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장의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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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9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꾸준히 늘려왔다. MS의 오프라인 매장은 2009년 10월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를 시작으로 지난 주인 11월 6일 텍사스 프렌즈우드에 위치한 베이브룩 몰(Baybrook Mall)에서 성대하게 개장식을 치루며 새로 생긴 매장까지 미국 내에서만 총 106개이다. 현재 그밖에도 8군데에서 매장을 오픈하려고 공사 중 혹은 임대 계약 진행 중에 있다.
▲ 지난 11월 6일 텍사스 휴스턴 근처(Friendswood, TX)에 새로 오픈한 마이크로소프트 오프라인 매장 (사진: Dallas News)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얼마 전에 새로 생긴 MS 스토어에 들러봤다. 공교롭게도 애플 스토어 바로 앞이다. 두 스토어를 한 눈에 비교해 봐도 애플 스토어에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위해 혹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는 반면 MS 스토어는 상당히 한산해 보인다.
XBOX 게임을 구경해 보기 위해 모인 아이들과 그 부모들, 그리고 뭔가 신기해 보이는 새로운 제품이 있는지 잠깐 둘러보는 사람들이 조금 있을 뿐 어떤 특정 제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대체 내놓을 만한 특별한 제품도 없으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자꾸 늘려가는 MS의 속내는 무엇인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MS 매장에서 눈에 띄는 제품이라고는 XBOX 콘솔과 게임, 서피스 프로, 그리고 윈도 8.1이 설치된 전시용 랩톱 컴퓨터들과 윈도가 설치된 스마트폰들 그리고 MS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윈도8과 오피스) 광고판들 뿐이다.
지난 주 텍사스에 새로 오픈한 매장은 5323 스퀘어 피트(약 150평)의 크기에 개장 전 4주 동안 교육을 받은 종업원만 수만 51명이었다. 대충 보기에도 수입보다는 지출이 더 많을 거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MS는 왜 이렇게 큰 투자를 하는 것일까? 게다가 스토어를 새로 오픈할 때마다 유명 가수나 영화배우를 초대해서 공연이나 사인회도 하고 엄청난 물량의 사은품을 제공한다. 추첨을 통해서 서피스 프로나 윈도폰을 나눠주기도 한다.
당장 보이는 직접적인 이익은 없어 보이지만 MS가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본다.
첫째는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함이다.
이전까지는 제품에 대한 문의사항이나 문제가 있을 경우 온라인이나 전화상으로만 MS를 접할 수 있었던 반면, 이제는 쇼핑몰에만 나가도 손쉽게 일대 일로 전문가와 만나 상담하고 궁금한 점들에 대한 해답을 얻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MS로서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이미지 쇄신 광고 효과가 있다. MS가 소비자들의 생활권 내로 들어가 조금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전초기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 서피스 프로3 (사진: microsoftstore.com)
둘째는 MS가 애플을 라이벌로 삼고 경쟁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은 애초부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며 시작을 했다. OS가 없는 맥이나 맥이 없는 OS는 떠올리기 어렵다. 잡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애플이 아직도 건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것 하나가 이것일 것이다.
반면 MS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만 만드는 회사였다. 하드웨어라고는 기껏해야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주변기기에 MS 로고만 넣어서 주문 생산하는 정도였다. 그런 MS가 별안간 2012년부터 서피스 (Surface)라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등장시켰다. 처음에는 ARM 계열의 디바이스들에 대항하기 위한 윈도 제품이라 발표했지만 온라인과 MS 스토어에서만 발매를 하는 등의 초기 판매 구도로 봤을 때 애플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전후로 모바일 세일즈가 데스크톱 세일즈를 앞서는 순간 MS도 아차 했을 것이다. 데스크톱과 랩톱용 소프트웨어만 만들다가는 가까운 미래에 MS도 파산할지 모른다는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모바일 시대를 애플이 열었다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2007년부터 아이팟과 아이폰은 IT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 당시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이런 변화의 급물살을 간과할 수 없어서 뒤늦게 MS가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게 하는 일을 주도했다.
하지만 초창기 서피스의 판매 실적은 너무도 형편없었다. 아무도 성능에 비해 값비싼 서피스를 눈 여겨 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출시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버그들이 출시 후 보고되는 바람에 제품 수리와 교환 등으로 적자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더군다나 제품 구조상 파손이나 고장시에 수리가 용이하지 않아서 무상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 등장한 서피스 프로3는 초창기 서피스에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나 아직도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못한 편이다.
애플과 경쟁을 하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다 필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소비자들과의 대화창이 절실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까지도 MS 매장을 계속 늘려가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MS 매장이 있는 쇼핑센터에는 거의 대부분 기존에 애플 매장이 위치해 있다.
▲ MS 웹사이트에는 대놓고 서피스 프로3를 맥북 에어에 비교를 해놓고 있다. (사진: microsoftstore.com)
▲ MS 스토어에서 진행 중인 여름학교(Summer Camps)
셋째는 통합 윈도에 대한 교육을 위해서다. MS는 이미 윈도 RT를 통해서 다른 기기간(스마트폰, 게임콘솔, 태블릿, 랩톱과 데스크톱) 통합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곧 등장할 윈도 10을 통해서 이런 MS의 움직임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윈도 통합이 이뤄지면 MS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항할 무기가 생기게 된다. MS는 이 무기를 교육하기 위해 MS 스토어를 전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여름 미국 전역의 MS 스토어들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여름학교를 열었다. 아이들에게 사진 잘 찍는 법과 같은 아주 기초 적인 것부터 게임 코딩이나 게임 디자인 하는 법 등의 수준 있는 교육까지 방학 동안 학생들을 모아 무료로 혹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교육을 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예약을 하면 개인이나 단체를 무료로 교육하는 일을 이 MS 스토어들이 담당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판매나 서비스를 위한 매장이지만 사실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MS에 대한 이미지와 제품들에 대해 사람들을 교육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작전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MS가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하드웨어에 손을 대기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애플과 견줄만한 수준은 못된다. 하지만 그 기본적인 준비는 상당히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본다. 이미 시작한지 2년 만에 서피스 프로3를 통해 완성도 있는 하드웨어를 출시하고 있고 내년에 윈도 10과 함께 등장할 차세대 서피스 프로는 훨씬 더 소비자들의 호감을 살만한 모습과 성능으로 등장할 것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소비자들에 대한 교육과 기업 이미지이다. 애플이 “애플이 만들면 다르다”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줌으로 정상에 선 것 같이 MS도 MS 스토어를 통해 비슷한 것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