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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광주항쟁과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미사에는 70여 명의 사제를 포함한 450여 명의 신자 및 시민들이 참석했으며, 내내 용산 현장에서 섞여 지내던 경찰도 미사에 한 몫 했다. |
광주민중항쟁 29주기를 맞이하여 서울 용산참사 현장에서 오후 7시에 오체투지순례단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 70여명이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서 주례를 맡은 김인국 신부(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는 "5.18민중항쟁처럼 용산참사의 진실이 완전히 규명되기를 바란다"며 미사를 시작했다.
김남주 시인의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마라'는 시가 독서로 낭독되었다. "바람에 울고 웃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마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일어나거나 쓰러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월은 "한 입의 아우성과 함께 치켜든 만인의 주먹이었다. 피와 눈물 분노와 치떨림 이 모든 인간의 감정이 사랑으로 응어리져 증오로 터진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이었다"는 것이다. "학살과 저항의 사이에는 바리케이트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는 서정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송경동 시인이 부른 제2독서에서는 "죽은 자에게까지 투쟁을 요구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이 야만의 세계, 이 예의없는 세상을 철거하기 위해 철거당해야 할 것은 벌거벗은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뜨거운 3자 연대가 아니라 너희들의 부정한 착취와 독점과 공권력이라고... 오, 산자들이여, 나는 죽어서도 투쟁한다. 죽어서도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죽을 수 없는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고 절규했다.
강론에 나선 안충석 신부(서울대교구 일원동성당)는 5.10 광주영령들과 용산참사로 죽임을 당한 이들은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과 같은 반열에 있음을 확인한다"면서 "이미 용산에서 타오른 불씨는 계속 타올라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신부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날이 1월 19일임을 기억하면서, 긴급전화 119를 떠오르게 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는 "살려달라"는 구조요청이며, 당장에 정부와 공권력이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시인하여 불을 끄지 않으면 급기야 온 국민이 다 타죽게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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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경 씨는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이미 승리했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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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산 어린이가 <일어나> <희망의 노래><평화의 노래> 등을 불러 고난과 투쟁으로 지친 유가족들의 마음에 잠시나마 기쁨을 안겨 주었다. |
유가족인 전재숙 씨는 성직자들이 이렇게 함께 있으니 감사의 눈물이 흐르고, 한편으론 정말 살고 싶어 망루에 올라간 이들을 죽이고도 응답이 없는 정부 때문에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한 김강산 어린이(7세)가 조막손으로 기타를 치며 '일어나'를 부르면서 참석자들은 숙연한 가운데 기운을 얻었다.
미사 끝무렵에 용산현장 부근에서 보경식당을 운영했던 가톨릭신자 최순경 씨는 "바로 옆에 남아서 돕는 사람이 이웃"임을 상기시키며 "정부가 두렵고 우리 힘이 미약한데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세 분의 성직자(수경 스님, 문규현-전종훈 신부)가 저희를 구제하러 오셨다"는 것이다. "고통과 수모를 겪고 멸시 받을 때 하느님이 저희를 구원하러 대변인을 보냈다. 이렇게 많은 대변인들이 와서 미사를 올리니 힘이 나고 용기가 생겨 두렵지 않다. 우리는 벌써 승리한 것이다."
한편 서울에서 열리는 2009년 아시아주교회의연합 총회 준비 국제포럼에 참석중인 인도 출신 데스몬드 드 수좌 신부(전 FABC 사무총장)이 미사에 참석하여 "우리는 올해 '아시아에 살아계신 성체'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이곳이 곧 성체 안에 드러난 예수의 고난과 승리가 새겨진 공동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자들은 예수를 죽였지만, 하느님 눈에는 오히려 권력자들이 죽고 예수가 살아 있다"고 말하면서, "이 싸움은 하느님의 싸움이며, 여러분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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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체투지로 함께한 문규현 신부와 용산 매일미사를 집전했던 문정현 신부가 앉은 자리 앞에서 용산 참사를 다룬 <여기 사람이 있다>란 책이 올려져 있다. |
한편 미사 후에 가진 뒷자리에서 문정현 신부는 <지금여기>에 "우리들이 용산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은 새로운 교회공동체의 탄생이며, 교회를 떠난 이들이 용산 미사를 통해 신앙공동체로 되돌아오고 있다. 우리들이 하느님이 계시는 삶과 투쟁의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 증언하고 신학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서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용산은 경제를 위해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하찮게 여기는 세력과 인간성을 지키려는 세력의 큰 싸움이 일어나는 태풍의 핵이다.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억울한 누명이 풀어지지 않는 한 차라리 내 목숨도 가져가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역시 이 자리를 떠날 수 없고 공권력이 잡아가더라도 진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정부는 도덕성을 잃었으며, 데스몬드 신부의 말처럼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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