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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바위산 소원바위
새로운 책을 구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나는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책장을 펼치면 바람
결에 와삭거리는 아득한 풀밭이 그 속에 들어 있을 것만 같다. 서늘한 풀 냄새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나는 가보지 않은 길, 내 발자국으로 인해 새로워지는 길을 떠나려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풀잎을 꼭꼭 다지면 걷는 것도 좋겠지, 아니면 그만의 길을 위해 내가 눕힌
풀잎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놓거나.
--- 안소영,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 산행일시 : 2009년 9월 19일(토), 맑음, 바람 산들산들 붐
▶ 산행인원 : 7명
▶ 산행시간 : 13시간 11분(휴식과 점심 포함)
▶ 산행거리 : 16.9㎞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2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40 ~ 05 : 02 -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九來里), 산행시작
06 : 20 - 순경산(巡警山, △1,151.7m)
07 : 21 - 민골 아래, 선바위산 동쪽 들머리
07 : 53 - 선바위산(1,042m)
08 : 51 - 선바위산 서쪽 들머리
10 : 45 - 가매봉(1,206.0m)
11 : 26 - 1,164m봉, 헬기장
11 : 51 - 안부
12 : 12 - 매봉산(△1,267.6m)
14 : 13 ~ 14 : 38 - 섬지골 위, 점심식사
16 : 34 - 암릉
16 : 40 - 주능선 진입
17 : 09 - 단풍산(1,150m)
17 : 50 - 무덤
18 : 13 - 솔고개, 산행종료
22 : 4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 순경산(巡警山, △1,151.7m) 그냥 두고만 보아도 좋았고, 넘을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던 영월 5산 관통. 간다고 받아놓은 날이 사정없이 닥치고 보니 막연하고 희미하던 불안이 구체적이고 명료히 다가온다. ‘우리는 길로만 간다. 우리 가는 데가 길이다.’ 라는 주창은 가시덤불의 에두른 표현. 낭떠러지에 막히 지나 않을까? 완주할 수 있을까? 방자히 오기부리는 것은 아닐까? 수라리재를 넘나보다. 차가 좌우로 한참동안 요동한다. 잠잠하여 실눈 뜨고 얼핏 본 동네는 중동이다. 구름재 넘고 옥동천 따라가면 대처인 상동. 텅 빈 시외버스터미널 한편에 차 세우 고 차안에서 쪽잠 잔다. 04시 25분 기상. 가위 눌린 터, 풀려난다. 비몽사몽 중 새벽밥 먹고 순경산 들머리로 이동한다. 천주교 상동교회다. 차에 내려 그 옆의 대로 따라 산기슭을 향해 오른다. 대로는 오른쪽 계곡 위 수풀 우거진 임도로 이어진다. 여기던가? 어느 해 겨울 순경산 오를 때 대간거사 대장님이 빙판을 잘못 디뎌 넉장거리하였다. 물탱크 나오고, 그때 보지 못했던 커다란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안내도대로 길 찾기가 쉽 지 않다. 헤드램프 불빛 돋우어 왼쪽 사면 올려칠 기회를 엿보며 임도 풀숲 헤친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뒤돌아서 등산안내도 다시 살핀다. 등로는 안내도 바로 뒤로 나 있다. 도라지 밭이 나온다. 밭두렁 돌고 돈다. 저 아래 마을에서는 우리 모습이 떼 지어 너울거리는 반딧불이로 보이리라. 사면으로 붙는 여러 갈래 밭두렁 중 하나를 선택한다. 결국 이러는가! 잡목과 덤불숲으로 들어간다. 블로킹 더킹 발휘하여 사면 뚫는다. 부지런히 전후좌우 스텝 밟으며 급사면에서는 볼더링 흉내낸다. 헤드램프 사위고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을 무렵, 허리 펴자 왼쪽 사면을 조용히 오르 는 순경산 주등로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일직선으로 쭉 곧은 등로다. 낯익다했더니 정선 염장산 오를 때 보았던 그런 등로다. 솟구치는 등로는 잔 너덜 지나 밧줄 달린 사면을 오르고, 울퉁불퉁 바윗길 넘고 석문을 지나서는 능선을 갈아탄다. 곧 순경산 정상이다. 자갈 깐 너른 헬기장이다. 마타리, 산구절초, 쑥부쟁이가 아침 일찍부터 피었다. 삼각점은 태백 440, 2004 재설. 북서쪽을 제외하고는 조망이 아주 좋다. 장산(壯山, 1,408m)의 장한 모습에 헉! 하고 잠깐 숨이 멎는다. 그 뒤 태백산, 함백산, 그 옆 백운산(白雲山, 1,406m) 마천봉은 구름에 가렸다. 순경산. 일제강점기 때 의병들이 봉우재 뒷산에서 봉화를 들어 신호를 보내면 순경산에서 은거하던 의병경비대에서 정보를 분석하여 태백산지구 의병본부에 전달하였으며 그 후부터 ‘순산경비(巡山警備)’를 줄여 순경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정병욱의 「한국 근대 금융연구」에 의하면 상동지역 텅스텐 광산을 언급하면서 순경산을 ‘順鏡山’ 으로 적고 있다. 3. 장산(壯山, 1,408m)
3-1. 백운산(白雲山, 1,406m)
4. 순경산에서 5. 가매봉, 순경산에서
▶ 선바위산(1,042m) 인왕산 님이 참으로 오랜만에 나왔다. 반갑다. 4년의 중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사다리 산행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니까 즐거웠던 그와의 산행이 어느덧 4년이 넘었다. 눈 수북하던 한겨울, 치악산 토끼봉 거쳐 투구봉, 삼봉, 비로봉 오를 때 인왕산 님은 감히 썩어도 준치회장님 뒤에 바짝 따라붙어 경주하듯 오르다가 오버 페이스 하여 주저앉고 말았다. 그해 봄이던가, 영춘기맥 시작하면서는 영월 태화산 내려오다 인왕산 님을 잃어버렸다. 인왕산 님 앞세우고 순경산을 내린다. 암릉 비켜 사면의 너덜을 지나다가 1,155m봉에서 왼쪽 얕은 지능선 잡는다. 성벽처럼 길게 두른 암벽 밑을 더듬는다. 골로 갈까 염려하여 수시로 암벽느슨한 틈을 노려 능선에 올라서지만 이내 절벽으로 막힌다. 우리 길이려니 되돌고 다시 오르고, 골로 떨어진다. 합수지점. 선바위산 주등로 들머리다. 이정표가 있다. ‘내려가는 곳 1.5㎞, 선바위산 0.6㎞’ 대장님은 적이 실망스런 표정이다. 남의 길이기 때문이다. 선바위산 오르면서 방금 순경산 내린 길 살피니 그게 유일한 길이었다. 운이 좋아 느껴 흐뭇하다. 산굽이 돌면 전망대. 그 아래는 천길단애다. 머리만 쑥 빼고 내려다보는 데도 찔끔하니 오금 저리다. 바람 서늘 불어 이마에 땀 괼 틈 없다. 선바위산. 아담한 정상표지석이 있다. 바위 위 위태롭 게 서서 보는 가매봉이 아침 햇살 받아 더욱 빛난다. 소원바위 보러간다. Y자 능선 갈림길. 오른쪽은 백운산 가고 왼쪽은 소원바위 0.4㎞. 뚝 떨 어져 안부, 반쟁이골로 가는 길목에 소원바위가 있다. 가파른 사면 밧줄잡고 잠시 내리면 뜻밖의 경치가 펼쳐진다. 날카롭게 솟은 바위. 그러나 갈지자 사면 내려 그 밑동에서 올려다보면 아까 본 선바위는 빙산의 일각이다. 대촉 밝히고 두 손 모아 소원 비는 이가 있다. 나는 남의 일로 보았는데 능선 올라서고 기다리던 일행이 나더러 무슨 소원 빌었냐고 묻기에 아아 그게 내 일이었구나 가슴 아리다. 소원할 일이 왜 없겠는가! 소원바위. 신라 자장법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와서 이를 봉안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꿈에 문수보살이 나타나 이곳 본구래에서 명당 터를 구하라고 하여 이 바위를 보고 100일간 치성을 드렸더니 태백 정암사가 그 터더란다. 또한 자장법사 (慈藏法師)가 ‘태백산 갈반지(葛蟠地)’를 찾으려고 상동을 아홉 번이나 다녀갔는데 그래서 이곳을 ‘구래리(九來里)’라 부르게 된 연유다.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의 옛 이름은 갈래사 (葛來寺)다. 7. 가매봉, 선바위산에서
▶ 가매봉(1,206.0m) 왼쪽 사면은 절벽. 등로는 절벽 멀찍이 비켜 나 있다. 길 잘 다듬었다. 쭉쭉 내린다. 너덜 내리고 계곡 따르다 묵밭 지나면 본말 오가는 도로. 선바위산 날머리자 들머리다. 도로 가장자리에 주저앉아 숨 가다듬고는 가매봉 오를 길을 궁리한다. 쌍봉(760m봉과 778m봉 사이) 안부를 겨냥한다. 잡석 깔린 사면, 다래대형으로 진(陣) 펼쳐 달콤한 낙과(落果) 맛본다. 산죽 뚫고 능선 넘으면 계류. 지계곡 너덜 거스르다 왼쪽 사면으로 붙는다. 산죽 무성하다. 미지의 오지다. 누구라도 섣불리 앞장은 주저하는데 오로지 대간거사 대장님의 몫. 그 뒤를 가은 님이 따른다. 잡목 지겨워 비키면 이끼 낀 슬랩. 라이프 리지. 암벽 옆에서 가은 님이 벌에 쐬고, 그 외마디 경계로 급히 도망하여 자세 낮췄더니 이번에는 독사가 노려보고 있다. 독사(통통하니 엄청 크다) 혼내주고 슬랩 오른다. 가까스로 능선에 올라도 암릉이 빈번히 출몰한다. 모처럼 산에 가는 맛 난다. 빽빽한 잡목에 휘둘리고 날카로운 암릉 앞에서는 주춤하지만 길 만드는 재미는 각별하다. 바위 턱 잡고 주능선에 올라 암릉 타다 좁은 공터에 이르면 거기가 가매봉이다. 킬문 님 (문창환) 산행 표지기로 알아본다. 사방 숲이 가려 아무 조망 없다. 그 애써 오른 짝으로는 허망하다. 으레 있는 일. 7-1. 두위봉 연릉
▶ 매봉산(△1,267.6m) 가매봉 내림 길은 완만한 사면이다. 지난겨울 보아두었던 눈어림 짐작하여 더덕대형으로 펼쳐 내리지만 안부 내리도록 빈 눈. 북사면 고랭지 밭 들려 하늘금 그은 두위봉 연봉 일별 한다. 수풀 우거진 헬기장이 1,164m봉이다. 매봉산 가는 능선을 특히 유의하여 잡아야한다. 자칫하면 ‘전략촌 농장’으로 빠지기 쉽다. 내가 그럴 뻔 했다. 더덕귀신에 홀려 마냥 싸리나무숲 내리다가 혼자. 불러도 아무 대답 없는 그 섬뜩한 고요. 대 트래버스 하여 인적 뚜렷한 매봉산 가는 안부를 찾아내고는 쉬고 있는 일행 앞에 태연히 다가간다. 이정표 ‘매봉산 0.8㎞’. 그러나 가파르고 길다. 두 발자국이 1m 될까. 세며 오르다 50보가 넘어가면 싫증난다. 딴 생각하자고 머리 절래 흔든다. 고목의 아름드리 신갈나무 수피로 그 연륜까지 따져보다 이윽고 무념. 매봉산. 나무숲 울창하여 조망 없다. 그래도 삼각점은 2등 삼각점(태백 25, 1995 복구). 목 추기고 섬지골 하산을 서두른다. 바윗길 주등로 따라 매봉산 연봉을 오르내린다. 주채 상동휴게소로 내리는 안부 지난 암봉. 세 가닥 가지런한 능선을 굽어보며 맨 오른쪽 미끈히 뻗은 지능선을 지목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배수진을 쳤다. 점심 도시락을 차에 두고 김기사님더러 섬지골로 오시라했다. 하여 어쨌거나 그리로 가야한다. 단풍산 가는 뻔한 등로 는 매봉산 북사면을 내려 완만히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로는 진작 가보았지만 그보다는 평범 한 것을 거부하여 기상(奇想)을 실천한다. 매봉산 서봉 남쪽 아래는 절벽. 기웃거리다 서쪽으로 방향 튼다. 인적이 보인다. 그 인적은 절벽 밑을 길게 트래버스 할 때 흐려진다. 탄탄한 능선 등로 잡고는 때 이른 성취에 약간 싱거 움을 느꼈다. 하나 가소로운 일이었다. 싸리 숲 이슥하니 지쳐 내리고 Y자 분기 능선. 영진도엽의 섬지골 위 도로 노란색을 포장도 로로 읽고 당연히 그리로 향한다. 생사면 지친다. 이게 봉침 맞으러 다닌 셈이 되고 만다. 땅벌 집을 건드렸다. 허벅지가 화끈 하더니 잇달아 목덜미와 손목이 따끔하다. 온몸 소름 돋는다. 급히 멀리 멀리까지 내달아 정신 수습하고는 약 바르는데 땅벌은 약 발라주는 베리아 님도 쏘아버린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구축하는 법. 맨손으로 가시덤불 함부로 제친다. 골로 떨어지고도 오래도록 비탈진 양쪽 사면 비스듬히 오간다. 수레길. 1㎞ 남짓 더 내려야 차가 들어올 수 있는 소로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다. 점심 도시락 펼쳤지만 밥 씹을 기력이 부친다. 오물거리다 넘긴다. 8. 매봉산 정상에서
9. 멀리는 소백산, 앞 능선 오른쪽은 목우산(牧牛山, 1,066m), 매봉산 서봉에서
10. 단풍산, 매봉산 서봉에서
11. 매봉산
▶ 단풍산(1,150m) 마지막 스퍼트. 단풍산이다. 임도 따라간다. 임도는 겨우 산기슭 무덤까지다. 그 위로는 인적이 없다. 사면에 코 박는다. 가팔라 여러 걸음 허비하여 한걸음 오른다. 마른 행주 짜듯 밭은 땀 짜낸다. 소소한 가을바람, 능선 위 한줄기 부운(浮雲). 눈은 초점 잃고 흐릿하다. 도토리 밟아 미끄러지고 반송 가지에 머리 받히고서 정신 차린다. 2시간 걸려 암릉에 다다른다. 나이프 리지다. 양손 각각 오지에 촉각 세워 바위 모서리 움켜 쥐고 바짝 끌어당긴다. 호흡 맞춰 동작 리듬 살린다. 왼발 끄트머리로 돌부리 밟고 반동하여 오른손으로 건너 바위 턱 붙잡는다. 그러고도 급사면 기어오른다. 드디어 주능선 진입. 하이파이브 한다. ┤자 갈림길인 1,150m봉이 단풍산 정상이다. 이번에도 단풍산 서릉으로 가기는 글렀다. 세 번째다. 솔고개로 내린다. 밧줄잡고 가파른 사면 내리다 너덜 지나 능선 갈아타고 40분 정도 쭉쭉 내리면 얕은 안부. 가선대부 지냈다는 분의 무덤 옆에서 쉬고, 송전탑 있는 봉우리 로 올랐다가 냅다 떨어지면 솔고개다. 솔고개 노송 볼 때는 항상 해가 졌다. 오늘도 그런다. 12. 단풍산 오르면서
13. 목우산, 단풍산 오르면서
15. 단풍산 연봉
16. 단풍산 연봉
17. 단풍산 연봉
18. 솔고개 노송
18-1. 솔고개 노송
6. 순경산, 선바위산에서
첫댓글 선배님 저도 저의 진도고 동문들과 9월20일 설악산 대승령에서 12선녀탕으로 7~8시간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설악산 가을 단풍구경에 빠져 감탄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