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주상절리길
조 광 연
하늘이 어쩌면 이렇게 곱고 파아랄까? 군데군데 하얀 구름 띠가 드리워져 마치 오로라가 하늘로 오르다 옆으로 펼쳐져 누워있는 모습이다. 흰 구름을 한 아름 안아서 흩뿌려 놓은 듯하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아침에 나올 때만 해도 안개가 자욱했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23.9.22.)은 농협 조합원들이 산행을 하는 날이다. 말이 산행이지 둘레길을 걷는 등 가벼운 산행을 해왔다고 한다. 그동안 이런 일 저런 일로 참여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오늘 행선지는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다. 한탄강이라 하면 협곡의 강으로 경관이 매우 좋다는 이야기는 오래전에 들었지만 잊고 있었다. 비 온 뒤여서 한층 깨끗해진 아름다운 산하가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보며 얼마 전에 몽골에 다녀온 생각이 난다.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과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을 보며 경탄했었지만, 오늘 보이는 우리 산하와 하늘을 보며 몽골보다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무려 네 시간을 달리고 달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에 있는 '순담주차장'에 도착했다. 우선 지명부터 순박한 느낌이다. 매표소에서 물어보니 군탄리에 있는 '순담'이라는 자연부락 이름이라고 한다. 초입부터 풍광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주상절리길 입구로 들어서 좁다란 데크길을 조금 지나니 확 틔인 계곡이 나오고 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쉼터가 있다. 순담계곡쉼터다. 안내도를 보니 순담매표소에서 드르니 매표소에 이르는 잔도가 3.6km이고 폭이 1.5m라고 되어있다. 중국의 장가계 절벽에 설치돼 있는 잔도를 TV에서나 봤지만 우리나라에도 강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에 잔도가 있음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걸으면서 탄성이 계속 터져 나온다. 잔도가 한자어로 무슨 의미 인가 하고 찾아봤다. 사다리 잔(棧) 자를 써서 잔도라 한다. 그러고 보니 사다리를 옆으로 뉘어 놓은 것 같다. 문득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쓸까?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꿔 부를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순우리말인 ‘선반길’은 어떨까?
순담계곡쉼터를 지나 밑이 내려다 보이는 잔도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보며 조금 가다 보니 순담스카이전망대'가 나온다. 반달모양으로 계곡의 중간까지 허공으로 이어지고 높이는 족히 50m는 돼 보인다. 바닥이 사각 철판망으로 되어 있어 그런지 물이 흐르는 모습이 보임에도 별로 무섭지가 않다. 유리 강판으로 되어 있는 경우는 바닥 전체가 다 보여서 더 무섭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말로만 듣던 잔도, 주상절리와 계곡을 흐르고 있는 강물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지고 탄성을 터트리며 사진도 찍어가며 바쁘게 걷는다. 화강암 절벽을 볼 수 있는 첫 번 째 출렁다리 단층교가 나온다. 이어서 하천활동으로 바위가 깎여 나가고 마치 돌을 세워 놓은 듯한 모습의 바위가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선돌교를 조금 지나니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끓어오르는 듯 한 소리가 난다 해서 붙여진 구리소쉼터가 나온다. 암반 바닥에 생긴 원통 모양의 깊은 구멍이 있다는 돌개구멍교를 지나며 이름이 재미있어 두리번거려 봤지만 찾지 못했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알고, 보기 위해서는 전 구간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걸어야 할 것 같다.
강바닥이 급경사로 인해 물 흐름이 빨라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한여울교를 지나 이 주상절리길에서 제일 긴 다리인 화강암교를 지나며 출렁거림에 스릴을 맛보기도 한다. 화강암이 가로로 갈라진 수평절리를 볼 수 있는 수평절리교를 건너 샘소쉼터에 이른다. 열 곳의 쉼터 중 가장 넓고 유일하게 화장실이 있는 곳이다. 바위그늘교, 쪽빛소쉼터를 지나고 한탄강 CC 골프장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온다는 2번홀교를 지나 걸어온 잔도와 주상절리를 되돌아볼 수 있고 걸어갈 구간을 멀리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한탄강 스카이전망대에 올라 잠깐 휴식을 취한다. 동주황벽쉼터에 이른다. 한탄강 제일의 주상절리 구간이며 아래쪽은 검은색과 위쪽은 황토색과 암갈색을 띠고 있어 햇볕을 받으면 절리벽이 황톳빛으로 물들이는 보습을 보이고 철원의 옛 지명인 ‘동주’를 따 동주황벽이라 했다 한다. 이어서 현무암교와 현화교, 돌단풍쉼터와 돌단풍교를 지나 두 마리의 자라 모양 바위를 볼 수 있는 쌍자라바위교를 건너간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해설사, 안전요원들과 잠깐잠깐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이 온 일행들은 어디까지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쉬엄쉬엄 가도 될 터인데 왜 그리 달려가듯 갔을까? 어차피 드르니매표소 밖에 나가 앉아 있을 것을...
부지런히 걷고 걸어 드르니스카이전망대에 잠깐 들르고 주상절리교, 너른바위쉼터를 지나 이어지는 민출랑쉼터, 왕정랑쉼터, 동은동쉼터를 지나 드디어 드르니매표소에 도착한다. 보통 한 시간 40분에서 두 시간 소요된다는 이 주상절리길을 두 시간 반 넘게 걸어온 셈이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이 2020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으며 3.6km에 이르는 잔도는 2021년 11월 19일 개통되었다. 해설사로부터 받은 기록을 보니 2023년 10월 2일 현재 1,592,882명이 다녀갔으며 입장료 수입이 116억 6,200백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최전방이며 오지로 알려진 철원군이 이런 관광자원 개발로 전국에서 탐방객이 몰려들어 특수를 누린다고 하니 정말 기쁜 일이다. 관광공사와 여행사들이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들도 이곳으로 적극 안내하면 좋겠다. 제대로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보고 배우는 탐방을 하려면 2박 3일 정도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 휴전선으로 막혀 한탄강 발원지인 북한 지역 평강군까지는 못 가더라도 우리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해설사와 함께 한탄강 탐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았으면 좋겠다.(‘23.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