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는 50대 초반의 여성이었는데
10월 찬바람이 불 때 입은 내복을
이듬해 4월에서야 벗는다고 했습니다.
"스님, 저는 겨울이 너무 힘들어요. 시시때때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한기가 들어 괴롭습니다."
"애는 몇이나 낳으셨어요?"
"딸 하나 아들 하나, 둘이요."
"언제 낳았고 출산 후 몸조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딸은 겨울에, 아들은 가을에 낳았어요.
친정엄마가 7주일 씩 와서 봐주셨고 특별한 산후조리를 한 것은 없네요. 첫애 땐 딸이라고 천기저귀 빨아서 채웠는데 둘째 때는 힘들어서 사서 썼어요"
"지금 추위를 많이 타는 이유는 산후풍으로 인한 것입니다. 그 때 들어온 냉기들로 인해 나이를 먹은 지금 힘든 것이에요."
그 때가 10월 중순이었고
저는 그 분에게 냉기빼는 건강식품을 먹고 찜질과 함께 손발가락 운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정말 좋아질까요?"
"네, 몸이 따뜻해지고 추위도 안타실 겁니다. 처음 몇 번은 힘들 수 있는데 참고 하다보면 몸안에 있던 냉기가 나가면서 몸이 따뜻해질 겁니다."
한 달을 열심히 하고 갔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스님, 어제 제가 시내를 걷고 있는데 첫눈이 내렸어요.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고 감성에 젖어있는데 문득 '어? 내가 내복을 안입었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아차 싶어 몸을 느껴보니 글쎄 하나도 안추운거 있죠?"
하면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이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게 됐네요. 축하드려요."
"감사해요, 스님. 정말 신기해요. 저 안추워요."
눈을 보며 걷는 게 즐겁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고 살다살다 이런 날도 있다면서 저에게 기쁜 마음을 전하셨어요.
여름에 에어컨 바람도 싫고 겨울 찬바람은 더 싫은 분들이 계시다면 희망을 가지세요. 몸에 냉기가 들어 그런 것이니 냉기만 빼면 저 여성분과 같이 겨울이 좋아질 것입니다.
계룡산 약선사에서
명상스님 ( 010 - 3658 - 9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