천· 평야· 해안·숲· 취락 등 자연지명, 그리고 수리· 수산· 제조시설 등 경제활동시설, 도로· 숙박 등 교통관련시설, 관공서와 여가· 관광· 교육· 종교 등 사회문화시설을 포함하는 인문지명으로 구분된다.
행정구역 명칭은 법률로 정해지고 인문지명은 시설자 등이 정하는 고유명칭이 있지만, 자연지명은 이름을 붙이는 특정한 주체가 없어 강과 하천과 같이 하천법에 따라 그 구간과 이름이 지정되는 것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측량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지명이 제정· 변경되고 있다.
1:25000지형도에서 법정지명은 빠짐없이 표기되어야 하고, 고시된 자연지명은 여백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도로, 그리고 인문지명은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조사· 표기 되어야 할 것인데, 국토지리정보원은 고시하고 표기해야 할 산과 고개 등 자연지명과 임의로 조사· 표기할 인문지명을 혼동해서 자연지명을 마구잡이로 표기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밀양의 부북면과 상동면 경계에 있는 산은 옥교산과 옥교봉으로 각각 고시되어 있는데, 이를 옥교산으로 표기하다가 옥교봉(옥교산)으로 두 이름을 같이 표기하기도 하고, 양양군의 노고봉은 폐지한다는 고시가 없었음에도 지형도에서 그 이름이 사라졌다. 정선과 영월 경계에 있는 산은 1961년부터 고시지명이 두리봉과 두이봉인데, 계속 두위봉으로만 표기하고 있다.
충남 서산의 고시지명 몰니산이 지형도에 沒混山(몰곤산)으로 표기되어있어 沒泥山(몰리산)의 오식이 아니냐는 문의에 대해 1961년 4월 22일 지명정비가 이루어진 사항으로 현시점에서 오류가 있다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없으므로 지명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답한 국토지리정보원이 고시도 안 된 지명을 표기하고 고시된 지명을 임의로 바꾸어 표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허울뿐인 지명위원회
행정구역별로 지명위원회가 수직으로만 기능하다보니 이중 고시의 문제점이 있는 것은 법조항의 미비였다고 치더라고 하나의 산에 같은 행정기관이 2개 산이름을 고시한 것은 어떻게 볼 것인가. 합천군· 거창군 경계의 가야313 삼각점이 있는 1,112.9m봉은 1961년 4월 22일 합천군 가북면 치인리 소재 남산으로 고시됐다. 그 후 2002년 1월 5일 인접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소재 남산을 추가 고시 하면서 같은 날짜로 그곳에 또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소재 깃대봉,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소재 난석산을 각각 고시했다.
영문지명사전의 경‧위도를 지도에 표시하면 그림과 같이 남산‧ 난석산‧ 깃대봉이 1.112.9m봉을 중심으로 삼각형을 이룬다. 이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위치를 경‧위도 모두 10″(초)단위를 쓰고 있기 때문에 위치가 조금씩 달라 보일 뿐이며, 실제로는 모두 하나의 산이다. 깃대봉과 난석산은 기존의 남산에다 중복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합천군지명위원회와 거창군지명위원회는 형식적인 심의만을 했고, 경상남도지명위원회와 중앙지명위원회도 한 일이 없다. 현장답사도 실시하지 않고 지형도마저 살펴보지 않은 채 작성된 문서가 버젓이 각급 지명위원회의 심의‧ 결정 결과가 되어 고시가 된 것으로 보인다(그림2. 표4).
(표4) 남산‧깃대봉‧난석산 고시내용
*경도와 위도는 10초 단위의 기존 동경기준좌표가 세계좌표로 환산된 것이다. |
그리고 옥천군은 1961년 4월 22일 이원면과 군서면에 각각 고시된 장용산을 1999년 5월 1일 이원면에 고시된 장용산만 장령산으로 변경고시하고, 지형도에 장령산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옥천군이 운영하는 휴양림은 아직도 장용산자연휴양림으로 부르고 있으며, 옥천군 홈페이지 ‘관광옥천’에도 명산7선에 장용산, 명소8선에 장용산휴양림으로 소개하고 있다.
부안군도 1961년 4월 22일 변산면과 하서면에 각각 의상봉을 고시했는데, 그 후 하서면은 그대로 둔 채 변산면만 기상봉(岐上峰)으로 2000년 1월 4일 변경 고시했다. 그런데, 지형도에는 변경 후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부안군 홈페이지 관광정보는 지금도 변경 전의 명칭인 의상봉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시· 군· 구 지명위원회 위원장이 당해 시장· 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사례는 각급 지명위원회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영문지명사전의 산에는 령· 치· 재· 현· 골· 곡 등으로 끝나는, 산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 168개가 있다고 했다. 그 중 령으로 끝나는 39개를 보면 건의령· 백봉령· 운두령 등 지형도에 고개로 표기되는 것이 분류가 잘 못 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나 철갑령· 치술령과 같이 산정에 표기된 것도 있다.
명확하지 않은 지형도 표기
39개 영을 대동여지도와 동여도에서 보면 9개가 보이고, 이 모두 도로가 산줄기를 넘어가는 곳에 있다. 주문진읍 홈페이지에서 보면 철갑령은 옛날 연곡면 삼산리 부연마을에서 주문진으로 장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고, 동여도나 대동여지도에서 보면 치술령은 경주에서 울산으로 가는 도로에 있고, 현 지형도에 치술령이 표기된 곳에는 묵장산(墨匠山)이 있다. 그런데 일제 지형도를 보면 철갑령과 치술령은 현 지형도와 같이 산정에 표기가 돼있다. 그러니 령· 치· 재 등을 산정에 표기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잘못된 것이 분명하고, 국토지리정보원은 그것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그림3).
덧붙여 지도에 기호가 없이 문자로만 표시하는 산, 고개, 바위 등은 그 위치가 불명확해서 지도를 보고 그곳을 찾기가 어려운 곳이 많다. 영문지명사전의 산을 지형도에서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산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200개가 넘고, 실제 산행에서 고개나 바위 등의 위치가 애매하거나 지도 표기와 달라 확인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예를 들면 충남 서산시의 쉴터재는 618번 지방도가 고개를 향해 올라가는 도중의 면 경계선이 지나는 곳에 표기돼 있고, 정작 고개에 이르러서는 수창봉이란 엉뚱한 산 이름이 표기돼있는데, 그 서쪽에 있는 수정봉(453m)이 일제 지형도에 水昌峰(수창봉)으로 표기돼있다(그림4). 지리산 만복대에서 견두산을 향해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폭 5m 높이 3m정도의 요강바위(고시지명은 오강바위 임)는 실제 위치와 표기위치가 달라 지도만 보고는 찾기 쉽지 않다(그림5).
또한 지도에서 보는 산 높이도 지도마다 제 각각이다. 산 높이는 측량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인은 그 내용을 쉽게 알아 볼 수가 없어 최신 지형도가 아니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 나타난 산 높이가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 할 방법이 없다. 강 이름도 하천법에 따라 정해진 이름과 다르게 표기된 곳이 있어 혼동하기도 한다.
산림청은 지명고시가 안 된 산 이름을 사용하지 말아야
산림청은 등산지원팀을 만들어 등산객을 위해 숲길조사를 하여 등산로를 정비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숲에on'사이트에 수록된 1,008개의 산 중 200여개가 지명고시가 안 된 산 이름이라는 것이다. 100대 명산으로 소개된 산 이름 중에서조차도 7개가 지명고시가 되지 않았거나 고시지명과 다른 이름이다. 산림청은 산 이름과 같은 자연지명의 오류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으로서 엄격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산림청은 2004년부터 ’우리 산이름 바로찾기‘란 이름으로 일제에 의해 왜곡된 산 이름을 바로잡는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자풀이나 하며 억지 주장을 펴는 어설픈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말았다.
산림청은 고시지명조차 없이 산림청의 ‘숲에on'사이트에 수록되어 있는 200여개 산에 대해서 관련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서 각 시· 군· 구에 지명제청 요청을 했어야 하고, 그렇게 못해서 공식지명이 없다면 그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야 옳다. 일반인 들이 이를 공식지명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세운 표지석(일명 정상석)은 그 산을 찾은 사람에게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러므로 산 정상의 표지석은 반드시 고시된 공식지명을 나타내야하고, 공식지명이 표기되지 않은 표지석은 산림청이 앞장서서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산림청은 오히려 고시되지 않았거나 통일된 이름이 없는 산에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주장에 따른 표지석을 헬기까지 지원해서 설치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은 산 이름의 변경과 관련해 살펴보자. 인왕산의 왕(旺)자가 日+王이고, 천황봉의 천황(天皇)이 일본의 왕을 빗댄 것이라고 하며, 이는 일제의 잔재라고 하면서 이름을 바꾼데 대한 진실은 이미 본지 2008년 2월호에서 밝힌바 있어 생략하고, 지난해 12월에 고시된 상주의 백화산과 포성봉의 지명제정과 변경을 살펴본다.
엉터리 한자풀이로 바뀌는 산 이름 들
대구인터넷뉴스에는 ‘일제에 이름 빼앗긴 경북 상주 ‘백화산’ 지명 되찾아‘라는 제목하에 ‘최근 국토정보지리원은 중앙지명심의회에서 심의 결정한 상주의 명산 중 하나인 해발 933m의 백화산의 지명을 제정했다. 국토정보지리원은 지난 12월26일 민족정기를 끊기 위한 일제의 말살책으로 삭제돼 지금껏 이름이 없던 백화산의 이름을 정식으로 제정했다. 또 최고봉인 한성봉 역시 일제에 의해 ‘일본이 포획했다’는 의미의 포성봉으로 오기되어 오던 것을 상주시와 ‘백화산을 사랑하는 모임’의 협조로 변경했다.‘ 고 보도했다. 이름을 바꾼 주된 이유 역시 인왕산·천황봉과 같이 일제가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정보에서 포성봉을 보면 ‘백화산맥중 최고봉을 가리키며 백화산, 포성봉이라 칭함.’ 이라고 하여 주된 산 이름을 백화산이라고 하면서도 지형도에 그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은, 관련 지명위원회가 산 이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었다고 치고, 이를 40년이 넘도록 방치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여기다 왜 일제잔재를 앞세우는가.
또한 포성봉을 일제잔재라고 하는 주장은 인왕산의 경우와 같이 서투른 한자풀이에 불과하다. 일제 지형도를 보면 백화산은 백화산맥으로, 포성봉은 捕城峰이 아니라 土甫(흙토변에 클보 한 글자임. 이하 같음)城峰이다. 그러나 우리 지형도에는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한자 土甫(=땅이름 포) 대신 음이 같고 모양이 비슷한 捕(=사로잡을 포)자를 썼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행위를 일제잔재로 몰았으니 정말 어처구니없다(그림6)
산 이름과 같은 자연지명은 구전으로 전해오다가 어느 시점에서 책이나 지도에 오르게 된다. 우리의 고지도 등을 보면 하나의 산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기록되기도 하고, 같은 소리가 나는 이름이라도 한자가 다른 것이 많다. 기록은 가만히 있지만 구전은 입에서 입으로 살아서 전해지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베끼지 않고 실제로 조사를 해서 만드는 기록은 예전의 기록과 일치할 수 없다.
일제는 우리 산하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비밀창고를 만들고 우리의 얼을 빼어 그곳에 정리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일제가 만든 우리나라 지형도다. 일제는 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天皇이란 명칭이 포함된 우리나라 지명조차도 별도의 수정 없이 그대로 수록했다.
그리고 말과 글이 서로 다른 지명에 대해서는 글은 한자로, 말은 가타카나로 그대로 기록해 놓았다. 즉 白磊山(백뢰산)을 힌데미산으로, 甑峰(증봉)을 시루봉으로, 뿐만 아니라 穴山(혈산)은 구멍의 우리 옛말을 써서 구무산이라고 했다(그림7). 이렇게 기록을 한 남한의 산 이름이 2,500여개로 극히 일부가 일제가 옮기는 과정에서 그들의 손때가 묻기도 했고, 해방 후 우리가 되찾아 옮기면서 우리의 손때가 묻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일제 지형도 남한의 산 중에 한자가 없이 가타카나로만 쓴 것이 고루포기산과 2개의 가루미봉으로 모두 3개인데, 가루미봉은 갈미봉이 됐지만 고루포기산은 1961년 4월22일 골폭산과 고루포기산으로 각각 고시 되고, 지형도에는 고루포기산으로 표기돼 있다. 이는 일제의 손때가 묻은 것으로 보인다(그림8).
그리고 일제지형도에 덕항산(德項山)은 덕메기봉으로, 凌項峰(능항봉)은 능메기봉으로, 獐項山(장항산)은 노루메기산 으로 표기된 것이 덕항산(德項山· 변동없음), 능경봉과 능메지봉, 노루목이산으로 각각 고시됐는데, 이 중 능경봉과 위의 포성봉, 그리고 문경의 마폐봉으로도 고시된 마역봉 등은 우리의 손때가 묻은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바꾸는 두 번째 이유를 보면 고전이나 옛 지도 또는 옛 건물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전이나 옛 지도는 우리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이다. 그렇지만 기록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살아서 구전되는 것은 몇 백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가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변하기도 한다.
진안의 운장산은 여러 기록에 珠崒山(주줄산)으로 기록이 되었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아 현 지형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남해의 납산은 오랜 세월동안 그 이름을 지켜왔다. 한글로 기록에 오를 수 없어 납(원숭이의 옛말)과 같은 뜻의 猿(원숭이 원)자를 써서 일찍이 원산이라고 기록에 올랐고, 1961년 4월 22일 우리말 이름 납산으로 고시되어 지형도에 올랐다.
근래에 남해군은 원산봉수대라고 불리던 납산의 옛 봉수대를 새로 축조하고, 호구산봉수대라는 엉뚱한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그래서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은 호구산이 공식지명이고 납산이나 원산은 속칭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록으로 보면 호구산이란 이름은 납산에 들어와 자리 잡은 용문사가 일주문에 쓴 이름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된 이름이 아니다(본지 2006년 4월호 337쪽 참조).
매봉이나 鷹峰(응봉)과 같이 말로는 납산, 글로는 猿山(원산)으로 수백 년을 이어온 정겨운 이름을 버리고 굳이 절이 일방적으로 일주문에 써 놓은 호구산이란 이름을 따라가야겠는가. 그래도 따라가겠다면 절차에 따라 지명변경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그림 9).
대동여지도와 동여도에서 찾아본 남한의 2,079개 산 이름과 두 지도에서 이름을 각각 달리 표기한 46개를 더한 2,125개의 산 이름을 2003년 초 현재 발행된 지형도에서 찾아본 남한의 5,235개의 산을 위치에 관계없이 이름으로만 비교해 보니 50%가 조금 넘는 1,100개 정도가 같고 한자까지 같은 것은 40%에 못 미치는 820개 정도에 불과했다.
거제의 가라산, 울진의 안일왕산, 상주의 알운산 등 현 지형도에서 누락된 산 이름도 일부 있지만, 많은 이름들이 위에서 언급한 주줄산처럼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구전되어온 것은 그 근거는 찾을 수 없더라도 우리 조상의 얼이 담긴 살아있는 소중한 것이다. 옛 기록도 중요하지만 구전되면서 살아 전해지는 것은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
요구와 건의사항
위에서 본 사례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 건의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명대장을 재정비할 것을 건의한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명이 이중으로 고시된 것은 지명위원회에도 문제가 있지만 지명관리체계에 더 문제가 있다. 지명관리를 행정구역별이 아닌 지명별로 하고 지명대장을 재작성하기를 바란다. 지형도와 대조하면서 한번만 수고를 해주기 바란다. 손이 모자란다면 협조할 자원봉사자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시되지 않은 지명이 모두 밝혀질 것이다. 꼭 필요한 것은 지명위원회를 거쳐 고시를 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 삭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장을 기초로 이중 지명을 확정짓고, 기타 산· 봉· 바위 등의 정확한 위치와 같이 현지 확인이 필요한 것은 산림청과 협력하여 문제되는 지명은 한꺼번에 지명위원회의 지명변경 절차를 밟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경·위도로 표시하는 위치는 실측이 아니더라도 1/10초 단위로 써 주기 바란다. 1:50,000지형도에서 1/10초 단위로 취득한 좌표 값이면 등산용GPS로도 그 지점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또 실질적인 지명위원회가 되기 위해서는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명의 제정· 변경은 신청서가 접수되면 즉시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에 2개월 이상 공시하여 의견을 접수하고, 각급 지명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심의하며, 의견제출자가 원하면 심의에 참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자.
산의 높이도 고시내용에 추가하여 측량성과에 따라 높이가 달라질 때는 측량성과고시와 함께 지명변경고시를 하도록 하고, 산의 폐지나 높이 변경 등은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변경고시를 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 주기 바란다.
또한 문자로만 표기되는 주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기호를 추가하고(예: 산으로 분류되는 것은 삼각점보다 작은 삼각▲, 고개‧ 바위 등은 작은 원○ 등), 하천법에 따라 지정된 강 들을 가능한 한 지형도에 많이 표기하고, 지정되지 않은 이름 들은 삭제해 주기 바란다. 또 지도제작자가 만든 지도를 심사할 때 고시되지 않은 자연지명은 고시지명과 쉽게 구분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산림청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완벽한 지명대장을 만들도록 협력한 후 이를 기초로 산과 봉의 범위를 정하고, 산에 속하는 봉과 독립된 봉을 구분하여 산 일람표를 만들기를 바란다. 산의 높이를 측정하고 산 이름을 정하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작업이 구슬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것은 산림청의 몫이 아니겠는가.
나아가 사라지는 산 이름들을 찾아 보존하고, 산줄기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기틀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고개도 산과 같이 정비하고, 마을은 국토지리정보원이 행정안전부와 협력하여 자연지명을 완전히 정비하여 지명을 처음으로 일괄해서 고시한 1961년의 50주년인 2011년 이전에 흠이 없는 완벽한 지도와 함께 정확한 통계자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든 사람, 국가기관을 포함한 모든 단체에 바란다. 지명변경은 가능한 한 하지 않기를 . 더 이상 일제잔재를 앞세운 허황된 주장을 하지도 말고, 이런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말자. 일제 지형도는 일제가 만들었지만 그 안에는 우리 조상의 얼이 숨 쉬고 있다. 손때가 묻은 것이 있으면 닦을 일이지, 조상의 얼에 침을 뱉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옛 문헌만을 앞세워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경계하자. 미라가 된 기록은 미라로 보존하고 구전되어온 살아있는 이름은 계속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글 박성태<신산경표>저자 월간山 4월호
<표5>두 개 이상의 이름으로 고시된 산(누르시면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제가 한번 제도적인 부분은 살펴서 개정하도록 하여 보지요. 좋은 자료입니다 . 참고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