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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메스와 화이즈가 도박장을 나왔을 때는 새벽 3시가 되어
있었다. 모가메스는 돈을 2백불쯤 땄지만 화이즈는 천불 가깝게
잃은 터여서 기분이 서로 달랐다. 두 사람 모두 블랙잭에 통달했
지만 운은 다른 법이다 차로 다가가던 화이즈가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모가메스, 계집을 사러 가자. 부듯가에 괜찮은 곳이 있다는 소
문을 들었다. 」
「좋아, 밤이 새려면 아직 시간이 있지 .」
선뜻 대답한 모가메스가 자동차로 다가가 키를 꽃았다. 카말한
테서 여비조로 각각 3천불씩을 받은 것이다. 오늘밤 쓰고 나서도
알제리까지의 뱃삯은 충분한 것이다. 차의 안으로 들어선 모가메
스는 엔진을 켰다. 그때 옆쪽 문이 열리면서 옆자리에 화이즈가
앉았다.
「아니 !.
그 순간 눈을 치켜뜬 모가메스가 온몸을 굳혔다 옆자리에 오른
사내는 화이즈가 아니었다. 사내가 권총의 총구로 모가메스의 옆
구리를 찔렀다.
「움직이떤 죽인다. 」
모가메스는 시선을 내렸다. 사내는 동양인이었다. 어제 오전에
카이로의 창고를 습격한놈이다. 직접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이놈
이 틀림없다고 믿어졌다 사내가 키를 뽑았으므로 차 안은 금방
정적에 덮였다. 사내가 총구로 모가메스의 옆구리를 두어 번 찔
렀다.
「땄어?.
이를 악문 그가 대답하지 않자 사내가 빙긋 웃었다. 다음 순간
사내의 주먹이 날아와모가메스의 옆얼굴을쳤다. 매섭고강한주
먹이었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친 모가메스가 겨우 바로 앉자 사
내가 다시 물었다.
「땄어?,
「땄습니다. 」
「저런 곳에서 따다니 넌 운수대통이다. 」
사내의 시선이 조심스러워졌다 소음기를 낀 베레타 15연발의
총신이 앞쪽 거리의 빛을 받아 검게 빛났다.
「레이니 마르텡이 어디에 있는지를 대라.」
사내가 유창한 아랍어로 말했다
「재수없는 네 친구는 이마에 구멍이 나서 먼저 죽었다. 넌 살아
야지 .」
그의 총구가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사내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온몸이
묶이고 입에 테이프를 붙였는데도 발악을 했으므로 부하들이 누
르고 있어야만 했다.
벤은 시내를 빠져나가 한적한 도로에 접어들자 속력을 냈다. 아
부키르 항 쪽으로 향하는 해안도로였다. 두 손과 가슴에 피칠을
한 부하가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사내들의 상처를 치료한 것이
다.
「두 놈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옆자리에 앉은 부하가 헝겊으로 피를 닦으며 아메드를 바라보
았다.
「놈들은 돈을 왜 갖고 있는데요. 달러를 몇 천불씩 넣고 있습
니 다. 」
머리를 돌린 아메드가 뒤쪽을 바라보았다 바짝붙어서 따라오
는 차량은 부하들의 승용차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쪽은 짙은 어
둠뿐이었다.
그 시간에 마프즈는 클로비스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알나스르 광장 옆의 후세인 여관에서 그놈들
을 잡았습니다. 」
마프즈가 말을 이었다
「지금 내 부하들이 시외로 끌고가는 중이오.」
「칼리파의 조직원이 확실합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두 놈 모두 알제리 여권을 갖고 있는데다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니까요.」
「맞는 모양이군.」
「하지만 심문을 해봐야지요.」
수화기를 내려놓은 마프즈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새벽 4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시간쯤후에 오라비 광장에서 동쪽으로 세 구역 떨어진 3층
건물 앞에 대여섯 대의 승용차가 멈춰섰다. 새벽 5시여서 차량들
만드문드문 달릴 뿐인 한적한 거리에 20여 명의 사내들이 한꺼번
에 쏟아져 나왔으므로 거리에는 발소리로 가득찼다.
사내들은 건물의 현관을 박차고 들어갔는데 일부는 남아서 주
위를 경계했다. 모두 총기로 중무장한 차림이었고 일사불란한 움
직임이었다. 3층의 아래층부터 차례로 불이 켜지면서 곧 건물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현관 앞에 서 있던 아메드가 부하를 돌아
보았다
「비어 있는 모양이군.」
「눈치채고 도망친 것 아닐까요?.
아직도 초조한 시선으로 건물을 올려다보던 부하가 말했다.
「글쎄 .」
아메드가 쓴웃음을 지 었다
「내가 이렇게 총소리를 기다려 보기는 처음이다. 」
이윽고 몇 분쯤 시간이 지나자 몰려 들어갔던 부하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왔다. 모두가 허탈한 표정이었고 고대하던 총성은 끝내
울리지 않았다. 손에 기관총을 쥔 사내가 아메드에게 다가왔다.
「건물은 비어 있습니다. 」
그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놈들이 묵었던 모양으로 찻잔에는 아직도 차가 남아
있는데다 옷가지가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
「이곳을 떠난다. 」
그러자 아메드가 서두르듯 말하고는 차에 올랐다. 분위기를 눈
치챈 부하들이 다투어 차에 올랐고 차량들은 요란한속도로 발진
했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건 금방이었다.
「현관 앞에 서 있던 사내가 아메드였습니까?.
터커가 피에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길 건너편 건물의 벽에 붙
어 서 있었으므로 앞쪽의 거리가다보였다.
「그래요, 마프즈의 행동대장격인 아메드요.」
「프랑스 주재 리비아 대사관의 보좌관이구요
혼자소리처럼 말한 터커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리비아측도 정보망이 대단한데. 당신이 먼저 들어섰다면 리비
아측의 총알받이가 될 뻔했습니다. 」
지금도 터커는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이다. 그래서 우리라는 표
현을 쓰지 않는다.
「어쨌든 마르텡은 저 건물에 없는 모양이오. 놈들이 빈 손으로
돌아간 걸 보면.」
터커가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 새벽 5시가 넘은 것
이다. 피에르가 혼자 하겠다고 나섰지만 터커가 앉아만 있었던 것
은 아니었다. 그는 생포한 화이즈와 모가메스를 교외의 빈 집에
가둬놓는 뒤치다꺼리를 했다. 그리고 수시로 브라운한테 보고를
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마르텡의 숙소를 정탐하던 중에 나타난
리비아측 특공대는 뜻밖이었다
「도대체 저놈들은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까?.
터커가 다시 의문이 생긴 모양으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꺼림칙합니다, 피에르.」
「있든지 옮기든지 마르텡과 상의하겠다고 했소.」
모한이 핏발선 눈으로 마프즈를 바라보았다. 아부키르 항 근처
의 선박 수리소 안이었다. 배의 부속이 어지럽게 널려진 넓은 공
장 안에는7,8명의 사내들이 모여 서 있었다. 그들의 중심 부분에
앉아 있는 사내가 모한이다.
마프즈가 머리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아메드로부터 건물이 비
어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건물은 비어 있었다. 」
「그럼 다른 곳으로 옮긴 거요. 난 거짓말하지 않았소.」
모한은 필사적이었다. 동료는 중상이어서 한쪽에 눕혀져 있다.
「오늘 저녁 여섯시에 케이트 베이 요새에서 모터보트로 떠난다
는 것은 틀림없겠지?.
마프즈가 다짐하듯 묻자 그는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카말이 눈치채지 않았다면 그럴 거요.」
「네 목숨이 달린 일이야.」
「카말이 제 입으로 말했지만눈치채고 변경할수도 있지 않소?.
마프즈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전 6시가 되어가고 있었
으니 앞으로 12시간 후가되었다. 카이로에서 마지막 기회이자칼
리파와의 마지막 승부가 된다.
공장 이층의 사무실로 올라온 마프즈는 한동안 우두커니 소파
에 얀아 있었다. 빈 건물을 습격했던 아메드는 지금 돌아오는 중
이다. 이윽고 마프즈는 수화기를 들었다. 신호가 떨어지자 곧 응
답소리가 났다
「여보세요.」
클로비스의 목소리였다.
「클로비스. 건물은 비어 있었소.」
「그렇다면 놈들이 눈치를 채고‥‥」
「아니 ,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잡힌 놈의 말대로라면 옮길지도
모른다고 했다니까.」
「놈들이 저녁 스케줄을 변경시키지나 않을까?)
클로비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요란하게 쳐들어갔소?.
「아마 그랬을 거요. 은밀하게 들어갈 여건이 아니었습니다. 」
마프즈가 수화기를 고쳐쥐었다.
「그런데 클로비스,도대체 이 정보는 누구한테서 얻었소?.
「왜 자꾸 그걸 묻는 거요? 어쨌든 정보는 정확했지 않습니까?.
「나한테 숨길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자 송화기에서 혀차는 소리까지 났다.
「알렉산드리아의 정보원이 얻어낸 거요.」
「그자는 어떻게 얻었답니까?.
「그자도 정보원한테서 들었다는 거요.」
「믿을 만한 사람이오?.
「이봐요. 마프즈. 어쨌든 그 정보는 맞았지 않소?.
클로비스가 짜증을 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오?.
그러자 입맛을 다신 마프즈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맞는 말이었
던 것이다. 갑자기 마르텡 일당의 거처를 제보받게 된 바람에 와
락 의혹이 일어났지만 어쨌든 이쪽이 손해는 아니었다.
「당신은 못 다루는 총기가 없군.」
터커가 감탄을 했다. 클레오파트라 비치 근처의 방갈로 안이다.
침대 위에 드라구노프 저격총을 분해해 놓은 피에르가 조립하는
중이었다. 피에르는 탄창에 든 탄알을 빼내더니 하나씩 살펴보
았다.
드라구노프저격총은 유효사정거리가800미터에 10발들이 탄창
을 쓴다. 구 소련군의 저격총으로 배율 4배의 스코프는 적외선 탐
지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정도면 맞출 수 있나?)
터커가 묻자 피에르가 스코프의 눈금을 들여다보았다.
「사막에선 1,100미터 거리의 메론도 맞힌지 .」
「하긴 사막이라 스코프에 메론밖에 들어오지 않겠구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터커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먼 거리에서 사람을 쏘아본 적도 없다.
「이봐, 피에르. 마르텡을 쏘아 맞출 생각이야?.
터커가 궁금한 듯 물었다. 이제 그는 피에르를 대하는 말투가
가볍다. 탄창을 끼워넣은 피에르가 머리를 저었다.
「죽이진 않아.」
「사로잡는다고 해도 쓸모가 있을까?내 말은 마르텡이 자백을
한다고 해도 프랑스 점부는 너에 대한 사면을 해주지 않을 거란
뜻이야.」
「알고 있어 . 그리고 바라지도 않고.」
피에르가 총에 긴 스코프를 통해 창밖의 바다를 겨뒀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와 흥정을 할 수는 있을 거야. 날 죽이려고
했던 놈들과 말이야.」
「어떤 홍정?,
「마르텡의 입을 통해 이번 사건이 폭로되면 아마 고위층 여럿
이 다치게 되겠지 천만불쯤 내놓으라고 할 작정이야.」
「프랑스 정부에게?.
터커가 눈을 크게 떴다.
「간도 크군 피에르. 자네 혼자서 말인가?.
「물론, 당신들 도움은 바라지도 않아.」
「이거 , 어서 이곳을 나가야겠는데.」
자리에서 일어선 터커가냉장고를 열더니 캔맥주를 꺼냈다.
「돈을 바라고 이런 일을 했군 그래.」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야.」
저격총을 침대끝에 세워놓은 피에르가 터커를 바라보았다.
「내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게지 . 자넨 내가 물만 마시고 사는 놈
인 줄 알았나?.
「그자는 외인부대 출신입니다. 용병이나 마찬가지란 말입니
다. 」
정색한 터커가 말을 이었다.
「프랑스 당국에게 천만불을 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
닙니다. 」
「재미 있군.」
브라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에서 그자와의 관계를끊도록하자 우리가더 이상 연
루될 수는 없다. 」
알렉산드리아의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객실 안이었다. 브라운
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전 11시였다.
「몇 시간 후면 케이트 베이가 시끄러워지겠군. 잘하면 그곳에
리비아 특공대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
눈썹을 모은 그가 터커를 바라보았다
「잘못하다가는 피에르 김의 배후에 우리가 있었다는 것이 들통
난단 말이야, 터커 .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알겠습니다, 보스. 하지만· .」
「하지만 뭐야?,
이맛살을 찌푸린 브라운이 그를 쏘아보았다.
「무슨 미련이 있나?.
「아닙니다. 」
터커가 시선을 내렸다.
「미련 없습니다, 보스.」
리비아로 보내질 전자장비를 폭파한 것은 모두 피에르의 공적
이다. 그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를 시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그러나워싱턴에서는 더 이상깊게 들어가는 것을원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를 추궁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이 선에서 끝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의자에 등을 기댄 브라운이 입맛을 다셨다. 이것은 정치적인 일
이다. 그리고 큰 사건은 대개 정치적인 결정으로 끝이 나는 것이
다. 브라운이 생각난 듯 물었다.
「그자는 지금 어디에 있나?.
「클레오파트라 비치 근처의 방갈로에 있습니다. 」
「좋아, 이제까지 우리도 할 만큼은 해주었다. 이 시점에서 그
자와의 관계를 끝낸다. 」
「그자에게 통보를 해줘야 합니까?.
「당연히 .」
브라운이 턱으로 탁자 위의 전화기를 가리켰다.
「그리고 우리와의 관계는 모두 지우라고 말해. 이건 특별 케이
스라고.」
머리를 끄덕인 터커가 수화기를 들었다. 특별 케이스이긴 했다.
기억을 지우라고 부탁하느니 이제까지 Ctl는 기억 주체 자체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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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봅니다. 감사 ^^
매정한 놈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ㅈㄷ
감사합니다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