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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한 자밤의 우주> 데이비드 W. 울프, 뿌리와 이파리 한 자밤은 엄지와 검지로 집어 드는 분량을 말한다. 기껏해야 티 한 수픈이다. 그런데 거기에 1만 종이 넘는, 10억 마리의 유기체가 공존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는데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하여 산소도 없는 고열의 지하나 분화구 주변에 사는 혐기성 호열 생물들이 지구 생명의 가장 오랜 조상이며, 이들 원시세균과 세균에서 진핵생물들이 발생하고, 균류와 동물, 식물 등이 분화하는 계통수를 나타내게 되었다고 한다. 지하 수 킬로미터에서 살고 있는 원시세균의 세계가 조명되면서 현대 진화론이 조정되게 되는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있다. 더불어 균류와 식물의 공생 관계는 신비롭기 이를 데 없다. 다윈이 평생을 연구했던 지렁이의 세계와, 미국 초원에 살았던 프래리 독, 검은발 족제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흙 한 자밤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다양한 생물군을 조명하여 흙과 자연을 새롭게 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뒷부분 현대문명의 자연파괴와 생태위기를 언급한 곳은 별로 새롭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현대 진화론의 계통수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에 배웠던 계통수가 얼마나 구닥다리인지 실감했다. 숲의 나무들이 서로 종이 다른 것들끼리도 곰팡이의 균사들을 통해 물질교환을 한다는 것은 새롭게 안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 공생과 협동이 얼마나 많겠는가?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분들게 일독을 권한다.
= 목차 = 제1부: 태초의 생명 1. 생명의 기원 2.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지대 3. 생명의 갈래나무를 뒤흔들다 제2부: 지구를 지탱하는 생명 4. 허공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과정 5. 지하세계의 넥서스 6. 하찮은 것이 위대한 것의 바탕을 이루다 7. 미생물들과의 전쟁 제3부: 인간의 개입 8. 멸종위기에 처한 땅파기 동물들 9. 선한 땅 = 줄거리 =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지구의 생명체가 ‘얕은 수역’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통설을 뒤집고, 땅속 환경에서 처음으로 출현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생명체가 태양에너지에 의존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며, 더 나아가 다른 행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훨씬 더 높여준다. 그 대표적인 근거로서 호극성(好極性) 생물(다른 유기체 같으면 삶은 달걀처럼 요리되고 말 그런 높은 온도에서도 번식할 수 있는 생물)을 검토한다. 그것들의 놀랄 만한 유전적 다양성에 대한 발견을 통해, 식물계와 동물계로 크게 양분되어온 생명의 갈래나무가 ‘전복된다’. 즉 우리가 그동안 ‘나머지’ 취급했던 수많은 생명체들이 생명의 갈래나무를 뒤흔든 것이다(본문의 그림 3-4 참조)! 2부에서는 지하세계에 살고 있는 몇몇 눈에 띄지 않는 생물들(세균, 균류, 지렁이를 포함하여)과,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구 위의 모든 생명에 필수적인 원소들의 순환과 에너지 흐름에 땅속 생물이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치명적인 식물병과 인간질병의 측면에서 본 토양의 이중적인 본성에 대해 논의한다. 즉 어떤 토양미생물들은 인간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주지만, 또 어떤 토양미생물들은 우리의 가장 막강한 항생물질 가운데 일부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3부에서는 프래리 독을 비롯한 땅파기 동물들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낳은 비극적인 역사를 서술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식량 확보에 중요한 토양자원에 인간의 활동이 미친 영향력과, 손상된 토양의 생물정화(bioremediation)에 토양미생물을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해볼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땅속 세계에 개입해왔다. 이제 인류의 운명은 땅속 생물들과 어떻게 공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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