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니 스콧
출연: 덴젤 워싱톤, 진 헥크만
{“세계를 움직이는 3명의 최고 실권자는 미합중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미핵탄두 잠수함의 함장이다 (The Three Most Powerful Men In The World: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rtes... The President Of The Russian Republic... and... The Captain a U.S. Nuclear Missile Submarine)”}.
러시아에서 발생한 내전을 틈타 구소련 강경파 군부지도자 라첸코(Vladimir Radchenko: 다니엘 본 바르겐 분)는 핵미사일 기지를 포함하여 군통수권 일부를 장악한 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3차대전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미국방성은 라첸코가 핵미사일 암호를 수중에 넣기전에 그의 전쟁 의지를 제압해야 하는 위기에 빠진다.
마침내 램지 함장(Captain Frank Ramsey: 진 핵크만 분)의 지휘하에 핵잠수함 알라바마호의 출정이 시작되고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지 근해로 접근하던 중 러시아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게 된다. 적의 어뢰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후 본국으로부터 핵미사일의 발사에 대한 단계적인 명령이 하달되기 시작한다. 핵미사일 발사명령이 차근차근 수행되지만 최종 발사명령을 남겨두고 예기치않은 통신 장비의 고장 사태가 발생한다. 램지 함장은 직권으로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하지만 국방성의 명령없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전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뜨리게 된다는 판단 아래 부함장 헌터(Lt.CmDr. Hunter: 덴젤 워싱턴 분)가 함장과 부함장이 동시에 동의해야만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명령을 거부하고 램지 함장의 지휘권을 박탈해버린다. 이 항명으로 램지 함장은 자신의 숙소에 감금되고 잠수함은 부함장 헌터의 지휘를 받게 된다.
그러던 중 러시아 잠수함으로부터 두번째 어뢰가 발사되고 알라바마호의 동체 일부가 파괴되면서 엔진이 정지되고 심해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전 장병이 몰살될 수도 있는 극한 상황 속에서 함장의 뜻을 따르는 병사들은 감금된 함장을 풀어주고 오히려 부함장 헌터와 협조 세력들을 감금하는 반전을 일으킨다. 숨막힐 듯 전개되는 긴장 속에 반전과 갈등이 계속되지만, 이런 심각한 반목을 해결해줄 통신 장치의 수리는 지연되기만 하고 함장과 부함장의 두 세력은 최후의 충돌은 극을 향해 치닫게 된다.
2천피트 해저로 출동한 핵잠수함의 핵미사일 발사를 두고, 함장과 부함장의 갈등과 예측불허의 긴박한 상황을 그린 일급 스릴러로, 팽팽한 긴잠감이 압도하는 토니 스콧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핵 아마게돈을 소재로 만든 피터 폰다의 1964년도 작품 <핵전략 사령부>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각본에 참가했다. 원제는 ‘진홍색 조류’, 즉 포스터에 표현되어 있듯 바닷물이 붉게 물이 들 정도로 아주 위급한 실전사태, '일급 위기사태'를 뜻하는 미해군 군사용어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영화에 등장하는 핵잠수함 이름이 알라바마(Alabama)인데, 미국 알라바마대학 풋볼팀을 ‘크림슨 타이드(The Crimson Tide)’라 부른다고 한다. 이 팀은 한때 유명한 코치인 폴 베어 브라이언트(Paul "Bear" Bryant)가 이끌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에서 알라바마호 선장(진 핵크만)의 애견 이름이 베어(Bear)로 나온다.
러시아에서의 군부 내란에 따른 핵전쟁의 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의 실제 내용은 폐쇄한 잠수함 안에서 핵미사일 발사를 두고 발생하는 ‘내부의 싸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연>에서 장대한 해저 장면을 창조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시각효과 감독 호이트 예트만이 창출한 특수효과들은 밀실 공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대의 잠수함, 알라바마호와 아큘라호는 미니어처 제작 감독인 데이빗 골드버그에의해 컴퓨터로 도안되었으며, 1/48, 1/74 등 다양한 크기의 잠수함 모형들이 제작되어 생생한 장면들을 연출해 냈다.
러시아 내전 및 군부의 권력 암투 그리고 그에 따른 군사적 위기 상황을 미국 CNN 방송의 생중계 취재 장면으로 처리한 토니 스코트 감독의 신선한 연출 시도가 돋보이고, 무엇보다 함장 역을 멋지게 맡은 진 해크만과 이지적인 전술이론가로 등장한 부함장 덴젤 워싱턴의 양보없는 심리전 연기가 압권 그 자체로서 영화의 재미를 이끌고 있다.
이 영화에서 옥의 티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USS 알라바마호가 캄차카 반도 인근 바다로 홀로 다닌다는 설정이 지적되었다. SSBN(SS=Submarine B=Ballastic N=Nuclear), 즉 탄도미슬 탑재 핵잠수함으로, 적진으로 가기보다는 원거리에서 핵미사일을 쏘는 용도인데, 이 비싸고 귀중한 잠수함이 공격잠수함의 호위 없이 혼자 다닌다는 설정이 너무 특이한 상황 설정이라는 것. <딴지일보> 기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