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주 여고생 실종사건은 22세 여성의 자작극
기사입력 : 2010.02.04 13:21 / 수정 : 2010.02.04 16:05
경북 경주에서 지난 달 학교를 나간 뒤 한 달 가까이 행방이 묘연해 납치 여부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여고생 ‘김은비양’ 실종사건은 본인의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김양은 지난 달 5일 자신이 살고있는 복지시설 ‘성애원’에 장학금 서류를 가져다주겠다며 학교를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성애원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주경찰서는 전담팀을 꾸리고 경기 용인경찰서와 공조 수사를 벌여왔다. 실종 다음날 오전 김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기지국이 경기도 용인시 수지 부근이었기 때문이다.
김양은 지난 2006년 3월 “어머니가 더 이상 키우기 힘들어 이 곳으로 가라고 해서 왔다”며 혼자 성애원에 찾아온 아이였다. 학교를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고 해, 새로 호적을 만들고 초·중 검정고시를 치른 뒤 경주여고에 진학하는 등 4년여간 이 곳에서 성실하게 생활해왔다.
김양의 소재가 확인된 것은 지난 2일. 경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 관계자는 “김양의 외삼촌이 실종관련 뉴스를 보고, 김양이 경기도 수원의 어머니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김양은 자신을 이 곳에 보냈다던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그러나 경찰을 찾아온 아이는 ‘김양’이 아니었다. 실종 전단지에 실린 얼굴은 맞지만, 이름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006년 성애원에 들어갈 때 이름과 나이를 모두 속이고 ‘이중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년간 줄곧 사용해왔던 ‘김은비’라는 이름과 1992년생이라는 나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김양이 성애원에 올 때 어머니가 써줬다며 들고 온 편지(“은비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이름이 은비일 뿐 성도 없습니다. 제가 19살 때 낳았습니다.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 염치 불구하고 맡깁니다. 부디 불쌍한 이 아이를 저 대신 키워주십시오")도 본인이 꾸며 낸 글이었다.
김양은 원래 1989년생의 이모(22·실제 나이)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김양이 살던 복지시설에서 새로 만들어준 호적도 거짓 진술을 토대로 만든 ‘이중호적’이 됐다. 이씨로 살아왔던 인생을 버리고, 성애원에서 '김은비'라는 이름으로 호적을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인줄 알고 호적까지 만들어주며 정성껏 보살펴왔던 성애원 관계자들은 허탈해했다. 성애원 원순이(48) 원장은 “(자작극이라고) 알려진 것이 사실이 맞다”며 “(김양의)부모님을 만나봤고, 김양은 현재 좋은 부모님과 잘 있다”고 말했다.
김양은 경주여고 재학 시절, 친구들에게 "평소에 부모님과 연락을 자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김주희(18)양은 "은비는 엄마한테 온 문자라고 친구들에게 보여준 적도 있고 올해 사촌동생이 서울의 한 사립대에 진학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아빠가 서울 유명 사립대 병원 의사인데 의료사고가 나고 일이 꼬여 어쩔 수 없이 내가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작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은비의 통화내역을 조사해봤지만 부모라고 여길 만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그가 2006년 왜 거짓말을 했으며, 성애원에 오기 전에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수사를 아무리 해도 단서가 안 나와서 이중호적을 의심해왔다”며 “납치였다면 협박전화라도 왔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2006년 이씨가) 공부를 하기 싫어서 가출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성애원의 취적(就籍·무적자의 호적을 새로 만드는 일) 허가신청이 들어와 법원의 신원조회를 거쳐 호적을 발급해줬다”며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문조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있다고 해도 확인하기가 쉽지않다”고 했다.
따라서 2006년 성애원에 들어왔을 때, 그는 이미 18세였다. 제대로 학교를 다녔다면 고 2의 학력을 가졌을 나이기 때문에 초·중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고 지역 명문고인 경주여고에 입학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경주여고 홈페이지에는 “이 학생 때문에 떨어진 우리 학생의 내신성적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항의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첫댓글 그거 참...애들도 세상을 가지고 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