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울산 러셀에 서식하며 유민 쌤 수업을 윈터부터 쭉 들어온, 학성고등학교의 윤성현이라고 합니다. 1년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에 수업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철학도 생기고 요령도 좀 생겼기에, 저보다 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 건 알지만 저의 시선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1. 너는 누구냐?
저는 학성고등학교 현역, 학업우수전형으로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합격하였습니다.
(수능날 2교시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서 국어 성적밖에 제시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국어 백분위 98로 1등급을 받고 수능 최저를 충족시킨 것이 이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2. 국어는 썰어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저는 수능 국어라는 것을 무기를 만들어서 뭔가를 베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학이든 독서든, 그 종류가 다를 뿐이지 그 썰어나가고 헤쳐나가는 그 본질은 동일하다고 생각했어요. 유민 선생님께서 다양한 문제를 위한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제시해 주면 그것들을 기출이라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서 만들어 낸 연습 도구에다가 연습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그 무기들을 조금 수정하기도 하고, 과감하게 어떤 무기들은 포기하기도 하면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저 같은 경우에는 쓰면서 풀기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선생님께서 소설을 읽으시는 것처럼, 키워드에다가 지정한 표시를 하면서 키워드의 상호작용과 정보 기둥이 쌓이는 과정을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유민 선생님 수업 숙제는 저녁 시간에 하고, 아침에는 유민 선생님께서 제시하셨던 무기들을 시험하고, 체화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각 해 평가원 기출이 통으로 실려 있는 문제집을 풀고, 분석하고, 앞으로 개선점을 적는 과정을 거쳤습니다.(2~3시간 정도?) 파이널 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저는 각 해 기출 연도랑 달을 들으면 그게 뭔지 술술 나올 정도로 각 기출에 진심이었고, 그 과정에 집착하면서 풀었던 것 같습니다.
(e.g. "26수능" 이라고 들으면 "담보, 칸트, 미친 집게, 범내려온다~, 감" 이렇게 뭔가 지문들이 대부분 기억나는 수준까지는 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설도 이의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공들여서 만든 무기들이 혹시 수능날 안 들지는 않을까? 이 무기들을 사용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였나?" 이런 부분들을 체크하는 용도입니다.
진짜 절대로 사설 중독되지 마세요. 제발제발
왜냐하면, 무기가 잘못된 상태에서 계속 '사설스러운' 지문들을 썰어나간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닌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뭔가 실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개념서 회독을 한 번 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괜히 가서 '감'이나 '운영력'을 올린다면서 마구 푸는 건 나락으로 가는 KTX입니다.
그리고, 사설을 풀더라도 그냥 시간 남아서 풀고, 그 후 버리는 건 정말 무의미한 행동이고, 푼 다음, 그 과정들, 지문들을 썰어나가는 과정들에 대해 끈덕지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소한 1시간씩은 썼던 것 같습니다.)
'문학의 어떤 포인트를 놓치진 않았을까?' '이런 특이한 유형은 어떻게 썰어나가야 하지?' '어떤 공부가 더 필요할까?'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민한 부분을 피드백 노트를 통해서 선생님과 공유하고, 상의를 하는 것도 정말 좋은 방향성이고, 유민 선생님 수업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인영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장점을 제발 잘 활용해 주세요.
3. 수능은 '원래' 불안하다.
재수생 분들은 아마 아시겠지만, 수능이라는 이게 사람을 미치도록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 실린 글을 정말정말정말 여러 번 봐서 아는데,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특히 더 불안합니다.
'수능 날 배가 아프면 어쩌지.'
'수능 날 글이 안 읽히면 또 어쩌지.'
'내가 안 좋아하는 그 분야 지문이 나오면 어쩌지'
'오늘 집중 뒤지게 안되네. 아 젠장할'
'누구는 무슨 대치동 암흑의 자료를 어디서 받아서 막 풀고 어쩐다는데 어쩌지' 등등등...
특히 올해는 27수능만 가지고 있는 '그' 특성 때문에 더욱 불안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도 멘탈이 꽤나 흐물흐물하면서도 바삭바삭해서 마구마구 흔들리는 편이라서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충분'했을까? 내가 '그 정도'인가? 저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자책했습니다. 실모 성적은 안 나오고, 평가원 성적도 그냥 그랬을 때는 더더욱 심했지요.
심지어 남들이 다 잘 된다고 했는데도 '아니야, 저 사람들이 내가 바자관에서 졸고, 집중을 못 하는 걸 못 봐서 잘 모르는 거야... 내가 알지.'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까지 했습니다. 이때는 참...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위로가 된 가사가 있습니다.
"Though you can see when you're wrong. You know you can't always see When you're right."
“잘못은 눈에 띄지만, 옳음은 늘 눈에 보이지는 않아.”
제가 되게 좋아하는 노래인 Vienna - Billy Joel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서 정말 큰 위로를 받은 것 같은데, 잘 하고 있을 때는 원래 보통 크게 눈에 띄지 않고, 그대로 쭉 밀고 가다 보면 수능에서 커리어하이를 찍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할 땐 할 거 합시다. 그러다 보면 수능 지문에 나오는 범내려온다를 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풀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냥 매 순간 내가 할 일을 하자. 그러면 후회는 없겠지' 이런 생각으로 밀고 가다보면 잘 됩니다. 3모, 5모 제외 모든 고3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은 적이 없고, 사설에서도 항상 84점을 받고서 수능날 백분위 98을 찍고 결국에는 최저를 맞춘 저의 말이니 속는 셈치고 한 번 믿어 주시죠.
(그리고 경험상 대치동 암흑의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맨날 자랑하는 애들 중에 잘 되는 애들은 극히 드무니 그거는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4. EBS는 까방권이자 부스터이다.
사실 저는 처음 유민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EBS 수업을 접했을 때, 조금은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맞나. 수능 국어는 글을 읽는 법에 관한 거 아닐까. 진짜로 이렇게 지식을 주입받는 것이 맞는 방법일까?'
그러나 평가원 모의고사, 수많은 사설들을 거치며, EBS의 2가지 역할을 알게 되자 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EBS는 까방권이자 부스터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문을 원래는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뭔가를 놓쳤다던지, 이해력이 부족했다던지)에서 어떤 개념이나 정의를 떠올리게 함으로 그의 이해를 돕고 문제를 풀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아는 개념이나 키워드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빨리 넘어갈 수 있게 하는 부스터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글을 읽을 때 이 정도 상식은 필요하다'라고 정한 선이라고 생각하면 공부를 할 때 느껴지는 이 특유의 시간 아까움이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주신 N제를 조금 덜 푸는 대신에, 수특에 대해서 키워드 형식으로 꼼꼼히 노트에 정리를 하면서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이 시끄럽게 할 때랑 밥 먹기 전에는 항상 회독을 함으로 학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이 있는데, EBS 내용으로 부모님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면 부모님께서 '공부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냐. 좀 쉬어라'라고 하시며 걱정을 해 주신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5. 현역들에게
현역으로 그래도 수능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수학 제외)을 거둔 입장에서 현역들에게 조언을 하나 하자면,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공부를 하십시오. 울산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저는 울산 좋아합니다.) 학교 교실이 수능날이 가까워질수록 난리가 나서 도저히 집중을 할 자신이 없는 수준까지 추락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는 EBS랑 생윤 단순 암기, 영어를 제외하고는 집중이 되지 않아서, 이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첫 수능이라서 아마 '어떻게 공부하다가 건강을 버린다는 거지? 내가 노인도 아니고? 그냥 몬스터 색깔별로 폭발 드링킹 대작전으로 상쇄해야지' 이러시면서 피곤함을 쫓으실 텐데... 유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생활 패턴이랑 운동의 중요성이 진짜 농담이 아닙니다. 저도 수험생 초반에 그러다가 후반에 비실비실하고 피곤에 쩐 인간으로 변신을 하게 되어서 지금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게 진짜 잔소리가 아니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길어야 2달인 내신처럼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6. 마지막으로
수능에 대해서 지나치게 두려움을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농부처럼 그 날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11월달에 수확하러 가는 날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농부는 수확하러 가기 전에 '수확을 잘못하면 어쩌지'하면서 밤잠을 설치지는 않잖습니까.
또... 이 글을 보게 될 학성고 후배들, 특히 학생회 후배들이랑 다시 한 번 시도하는 학성고 학생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화이팅을 보냅니다.
특히 학성고 ㅈㅇㅎ한테요. 너는 꼭 약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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