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2시 팔당 두물머리에서는 4대강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전국 집중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됐다.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의 주례로 진행된 이 미사에는 최덕기 주교를 비롯해 서울, 인천, 수원, 의정부, 대전, 대구, 안동, 광주, 전주, 제주교구의 사제 80여명, 신자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성효 주교는 강론에서 19세기 독일의 빌헬름 임마누엘 폰 케틀러 주교의 이야기를 빌어, 하느님의 공정과 정의, 진리를 지니고 왜곡된 자유와 평등을 극복할 것과, 본질을 잃은 채 형식적 적법성만을 따지는 법치주의에 대항하는, ‘성숙한 시민정신을 갖춘 그리스도인이 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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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생명평화미사는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의 주례로 80여명의 사제, 1,000여명의 수도자와 신자들이 함께 봉헌했다. |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이성효 주교는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농민들을 쫒아내고, 아름다운 자연을 무참히 파헤치고 있음을 질타하면서, 팔당유기농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함께 지키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해 온 사제와 신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서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세계유기농대회를 위해 한국 농민, 시민사회, 공.사부문간의 성공적인 협력을 치하하고 있지만, 정말 성공적인 협력이 이루어졌는가”라고 물으면서, “정부는 ‘유기농업이 수질을 악화시키고 암을 유발시킨다.’는 주장을 하면서 농민들에게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 막대한 벌금을 물도록 몰아붙이고 있다. 모쪼록 이번 세계유기농대회가 잘 치러져 ‘암 유발의 주범’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반성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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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 | “법치국가 체제에서는 각 개인의 양심 또한 파괴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내적인 도덕 법칙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적법성과 합법성에 따라 판단하는데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양심이 결여된 국민을 만들기 위해서 법치국가의 이념보다 더 적당한 것은 없습니다.”
또 경기도와 남양주시, 양평군은 땅을 지키려는 농민들에게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벌금형을 내리고 행정대집행의 위협을 하고 있음에 대해, 폰 케틀러 주교가 1875년 독일 가톨릭 신자 총회에서 했던 법치주의에 대한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릇된 자유와 평등, 형식뿐인 법치를 경계하고 성숙한 시민정신을 갖춘 그리스도인이 되자”고 호소했다.
미사가 끝난 후, 같은 자리에서 각 교구 사제단과 수도회가 참여한 '강에게 바치는 우리들의 노래' 공연이 열렸다. 그동안 두물머리를 함께 지켰던 사제와 수도자들은 4대강과 두물머리를 지키자는 염원을 담아, 노래와 연주 솜씨를 풀어냈고, 청중과 함께 어울렸다.
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의 ‘자연과 우리가 함께 사는 강’을 시작으로, 마리아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프란치스코 꼰벤뚜알 수도회, 그리고 의정부, 광주, 수원, 대전 교구 사제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최덕기 주교와 2집 음반을 준비 중인 프로가수 김선태 신부(대전교구)의 출연은 두물머리 들판을 흥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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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묵상'. 이태석 신부의 친형 이태영 신부가 기타반주로 함께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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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 이상헌, 최재철 신부는 '사랑TWO', '직녀에게'를 들려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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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햇빛에 지칠만도 했지만, 마음으로 함께 부르는 노래에 흥겨움이 넘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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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양반들 위해 춤을 추었을 때, 그들 천하다 흉보고 비웃었지만, 어부위해 춤을 추었을때는 날따라 춤을 추었다" 의정부 교구 상지종 신부와 김규봉 신부가 각각 '춤의 왕'과 '상록수'를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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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의상, 무대매너까지 갖춘 대전교구 김선태 신부. 실제 대중가요 앨범을 냈고, 현재 2집 준비 중이라는 김 신부는 자신의 노래 '예쁜 당신'과 '백년 친구'를 선보였다. | 유영훈 농민대표, 마지막 한 번의 싸움에 힘을 다해 싸울 것 농민들과 끝까지 함께 해 달라 호소
유영훈 농민 대표는 미사 중에 인사를 전하면서, 10월이 되면 정부에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듯 두물머리의 농사와 미사가 끝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호소하면서, “어쩌면 마지막 한 번의 격렬한 싸움이 남았고, 그 한번의 싸움에 승리하는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한번의 싸움에서 너무 허망하게 쓰러지지 않기를, 있는 힘을 다해 싸우다가 장렬히 쓰러지는 용기있는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기를 바란다”고 결연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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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훈 대표는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두물머리 대안연구 결과를 수용하도록 촉구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하면서, “남은 시간 지금처럼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농민들과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4대강 사업 중단, 10월 예정중인 두물머리 철거 계획 철회 그리고 두물머리 대안 연구단의 최종 결과 수용 등을 주장하며,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농민들과 함께 4대강 사업의 마지막 보루인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성명서] “여기 강을 닮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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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을 펴시어 당신의 거룩한 종 예수의 이름으로 치유와 표징과 기적을 이루어 주소서.” (사도행전 4,30)
오늘 우리가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이곳, 두물머리는 물신숭배와 개발독재, 생명파괴로부터 벗어나는 ‘상징의 땅’입니다. 이집트를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 모든 억압과 고통을 넘어서는 희망과 약속의 땅이었듯이, 이제 이곳 두물머리는 4대강 토건 삽질과 개발의 파괴를 넘어 우리가 가야하는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곳 두물머리는, 예로부터 천혜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생명과 생산의 땅이었습니다. 두물머리에서 만난 남한강과 북한강의 강물은 경안천과 합류하여 2천5백만 수도권 시민들에게 생명의 물을 공급하는 팔당호로 흘러갑니다.
이곳은 오래 전 실학과 천주학의 역사적인 배움의 땅이었으며, 강 상류로부터 흘러온 토사가 쌓인 비옥한 땅에 보리와 호밀이 잘 자라던 생명의 땅이며,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발상지입니다. 이 생명의 땅은 봄이면 딸기와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여름이면 수많은 채소들로 수도권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었으며, 가을이면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던 곳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 모든 것이 깨져버렸습니다. 사라져버렸습니다. 농민 공동체는 무너지고, 뜻을 같이 하던 이웃들도 가공할 협박과 뱀과 같은 거짓 회유에 하나, 둘 떠나갔습니다. 생명의 땅은 버려졌고, 하우스는 철거되었으며, 땅에는 잡초만 자라나 생명과 이유와 희망의 땅이었던 두물머리는 웃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남은 농민들은 외쳤습니다. “어찌하여 제 고통은 끝이 없고 제 상처는 치유를 마다하고 깊어만 갑니까?”(예레미아 15, 18) 하고. 구약의 예레미아 예언자의 고백처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려고, “웃고 떠드는 자들과 자리를 같이 하거나 즐기지”(예레미아 15,17)도 않았건만, 다만 땅과 함께 묵묵히 생명의 농사만 지으려 했건만 토건과 자본의 세력에 의한 고통은 끝없이 이어졌고, 농민들의 상처는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협박과 회유, 출두명령서와 벌금통지서, 그리고 가공할 권력의 위협 속에서도 남은 농민들은 묵묵히 땅을 다시 갈았습니다. 그리고 그 땅에 다시 딸기와 오이와 토마토를 심었습니다. 논에 물을 대고 희망의 모를 심었습니다. 끊임없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내일 당장 철거될지도 모를 불안의 땅을 갈고 희망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경기도 김문수 도지사, 양평군수 그 누구도 마련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지도 못했던 두물머리의 상생과 치유와 화해를 위해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4대강 삽질을 통한 개발만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 강과 사람을 포함해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생태적 대안을 마련해 내놓았습니다.
여기 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에 살면서 강을 닮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두물머리 남은 농민들입니다. 이제 우리가 농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고통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치유는 사라지는 암흑의 시절, 이제 우리가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우리가 손을 내밀어 농민들과 맞잡을 때, 우리가 강과 생명의 위로가 되어줄 때, 세상은 분명 변할 것입니다. 생명이요, 치유자요, 희망이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손을 펴시어 당신의 거룩한 종 예수님의 이름으로 이곳 두물머리를 치유와 희망의 땅이 되게 하는 큰 기적을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
1. 정부는 생명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당장 중단하며, 더 나아가 하천 공간 공원사업과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 지천 정비사업 추진을 중단하라!
2. 국토해양부와 4대강사업건설단, 그리고 경기도는 세계유기농업대회 이후 예정중인 두물머리 철거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만약 강제로 이곳 생명의 땅 두물머리를 침탈하려 한다면 우리 사제들과 신앙인들, 그리고 두물머리와 함께 하는 모든 시민들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3. 경기도는 지난 9월 21일 국회에서 발표한 두물머리 대안연구단의 최종 결과를 수용하라! 진정한 두물머리 지역의 대안마련은 일방적인 공사와 개발이 아닌, 지역민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상생의 모델임을 인정하고 수용하라.
4. 우리 사제들은 두물머리 농민들과 더불어 4대강 토건 삽질의 마지막 보루인 이곳을 지키기 위하여 최후의 순간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11년 9월 26일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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