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5년 3월 24일,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343일, 지리산에서 세월호 천일기도를 시작한 지 207일이 되는 날입니다. 3월 지리산권 순회기도회는 원불교 구례교당에서 모셨습니다. 이로써 지리산권 6개 시군을 기도의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지리산을 하나의 거대한 탑으로 본다면 우리는 반 년 동안 한 번의 탑돌이를 한 셈입니다.

지리산종교연대에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걷기순례를 했습니다. 때마침 산수유가 활짝 피는 때여서 밤재부터 산수유 시목지까지 이어지는 길은 노란 산수유의 물결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기지개를 켜는 산하를 걸으며, "나 여기 살아있어요"하고 앞다투어 피어나며 손을 흔들어대는 그 꽃들의 자기존재증명을 보며, 세월호 가신 이들이 몇 번씩이고 떠올랐을 길이었지요.

그래도 함께 하는 길은 힘찹니다. 봄이 선물하는 생명의 기운을 가득 담고 구례교당에 왔습니다.
법당에 "지난 일 거울 삼아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희망차게"라는 글이 앞에 걸려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천일기도를 모시는 마음도 바로 저런 마음이죠.
"당신들의 죽비소리에 우리 모두 정신 차리고 철들었습니다.
오늘 이후, 내가 달라져야지, 우리가 달라져야지, 대한민국이 달라져야지
온 국민이 그렇게 마음내고 뜻 모으고 결의했습니다." - 세월호 기도문 중에서
구례주민들, 지리산권에서 연대의 마음을 갖고 함께 하신 분들까지 하여 약 100여명이 정성껏 기도를 올렸습니다. 구례 수평교회 김광철 목사님께서 전체 모임을 인도해주셨습니다.

구례 화엄사의 총무이신 효광스님이 시작하는 인사말을 해주셨습니다.
작년 팽목항의 법당에서 기도를 했던 경험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앞 노란 리본에 적혀있던 글귀를 보는 순간 목이 메어 염불이 잘 안나왔다고.
"누구야, 그 추운 바닷속에 잊지 말고 얼른 나와라"
그리고 "그 당시에 본 유가족의 얼굴은 이미 살아있는 자의 얼굴이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고통의 무게에 진실규명의 무게까지 더해 온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음이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런 모임들이 약속을 지켜가고 있기에 진실이 반드시 규명될 것"이라고 격려했습니다.


구례기도회는 원불교 의례를 중심으로 했습니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명(生滅)이 없이 길이길이 돌고 도는 지라,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되며,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나니,
이것이 만고에 변함 없는 상도(常道)이니라"
가신 이들이 원한과 분노, 집착을 버리고 대자유의 길로 훨훨 가시기를 기원하며 대종사님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원하옵니다. 원하옵니다. 간절히 간절히 원하옵니다.
내 손 길 닿는 곳, 내 발길 머무는 곳, 내 음성 메아리치는 곳, 내 마음 향하는 곳마다
우리 모두 다 함께 우리 모두 다 함께 성불제중 인연이 되어지이다.

구례민주단체연합의 정영이 대표님이 연대와 다짐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정영이 대표님은 "개인은 작지만 작더라도 우리가 켜는 등불 하나하나의 마음이 모여져서 여전히 아픔 속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부조리함을 없애고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월호의 가르침을 살리는 실천을 하자"고 했습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진도 팽목항에서 시작하여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유가족 아빠,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진도 팽목항에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의 진실이 인양되기를 바라며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 아홉명의 실종자를 인양하고 진실을 인양하는 것이 살아남의 자의 책임이 아니겠는가"라는 다짐의 말씀도 하셨습니다.

박두규 시인의 시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변해야 하는 이유와 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 하늘의 별이 아름답지 않느냐고 /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
별 하나가 빛난다는 것은 / 세상을 통째로 다 잃어야만 하는 일이고
누군가를 잃고 그 세월을 다 지워야만 하기 때문이다.
박두규 시인의 <별 하나가 빛난다는 것은> 전문보기 >>>

이어진 순서는 구례주민인 김미린 님의 노래.
매력적인 중저음. 마치 가슴 속에 깊고 깊은 동굴 하나 품고 있는 듯.
가슴에 바람이 불고 눈물이 흐르고 또 꽃이 피었습니다.
▶김미린 님의 노래 <꽃> 듣기 >> ▶김미린 님의 노래 <꽃.새.눈물> 듣기 >>

기본 레파토리인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와 "작은연못" 외에 이날은 "지리산"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리산"은 박문옥 작사,작곡에 호남의 가객이라 불리는 정용주님이 부른 노래입니다.
'그대 이름 지리산 ... 너를 보면 가슴이 뛴다'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가슴이 뛰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곡자인 박문옥 님은 '직녀에게'의 작곡자이자, 생명평화100대서원 절명상의 배경음악을 만드신 분이기도 합니다. 깨알정보^^ )
지리산종교연대 중창단의 <지리산> 듣기>>
그런데 지리산종교연대 성직자 중창단의 성장(^^?)은 놀라웠습니다.
그간 작곡과 노래 지도에 애써주시던 성요한 신부님의 제주발령으로 자체 연습만으로 공연에 임해오면서 4대종단 성직자들의 중창단이라는 '비주얼'만으로 박수를 받아오시다가 연습 2회에 이렇게 일취월장 하모니를 만들어내시다니... 이대로 가면 '비주얼'과 '실력'으로 중앙무대 공연을 넘보시는 노재화 목사님의 꿈이 이루어질 듯도 합니다. ^^ 탁월한 지도력으로 맹연습을 시켜주신 최명원 교무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고맙습니다. 중창단 종교인들도 멋지시고요.

산수유 꽃길따라 함께 걸어오신 세월호 가신 님들 모시고, 구례기도회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함께 마쳤습니다. 기도회를 할 때마다 갖는 마음이지만 지리산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지리산에 함께 살고 있어서 고맙습니다. 기도회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구례에서 준비하느라 애써주신 분들, 특히 황정란 선생님... 고맙습니다.
기꺼이 함께 해주신 원불교 구례교당의 이덕관 교무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게 잘 인도해주신 사회자, 김광철 목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날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37권 보급했습니다.
마음 아파서 못읽겠다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요즘 과제가 다시 생겼습니다.
아프다고 외면하면 결과적으로 그만 잊자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이 글에 나오는 가족들이 제일 아프겠지만, 그 아픈 이야기 속에도
희망의 메시지가, 인간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조금 더 아파야 하지 않을까요?
시간은 여전히 4월 16일인데,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요?
힘들면 기대고, 추우면 따듯한 손을 잡고서요. 그렇게 저 바다를 건너보게요.
첫댓글 같이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항상 함께 있음을 다 아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