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김은영
검색창에 이름을 하나 쳐본다. 흔치 않은 이름이라 몇 명이 검색되기는 하나 그는 아니다. 인물 검색창에 뜰 만큼 그도 이름이 알려진 삶을 살지는 않았나 보다. 나든 그든 유명한 삶을 살았다면 서로의 소식 정도는 알고 살아가지 않을까.
드라마 ‘스물 하나 스물다섯’을 보며 열여섯에 시작한 나의 첫사랑이 기억 속에서 갑자기 소환되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의 10대와 20대를 설레게 했던 짝사랑이 떠오른 것이다. 중3 때 나의 과외 선생님, 큰 키에 잘 생긴 외모, 검은테 안경이 인상적이었던 그.석양 빛을 받으며 담벼락에 캐치볼을 하던 그. 그와의 첫 만남.
그러나 나의 짝사랑의 출발은 그때가 아니었다. 그가 대학을 다니다 전투경찰로 입대를 하고 한동안 편지 왕래를 하며 시작되었다. 열심히 편지를 써서 보내는 나에 비하면 그는 아주 가끔 답장을 보내오는 정도였다. 하지만 정성스런 글씨체 그리고 편지지 한 쪽에 있는 작은 그림들. 그의 편지에는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 또한 내가 그리 밉지는 않았나 보다. 나보다 여섯 살이 많은 그는 내게는 엄청 어른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나는 나의 마음을 드러내기가 부끄럽고 쑥스러웠다. 적극적이지 못하고 새침했던 나의 성격 탓에 더 내숭을 뺐던 것인지.
그와 나는 같은 대학이었고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그가 복학을 했다. 잠시 학교 옆에서 자취를 하고 있던 내가 그의 도서관 자리를 잡아 주기도 하고 그의 친구 커플과의 만남에 동행하기도 하면서 요즘에 말하는 썸보다 더 진한 썸을 타기도 했으나 나와 그의 용기는 거기까지였다. 그는 졸업 후 취업을 했고 왜관 토박이가 아닌 그의 가족은 왜관을 떠났다.
대학 4학년 가을, 역에서 그를 꿈처럼 만났다. 대구 시내 찻집에서
“따라가서 내 밥 해 줄래?”
의미 있는 농담을 나는 어리석게도 받아치지 못하고 그는 그렇게 멀어졌다. 2,3년 뒤 결혼했다는 소식을 지나가는 말에 묻혀 들었고.
참으로 오래, 나는 생각했었다. 그가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아니 나라도 조금 더 적극적인 성향의 아이였다면, 그와 나는 내가 기대하는 사랑을 했을까? 그는 어린 제자인 나가 선뜻 다가서기엔 제약이 된 것일 거라고 또 나는 어른인 그가 내게 어떻게 해주길 바라기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쓸데없는 망설임이 참으로 오래 좋아하고 그리워하기만 한 나의 사랑을 가을날 저녁 햇살처럼 보내버린 것이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며 어설펐던 나의 사랑을 떠올리고 봄날의 설렘을 느껴본다.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에 태클을 건다. 학생인 고등학생과 성인의 사랑이 말이 되냐고. 왜 말이 안 되는지. 춘향과 줄리엣의 나이가 얼마였는지 그들은 알지 못하는가. 청춘의 사랑을 통속적인 잣대로 왈가왈부할 일인가. 입맞춤 한 번 없는 그들의 사랑을 누가 손가락질을 하는 건지. 미리 걱정하며 시도조차 않았던 내 짝사랑의 결말에 한탄을 보내며 드라마 속 주인공 나희도와 백이진의 사랑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