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오전 11시31분
전남 순천시 낙안읍 남내리에 위치한 '낙안읍성민속마을' 방문을 위해
주차장에서 매표소로 향하는 길. 북쪽 멀리 해발 668m 금전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정상부에서 좌측으로 흘러 내리는 서쪽 사면이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멋진 자태를 자랑한다.
바위 사면의 좌측 끝부분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금강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는 부근 의상대 주변에는 멋진 형태의 돌탑과 함께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부지런한 산꾼들 여럿이 전망대에서 멋진 늦가을 조망을 즐긴다.
저곳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처럼 낙안읍성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2012년 10월 초 어느 흐린 날에 찍은 사진인데
북서방향으로 길게 드러누운듯 자리한 낙안읍성 성벽이 뚜렷이 눈에 들어 온다.
지금 내가 위치한 곳은 남동쪽 끝으로 위 사진상에서는 좌측 끝부분이다.
성곽 동쪽에 위치한 문루인 '낙풍루(樂豊樓)'로 들어선다.
1834년(순조4년) 성균관 진사 김호언이 사비 1,400량을 들여
중건하였다고 전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문루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없어졌으나 낙안읍성 복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1987년에 복원하였다.
성내로 들어서 임경업장군 비각을 지나면 주변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운 집 대문 앞에 당도한다.
이곳은 옛날 읍내에 찾아 온 귀한 손님들을 맞았던 객사(客舍)이다.
객사 앞 마당에서는 비교적 많은 관람객들의 박수 속에 민속공연이 한창이다.
잠시 여유를 갖고 우리 옛 음악과 춤을 감상해 본다.
주말 한낮의 여유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사무당(使無堂)이라는 이름이 붙은 동헌 앞의 풍경은 마음을 편하게 한다.
넓은 공터 건너 길가에 세워진 저 정자의 이름은 낙민루이다.
그런데, 사무정 앞에서는 일반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이유인즉슨 무슨 케이블TV 방송국에서 드라마 촬영중이기 때문이란다.
동헌이란 조선시대 지방관청으로 감사,병사,수사,수령 등이 지방행정과 송사를 다루던 곳으로.
동헌 앞 뜰에는 송사,죄인 문초 장면 등을 인형으로 재현해 놓았음은 물론
볼기를 맞는 죄인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은 곳인지라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그런데, 한낱 사기업체의 이익을 위해 관람료를 내고 입장한 수많은 관람객들의 출입을 막는 행위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타당한 일인지를 관계 당국에 되묻고 싶다.
참고로 위 2장의 사진은 사무당 앞뜰의 실제 모습으로
지난 2010년 11월27일에 찍은 사진이다.
서문 부근에는 이처럼 옛 성터 발굴당시 발견된 초석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다.
지난 1983년 사적302호로 지정된 이곳 낙안읍성은
넓은 평야지대에 쌓은 총길이 1,420m, 높이 4m, 너비 3~4m의 네모형 석성으로
1~2m 크기의 정사각형 자연석을 이용하여 견고하게 쌓아 끊어진 곳이 없이 웅장하다.
1397년(태조 6년) 일본군이 침입하자 김빈길이 의병을 일으켜 처음 토성을 쌓았고,
1626년(인조 4년) 임경업이 낙안군수로 부임했을 때 현재의 석성으로 중수하였다 한다. 동내, 서내, 남내 등 3개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서문쪽에서 성벽 위로 올라 남문쪽으로 성벽 위를 따라 걸음을 이어간다.
뒷편인 북쪽에 높이 솟은 금전산이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는 아늑하고 따뜻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좌측으로는 대나무숲이 우거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울창한 활엽수림이 운치를 더해주는 곳.
흙길을 밟고 지나는 기분 좋은 길이다.
이곳 낙안읍성 내 어느곳에서나 북동쪽의 금전산(金錢山)이 뚜렷이 보인다.
호남정맥 남쪽에서 특히 우뚝한 산봉인 조계산에서 뻗어나온 한 지맥이
남쪽으로 흘러내리며 고동산을 거쳐 일으킨 바위 산이다.
이 금전산의 옛이름은 쇠산이었으나 100여 년 전 금전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자의 뜻을 그대로 번역하면 금으로 된 돈 산이다.
그러나 실은 불가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부처의 뛰어난 제자들인 오백비구(혹은 오백나한)중
금전비구에서 산 이름을 따왔다"고 불가에서는 얘기한다.
낮 12시 4분
성곽 위 남서쪽 모퉁이에서 낙안읍성 내를 내려다 본다.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는 전통마을로 100여 세대가 실제로 생활하고 있어
남부지방 특유의 주거양식을 볼 수 있으며
부엌, 토방, 툇마루 등이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감나무 가지에는 이미 익을대로 익어 홍시가 다 된 감이 몇개 남아있다.
"까치밥"이다.
자신들의 먹거리조차 넉넉치 못한 형평이었음에도 감나무의 감을 다 따지 않고 조금 남겨둠으로써
먹이가 귀한 겨울철 야생 조류들의 먹이를 제공해 왔던 우리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주말 한낮을 맞아 너무 짧게 지나가 버리는 늦가을 정취를 맛보려는
탐방객들의 행렬이 성벽길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진다.
쌍청루(雙淸樓)라는 현판이 붙은 이곳은 남문이다.
이곳에는 처음 성내로 들어올 때 지났던 동문인 낙풍루에는 없는 '옹성(甕城)이 설치되어 있음이 특징이다.
옹성이란 성문 앞을 가리어 빙둘러쳐 성문을 방어하는 작은 성을 이르는 말이다.
쌍청루를 지난 후 성곽 위에서 내려와 마을을 가로 지른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무척 견고해 보이는 담장 저 멀리로는
오래된 초가지붕의 짚단을 새것으로 바꾸느라 분주한
주민들의 모습도 여러곳에서 눈에 띈다.
초가지붕을 둘러싼 낮은 돌담의 담쟁이 덩굴.
감나무에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평화로운 이 모습
주말마다 여행이나 산행을 떠나며 기대하는 풍경이 바로 이런 것이다.
아마도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수많은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듯
넓은 공터 한곳에서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두 분이서 연날리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수십 개의 연이 연결되어 하늘 높이 까마득히 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낙민루 앞의 휴식공간에서는 많은 탐방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낙민루는 조선 헌종때 군수 민중헌(閔重憲 1845∼1846)이 중건하였으며
남원의 광한루, 순천의 연자루와 더불어 호남의 명루로 알려졌으나
6.25때 소실된 후 그 자리에 1986년 다시 지은 것이다.
오후 1시31분
낙안읍성 내에는 향토음식점이 여러 곳 있다.
그중 한 곳에서 점심식사와 휴식을 마친 후 낙안읍성을 떠나기 전
수령 300년이 넘는 거대한 은행나무 앞에서 잠시 멈춘다.
이 나무는 전남기념물 제133호로 지정되어 있는 총 15주의 노거수(老巨樹)중 하나의 모습이다.
낙안읍성내에는 팽나무,푸조나무,개서어나무,느티나무,은행나무 등 15주의 노거수가 자라고 있는데
수령은 대략 100~400년으로 추정되며 방풍,또는 차폐 목적으로 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2시42분
낙안읍성을 떠나 도착한 다음 행선지는 전남 순천시 대대동에 위치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수많은 관람객과 차량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이지만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곳이다.
이곳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자랑거리인 갈대밭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순천만을 거쳐 여자만으로 흘러드는 순천동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의 이름은 '무진교'이다. 아마도 이곳을 배경으로 쓴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에서 이름을 빌어온듯 싶다.
마침 간조시간인지라 물길을 따라 운행하는 관광유람선은 모두 닻을 내린 채 밀물 때를 기다린다.
1964년 발표된 소설가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 " 을 통해
처음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순천만.
물론 소설 속의 무대는 순천만의 일부인 대대포구 부근이긴 하지만 ..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
작가는 소설속에서 이곳의 안개를 이렇게 표현했다.
무진교를 건너자 눈 앞으로 장관이 펼쳐진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이 모습에 한동안 넋을 놓기도 한다.
"무진기행 "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대포구의 아침안개는 유명해졌고,
더불어 순천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갯벌과 갈대밭,
포구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드넓은 갈대밭 너머에 좌에서 우로 길게 늘어선 야산 우측 끝에는 용산전망대가 있다.
직선 거리로 1km 이상 떨어진 용산전망대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저곳 전망대에 올라서면 이곳 순천만 일대의 갈대밭 전체는 물론
남쪽 멀리 순천만을 지나 여자만 일대까지 조망할 수 있음이다.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람사습지협약"에 가입된 곳이다.
그 넓이만 해도 800만평에 이르고 세계적 희귀조인 재(흑)두루미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 약 30만평의 갈대군락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갈대 군락은 적조를 막는 정화 기능이 뛰어나
순천만의 천연 하수 종말 처리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홍수조절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한다.
또한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주고 안정감을 주어, 물고기들의 보금자리가 되며,
다시 이들을 먹이로 하는 수서 조류들이 찾아오게 된다.
순천만이 희귀 조류의 서식지가 된데에는 바로 갈대군락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한다.
오후 3시7분
갈대밭 북동쪽 가장자리 부근에서 출렁다리를 지나 용산전망대로 향한다.
수많은 관광객들 중 절반 이상은 시간 제약 등의 이유로
갈대밭 주변만 둘러본 후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간다.
덕분에 이곳부터는 붐비는 인파가 많이 줄어든다.
순천만 갯벌의 장관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자연생태관에서 용산전망대까지 거리는 2.6km인데,
이곳에서 용산전망대까지는 대략 1.3km정도이나 오르막 길을 한동안 올라야 한다.
오후 3시20분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 길을 10여분 이상 오르자 북서쪽 눈 아래 장관이 펼쳐진다.
눈 아래 드넓은 갈대밭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멀리 40분 전 출발한
자연생태관 주변 모습도 한 눈에 들어 온다.
무진교를 건너 대대포구를 가로 질러 갈대밭으로 향하는 인파가 끝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산전망대에 오르지 못하고
총 길이 1.2km 남짓되는 갈대데크를 따라 갈대밭을 누비는 관광으로 만족한다.
덕분에 지금 용산전망대로 향하는 이 산길은 비교적 덜 붐빈다.
용산전망대로 향하는 야산의 능선길은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우측으로 내려다보며 걷는 길이다.
짧은 늦가을 해는 이미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만조 때 밀려들었던 바닷물이 빠지며 만들어 놓은 갯벌의 S자형 곡선의 아름다움에서 자연의 신비를 느낀다.
오후 3시38분
3개층으로 만들어진 용산전망대에 도착해 한동안 멋진 경치를 바라본다.
이곳 순천만 일대가 이처럼 형선된데는 그 역사가 자그마치 8,000년이나 된다.
지질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상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의 높이가 160m쯤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서해가 육지에서 바다로 변하고
한반도의 모양이 지금의 형태로 변하였다고 한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햇빛이 엷게 비치면
간조로 이루어진 갯벌의 S라인이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내는 이곳.
멋진 일몰 사진을 찍기 위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의 와온해변까지 눈에 들어온다.
물빠진 갯벌 한 가운데 외로이 떨어져 있는 작은 바위섬의 이름은 사기섬(일명 솔섬)이다.
와온해변 주위의 퇴적된 넓은 갯벌로 이루어진 순천만을 지나 더 남쪽으로 이어지는 바다는
'여자만 장어'라는 상호를 잉태한 장본인인 '여자만'이다.
갈대숲 사이를 S자로 뻗어내린 물길을 다시 한 번 바라본 후 용산전망대를 떠나
와온해변을 향해 남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곳 순천만일대에서 서식하는 철새는 양보다 질적으로 중요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염습지 식물의 일종이며 새들의 먹이가 되는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기에
국제보호조인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가 세계 전개체의 약 1%이상이
서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두루미가 발견되고 있다.
그 외에도 저어새, 황새의 발견기록이 있으며 혹부리오리가 세계 전개체의
약 18%가 서식하고 있으며 민물도요는 세계 전개체의 약 7%가 서식하고 있다 한다.
오후 3시47분
용산전망대를 떠나 와온해변으로 향하는 길은 한동안
이처럼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길을 지난다.
다만 마사토가 많은 비교적 경사가 심한 내리막 길이므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오후 4시5분
내리막 소나무숲길을 10여분 이상 조심스레 걸어 내려온 후에는
이처럼 우측으로 온통 붉은 물감을 뿌려 놓은듯한 칠면초 군락을 우측으로 끼고 걷는 편안한 길이다.
크고 작은 게는 물론 갯벌에서 사는 짱뚱어도 물 빠진 갯벌을 무수히 기어 다닌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서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 하였던 "짱뚱어".
짱뚱어가 물이 빠진 갯벌을 기어다니며 살수 있는 것은
아가미호흡(물속)외에도 피부에 있는 작은 구멍들로 피부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칠면초,함초 등이 자라는 갯벌은 바다와 육지부의 경계에 위치하기 때문에 먹이원이 풍부하고 은신처가 많아
연안생물의 60%가 여기에 연관되어 있다.
서해안 갯벌에서 많이 자라는 약용식물인 함초와 비슷한 종류인 이곳 순천만의 칠면초는
함초와 생긴 모양이 다르다고 하는데, 지식이 얕은 나로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아무튼 마치 동화나라에 온듯한 붉은빛이 마음을 들뜨게하는 환상적인 길이다.
강렬한 붉은 빛의 칠면초를 보며,갯벌을 부지런히 기어다니는 작은 게,짱뚱어를 바라보며 걷는길.
물빠진 갯벌에 만들어진 마치 뱀처럼 구부러진 갯골의 모습마저 친근하게 다가온다.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는 칠면초(七面草)는
처음에는 녹색을 띠지만 차차 자주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쓰는데,
해열작용이 있어 고혈압에 효험이 있으며,
소적 작용으로 소화불량, 변비, 비만증 등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 지고 있다.
오후 4시23분
칠면초 군락이 끝나면서는 바닷가를 따라 다시 갈대 군락이 길게 어이지는 길을 지난다.
갈대 군락을 따라 이어지던 길은 잠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억새 군락을 지난다.
조금은 칙칙해 보이는 갈대에 비해 억새꽃은 화사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지 못한다.
(억새)
참고로 걸대와 억새가 뒤섞여 자라는 이곳 와온해변으로 향하는 길에서
억새와 갈대 사진을 각각 찍어 올린다.
억새는 산에서 많이 자라지만 물가에서도 물억새가 자란다.
꽃이 상당히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을 준다.
갈대와 다른 큰 특징은 줄기 속이 빈 갈대는 줄기가 잘 부러지지만
줄기 속이 꽉 찬 억새는 줄기가 쉬이 꺾이지 않는다.
(갈대)
갈대는 산에서는 자랄 수 없고 물가에서만 자란다.
자세히 보면 꽃이 억세고 남성스러움을 준다.
쉽게 꺾이는 줄기를 꺾어보면 속이 텅 비어있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팬플루트'라는 악기의 원조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수신(半獸神)'인 '판'이
갈대 줄기를 꺾어 악기를 만들어 불었다는 얘기까지 전해지기도 한다.
와온해변에 가까이 갈수록 물빠진 갯벌의 풍경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멀리 여자만으로 이어지는 바다 끝이 보일 정도로 드넓은 갯벌은
그 넓이만큼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여행의 참 맛을 느낀다.
오후 4시42분
일몰 시각인 오후 5시 24분이 다가 올수록 하늘은 점점 어두워짐과 동시에
그 색깔 또한 조금씩 붉은 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1시간 여 전 용산전망대에서 까마득히 보이던 사기섬(솔섬) 너머에서 석양 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오후 4시59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와온해변에 도착해 걸음을 멈춘다.
물 빠진 갯벌에는 양식장을 분주히 오가던 손바닥만한 작업선 한 척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오후 2시반 경인 간조시각을 지나 밤 8시경인 만조시각이 다가옴에 따라
아마도 지금쯤 먼바다에서부터 밀물 때를 맞추기 위한 바닷물이 쉴새없이 저 광활한 갯벌을 따라
부지런히 이곳으로 내닺고 있으리라.
오후 5시13분
일몰 시각까지 10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일출명소로 잘 알려진 이곳 와온해변의 일몰 모습을 보기 위해
갈대와 억새가 뒤섞여 자라는 둑방에 편한 자세로 앉아 아침부터 이어진 주말 여정을 되짚어 본다.
일몰 시각이 가까워지면서는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의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는듯 하다.
오후 5시16분
붉은 태양이 해안선 아래 바닷 속으로 잠기는 장관을 보고자 했으나
자연은 그 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일몰 시각을 불과 8분 여 남기고
태양은 해안선을 따라 짙게 드리운 해무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고 만다.
유난히 짧은 늦가을 해는 오늘도 어김없이 붉은 빛을 띄며 서산 너머로 돌아간다.
그에 따라 먼길 떠나 온 길손들도 아쉬움을 남긴 채 귀가길을 재촉한다.
주말 하루를 행복하게 보낸데 대해 잠시나마 자연에게 감사를 드리고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