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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섬 발리!!
그곳은 여느 개도국의 모습처럼 현재와 과거가 병존하는 모습이었다. 쓸어져 가는 낡은 시멘트 벽돌과 야자나무잎을 엮어 지붕을 얻고, 늘 감사하며 성실히 생을 살아가는 힌두교인들로 이루어진 섬. 그리고 또 일면에는 현대식 건물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그리고 고급 자동차가 즐비한 섬...오늘 그 이면에 자리잡고 앉아 우리를 행복 속으로 안내하는 커피를 찾아 여행을 떠나 본다.
다음날 아침, 바쁜 일정 때문에 피곤한 몸을 질질끌며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식당에서 아메리칸 식으로 차려진 조식 부페에서 멀티그래인 식빵과 에그프라이를 간단히 챙겨먹은 후 열대지방에 온 기념으로 람부탄과 망고스틴을 후식으로 챙겼다. 그리고 조금 덜 깬 몸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한잔 받아들고 한입 들이켰다. 하지만 호텔조식을 통해 나온 커피는 어느 나라에서도 맛보기 힘들뿐 아니라 아직까지 한국에서 발리의 커피를 접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낯선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스모키”와 “달콤함” 그리고 이어지는 풍부한 “바디감”이 인도네시아의 어떤 커피와도 달랐다. 첫 번째 생각은 이곳 발리의 커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커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Java, Torazza, Mandheling, Sulawesi와는 달랐다. 비슷한 점이라면 바디감 정도가 비슷할 뿐이었고 풍부한 바디감과 함께 병존하기 힘든 마일드 함은 내가 이곳 커피가 아닌 다른 생산지의 커피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는데 충분한 느낌이었다. 커피를 서브하는 직원에게 질문한 결과로는 이곳 발리의 커피가 확실하다고 했다. 약간 흥분이 잠시 후 출발하게 될 커피농장에 대한 기대를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2시간30분 거리의 Pupuan지역으로 출발했다.
이곳은 로브스타와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가 혼작되는 곳이라고 했다. 대규모 플랜트보다는 가내 수공업에 의존해 커피를 생산하는 곳이다. 어쩌면 VTR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처리공장에 비해 요모조모 살펴 볼거리가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로브스타 종과 아라비카 종은 생산되는 고도가 다른데 어떻게 혼작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발리의 커피농장은 이곳 지역 외에도 Catur와 Kintamani지역에서 아라비카 품종을 Washed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거리상으로 가깝고 길이 험난하지 않은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이곳 Pupuan지역을 택했다. 견학단에 4명이나 되는 여성분들이 포함된 것도 판단의 이유였다.
발리는 우기(10월에서 4월까지)여서 장마비가 내리는 때이다. 아침식사 후 버스에 오를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마신 커피가 후식용으로 제공되는 커피임에도 독특한 느낌을 줄 정도로라면 커피전문샵에서 제공하는 커피맛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이러한 설레임은 늘 좋은 커피를 만나는 결과로 이어졌던 나로서는 이번 견학일정이 충분히 우리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줄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진 발리의 풍경은 언뜻 보기에는 한국의 여름과 같았다. 벼농사(후에 알았지만 벼는 일본사람들이 1년 6개월 정도의 강점지배 시절에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로 덮혀진 계단식 논과 밭 그리고 허수아비, 봉선화, 모내기까지 한국적인 모습이 시골고향집에 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여지없이 열대지방임을 일깨워주는 키 큰 야자수, 검은 피부의 사람들 그리고 사뭇 다른 4모작의 경작지는 왼편 논이 모내기를 하고 있으면, 오른편 논은 탈곡을 하고 있었다.
커피부분안내를 해줄 현지인은 “데라위라”씨였다. 5년 동안 커피수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발리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커피농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데라위라씨는 1950-70년까지 발리에서는 로브스타 만 생산해오다 브라질에서 아라비카 종이 수입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발리에는 오래전부터 자라던 커피나무에 브라질로부터 수입된 커피나무를 접목해 발리의 토질에도 강하면서 생산성이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발리의 커피는 다른 곳의 커피처럼 3년생부터 열매가 열리지만 정상적인 수확은 6년생에서부터 수확한다고 한다. 품질 좋은 생두를 생산하기 위해 어린나무에서는 수확하지 않고 나무가 좀더 완숙한 상태에서 생두를 수확한다는 것이다.
버스가 출발한 후 2시간여가 지난 아침10시 10분여부터 차가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한참을 오르고 고도계를 살펴보니 해발 700m이다. 로브스타나 아라비카 종 모두 수확되기 힘든 고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버스가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간다. 버스가 다니기 힘든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길가의 나뭇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두그루의 야생커피나무가 보이는 듯 하더니 이내 계속해서 유리창을 치는 나무는 커피나무이다. 야생으로 자라는 로브스타 종으로 보인다. 푸른 열매가 충실하게 맺힌 것이 야생나무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였다. 역시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훌륭한 기후조건을 갖추었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기를 수 없는 커피나무가 이곳에서는 차장을 때리는 천연의 가로수라니….
한낮의 뜨거운 햇빛을 커피가 피할 수 있어 커피로서는 양질의 커피를 만들 수 있고 코코아로서는 더욱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곳 발리사람들은 커피와 카카오를 동일한 입자로 미분해서 마신다고 한다. 현재는 이런 전통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곳은 시골에서 사용하고 있고 도시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카페라떼 형식의 우유를 혼합해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코피슈슈”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이 관광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구 문물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듯 하다.
데라위라씨의 말에 따르면 발리는 토라자 커피와 같은 품종의 커피나무이지만 이곳의 독특한 화산재 토양으로 인해 바디감이 뛰어나면서 마일드한 커피가 생산된다고 한다. 특히, 로브스타 종이라 하더라도 프픽메라(Hand pick을 이곳에서 이렇게 말한다.)를 통해 체리를 수확함으로서 그 마일드한 맛을 유지한다고 하니 이곳 사람들도 노동집약적인 농법을 이용해 땀과 노력으로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리의 55%가 산악지역이고 계단식 농법으로 벼를 경작하는 것을 보아도 여느 동남아의 국가들과는 다른 근면함이 그들에게 있어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근면한 그들이 생산하는 발리의 커피가 다른 국가와는 다른 맛과 향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리에서는 파치먼트 커피를 50cm * 50cm의 모판에 뿌리고 흙을 덮은 후 소의 변을 이용한 비료를 이용해 유기농법으로 성장시킨다. 30-50cm정도의 묘목으로 성장하면 농장으로 옮겨져 이식된 후 6년 후부터 수확을 시작하고 20년 동안 커피를 생산한다 어른 키만큼 자라면 위쪽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장점을 제거하고 옆으로 가지가 자라면서 수확이 용이해진다. 해 년마다 2월이 되면 무성한 가지가 재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1m정도씩 전지를 하게 된다. 6-7월에는 노란색으로 체리가 익어가고 8월에는 체리수확을 시작한다. 1년에 3번씩 제초작업으로 영양분의 손실을 막고 그리고 다시 10월이 되면 하얀색의 커피꽃이 피어나 커피의 한 해가 시작된다. 남반구의 봄이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커피꽃이 필 무렵이면 양봉업자들로 가득하다고 한다. 달콤한 꽃에서 채취한 커피꿀이 또 다른 발리의 수익원이 되어 사람들을 더욱 풍요롭고 달콤하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커피의 또 하나의 달콤함이라고 할 만하다.
이곳의 커피재배는 남미의 커피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가공처리는 아주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하고 있었고 최근에서야 하나씩 기계화된 처리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우리가 견학한 Pupuan지역은 아직도 Natural 방식으로 커피를 건조하고 있다. 건조 후처리 방식으로 hulling과 Screening에 기계를 이용하고 있는 정도였으니 그들이 얼마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커피를 생산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Arabica를 생산하는 Catur와 Kintamani 지역은 일찍부터 Washed 처리방법을 택하고 있다. 아마도 아침에 맛본 호텔커피는 견학지역보다는 아라비카 지역의 커피인 것 같다.
발리커피에서 야릇한 스모키가 느껴졌던 아침의 기억이 났다. 안내자인 데라위라씨에게 이점에 관한 궁금증에 관해 이야기 했다. 그의 답변은 현재 아라비카 종이 생산되고 있는 Kintamani는 해발 1천7백17미터의 휴화산으로 1936년에 폭발했다고 한다. 이 폭발로 발리는 1주정도 햇빛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화산재로 덮혔다고 한다. (그 역시도 전해들은 이야기였겠지만…) 이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의 땅은 대부분은 아주 검은색을 띄고 있었다. 곳곳의 건축현장에서도 그리고 절개지에서 모두 검은색의 흙만 본 것 같다. 발리 커피가 인도네시아나 주변의 동티모르, 파푸아뉴기니와 다른 점이 바로 이점이 아닐까 한다. 검은 화산재 토양을 바탕으로 충분한 일조량과 근면한 농부들이 길러내는 발리의 커피가 앞으로 더욱 훌륭한 맛과 향을 내뿜을 수 있는 힘이 될것이다.
일찍부터 발리의 커피는 일본이 독점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데라위라씨의 말로는 연간 50만톤이 수출되고 있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양이라면 한국에는 왜 소개되지 않은 것 인지…
공장에서 잠깐 만난 로스팅 관계자와 발리커피의 로스팅 포인트에 관해 이야기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발리커피는 Fullcity 가 살짝지나 Second Crack과 함께 멈추는 것이 좋은 포인트이고, 이 포인트를 놓치게 되면 우아하고 섬세한 Flavors를 잃게 되니 신중히 포인트를 결정하라는 조언과 함께 로스팅 후 24시간이 지난 후 가장 좋은 맛과 향을 내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참고적으로 아래에 발리커피에 대한 평가서를 통해 발리커피가 가진 맛과 향을 이해해 보기 바란다.
커피투어를 위한 짧은 일정이었지만 견학단은 마치 인간 최초로 커피를 발견한 칼디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발리커피에 대한 공부 그리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생산 가공하는 현장을 견학했다. 이제 다음은 현대적인 가공프로세스를 가진 커피농장을 찾아가려 할 것이다. 현장 견학이 가진 멋과 체험을 통해 더 깊이 커피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좋은 생두를 찾아 알리고 훌륭한 가공공정을 통해 우리곁에 늘 행복 가득한 커피가 함께하길 바란다.
끝으로 한국에도 일본이나 미국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커피와 관련된 단체가 결성되고, 이 단체가 Fair Trading을 주도하고 좀더 나은 커피가공처리공정과 재배법을 현지농장에 공급함으로서 한국도 국력에 걸맞는 수준높은 커피소비국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한국커피교육협의회(café.daum.net/kcea) 회계간사
커피문화원 (coffeeplus.co.kr) 원 장 최 성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