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류의 소리 가운데 대금의 청소리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금에는 입을 대고 부는 취구(吹口) 말고 청공이라는 아주 희한한 구멍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구멍에는 갈대의 속을 붙여놓는데 아주 저음으로 가거나 고음으로 가면 이 갈대로 만든 막이 떨리면서 쇳소리 같은 것이 납니다(이를 ‘청소리’라고 함). 대금에서는 이 소리를 잘 내야 잘 분다고 하는데 서양 음악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영락없는 소음입니다. 플루트에 어디 그런 소리가 납니까? 플루트는 어떻게 하면 고운 소리를 낼까 고심하는데 대금은 어떻게 하면 힘 있는 소리를 낼까 고심합니다.
이렇게 국악과 서양 음악은 연주법이 너무나 다릅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화끈한 사람이었나를 알 수 있습니다. 현대 한국 문화를 ‘역동적이다’ 혹은 ‘다이내믹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것들은 조상들로부터 면면히 흘러내려온 것일 겁니다. 이렇게 보면 이전에 한국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푼 것은 우리의 실상을 잘 모르고 말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