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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을 가다가 우연히 어느 영험한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불 붙은 장작 위에서도 순간이동으로 위기를 빠져나오며 그 법력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쳐준다고 했다. 이에 박문수는 뭔가 석연찮은 느낌이 들어 그 스님이 불 속에서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로 가서 관중들 틈에 끼어 지켜보기로 하는데 그 날은 법력이 모자랐는지 갑자기 몸에 불이 붙어 뜨거움을 호소하다가 결국 극락 세계로 가게 되었다. 그러자 박문수가 "이 스님은 사기꾼입니다"라고 폭로하고 왜 멀쩡했는지 밝혀냈다. 그 수법인즉슨 장작더미 밑에 암자 뒤로 통하는 굴을 파 놓고 장작더미에 불이 붙으면 그 굴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누군가 입구를 막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 지금으로 치면 마술사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걸 갖고 병을 고치네 마네 하며 약장수 비슷한 짓을 했던 것이다. 그 뒤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밝혀냈고 관속들 몰래 함께 빠져나가고 왜 살해했는지 물어봤더니 그 범인도 사실 사기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범인은 이 지방에서 꽤 잘사는 좌수 정도의 위치에 있는 지방 유지인 사람으로 자식이라고는 데리고 왔던 딸 하나 뿐인데 그 딸은 어릴 때부터 심각한 병을 앓고 있었으나 오늘 죽은 문제의 승려를 만나 병이 나았다고 한다.[21]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그 뒤로부터 승려는 이를 빌미삼아 재물을 요구하고 그때마다 재산을 바쳤지만 하필이면 최근 명문가에 준하는 가문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게 되자 재산의 반을 내놓으라 강요하고 안 내놓으면 그 딸의 병력을 폭로하겠다 계속해서 협박[22]하는 바람에 참다 못해 승려가 술법을 쓰기 시작할 때 트릭을 위해 파 놓은 굴의 입구를 막아 승려를 태워 죽여버린 것이고 굴에 들어갈 때 입은 흙 묻고 그을린 옷은 딸이 가져온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었다.[23] 범인은 닷새 뒤가 딸의 결혼식이니 딸의 혼례식 이후에 벌을 내려달라고 하지만 사기꾼 승려의 사악한 본모습과 사건의 원인이 된 범인의 사연을 들은 박문수는 그의 사정을 알고 범인을 용서하는 선처를 내린 뒤 이튿날 다시 여정을 떠난다.[24][25] 와이파이 한국인 박문수 편에서 이 에피가 언급된다.
2. 무주 구천동에서의 설화도 유명하다. 한번은 길을 가던 중 밤중에 덕유산에서 헤매다가 어느 마을에 당도하였는데 다들 불을 끄고 잠이 든 가운데 유독 어느 한 집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괴이하게 여긴 박문수가 몰래 들어가서 문틈으로 엿보았더니 젊은이가 아버지로 보이는 늙은이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고 그 늙은이가 울면서 칼로 젊은이를 살해하려 하는 것이었는데 곁에는 며느리로 보이는 여성을 시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칼로 찌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급히 말리고는 사연을 들어 보았는데, 노인의 말에 따르면 이 마을에 사는 어느 힘 깨나 쓰는 포악한 천씨 부자[26]가 느닷없이 달려와 이유없이 누명을 씌우고는[27] 그 부자의 아내와 며느리를 같은 날 같은 시각 자신과 자신의 아들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강제로 하려고 했다는 것. 천씨 부자 중 천씨 노인은 자기 며느리가 달아났으면 아들만 새로 결혼시키면 되는데 자기까지 새로 결혼하려고 한 이유를 보면 홀아비처럼 보이지만 본처가 있었다. 본처가 있음에도 자기가 괴롭히는 부자 중에서 아버지 쪽의 아내를 노리는 이유는 그 부인이 미인이었기 때문이며 며느리도 그 아들의 아내에게서 빼앗아서 아들을 새장가 보내려고 한 것도 며느리도 미인이었기 때문에 자기 아들도 그 집의 며느리를 탐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천씨 부자가 다른 성을 쓴다는 이유로 죄도없는 다른 부자를 집요하게 괴롭힌 것도 그 집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미모가 탁월해서 빼앗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 치욕을 이기지 못하고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것인데 자식이 차마 부모를 죽일수가 없어 아들과 며느리가 각각 시부모에게 죽여달라고 울며 청한 것이었다.
끔찍한 사연을 듣게 된 박문수는 자신이 해결할테니 걱정 말라며 두 부자를 안심시키고 바로 무주 고을로 가서 광대들을 소집하고는 그 중 힘 좋고 재주 잘 넘는 젊은 광대들을 골라 뽑아 오방색 깃발과 장군복을 준비해서 같이 그 장소로 다시 갔다.[28] 마침 날이 밝아서 과연 그 천씨 부자가 결혼식장을 차려놓고 결혼 준비를 자신들이 괴롭히는 두 부자의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강제로 치장시켜 놓았고 어느새 구경꾼들이 운집해 있었다. 예의 그 부자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지나가던 나그네의 말을 듣지 말고 자결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경꾼들이 두 무리로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박문수가 황색 깃발을 든 황룡 신장(神將) 복장을 하면서 다가와 차려져 있던 혼례상을 벼락같이 내리치고는 큰 소리로 4명의 사신 신장을 차례로"동방 청룡, 서방 백호, 남방 주작, 북방 현무 대장군 나오너랏!"이라 부르니 또 사방에서 신장 복장을 한 광대 4명이 1명씩 벼락같이 날아와 황청백주현(황룡,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오방신장이 한 자리에 십자 모양으로 선 형상이 되었다. 그러자 박문수가 다시 큰 소리로 이렇게 "나는 중앙 황룡대장군이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이 자리에 왔노라. 어느날 어느시에 무주 구천동에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른 사악한 신랑 두 놈을 잡아오라 하셨으니, 사방 신장은 협력하여 즉시 사모관대한 두 놈을 끌고 가도록 하라."라고 호령하니 이 말에 광대들이 2인 1조로 천씨 부자를 끌고 나갔고, 구천동 밖 삼십리쯤에 있는 어느 산골에 다다랐을 때 박문수는 그간 천씨 부자가 저지른 죄들을 낱낱이 논한 후 광대들을 시켜 천씨 부자를 그 자리에서 처형하고 그 시체를 묻고 광대들에게 사례한 후 구천동을 떠났다. 광대들이 천씨 부자를 처형할 수 있었던 것은 광대들은 신분이 천민인데 광대들은 처형장에서 망나니[29]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박문수가 대동한 광대들이 천씨 부자를 처형한 것은 고증에도 맞다.[30][31]
10년 후 다시 구천동에 갔더니 생전 처음 보는 큰 기왓집이 있었다. 10년 전 괴롭힘당하던 부자의 집이었다. 노인이 된 그 부자 중 아버지는 박문수를 알아보지 못했고, 박문수 역시 시치미를 뗀 채 그간의 일을 물어보자 그 일이 있은 뒤로 하늘이 그 덕을 아는 집이라 하여 구천동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가세가 번창하게 되었으며 구천동의 주민들도 그 부자의 집의 덕을 본받자며 선행을 하여 구천동이 존경을 받는 고을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박문수는 그저 웃으며 모두 하늘의 덕을 받았노라고 말하고 다시 구천동을 떠났다고 한다. 나중에 영조가 이 사실을 알고는 왜 자신이 한거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하니 박문수는 그러면 그 노인은 더이상 착하게 살지 않을 것이며 구천동 사람들은 다시 악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했다. 영조는 박문수의 지혜에 감탄했다. 이 설화는 개화기에 쓰여진 소설이자 박문수의 암행어사 프레임을 최초로 확립한 소설 박문수전에 첫 번째로 실려있는 이야기이다.와이파이 한국인에선 초반 에피에 언급되어 어사때 천씨에게 마을 보상금을 요구하는 걸로 마무리된다.
3. 매파가 좌수 집안에 추파를 넣었다가 좌수의 분노를 사 괜히 망할 뻔 했던 같은 성씨[32]의 착한 총각의 이야기도 있다. 맹꽁이 서당에 나와있는 이 이야기는 박문수가 길을 가다가 길을 잃고 어느 낡은 집에 머물게 되었을 때 일이다. 홀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집주인 청년은 집에 있는 쌀[33]로 저녁을 대접한 뒤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다. 남은 가족으로는 홀어머니 한 명 뿐으로 아버지는 이 산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두 형은 이인좌, 정희량의 반란 당시 억울하게 처형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이 되자 포졸들이 청년을 잡아가려고 하는 것을 본 박문수는 청년에게 아침상을 받으며 청년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데 청년은 예전에 매파가 좌수 집안의 외동딸과의 혼인을 주선한 일로 좌수가 노해서 청년에게 툭하면 곤장질을 일삼는 등 엄청나게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
알고 보니 근처 남원 고을의 좌수인 이성오란 사람은 고을 이방으로 꽤 자산가이다보니 무척 오만한 성격이라고 한다. 게다가 몇가지 죄도 있었던 모양. 다만 딸은 아버지와는 달리 얌전하고 정숙한 규수로 유명한 듯 했다. 이에 박문수는 착한 청년을 도와주기로 했으며, 자신이 삼촌을 자처하여 암행어사 마패를 들이밀고 좌수의 딸과 혼인시키고, 재산의 절반을 총각에게 넘겨주게 해서 서로 잘 살았다는 일화가 있다. 거꾸로 혼기 지난 처녀들의 짝을 찾아주었다는 내용도 실록에 있다.[34]
4. 한번은 친척집에 잔치가 있어 밤을 새었다가 다음날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데, 바로 앞서 세수를 하던 친척이 베로 된 수건 하나를 저 혼자 쓸 것처럼 마구 쓰는 것을 보고 뒷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여겼다. 이 친척이 나중에 평양 감사로 임명받았다고 하자, 임금에게 찾아가서 일전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임금도 배려 없는 그 친척에게 평양 감사를 맡기기가 좀 씁쓸했는지 취소시켰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와이파이 한국인 박문수편에서 간접적으로 언급되고, 본인이 증언한 것으로 표현된다.
5. 하루는 그가 고개를 넘다가 그만 배고픔에 지쳐 쓰러져버렸다. 그 때 어느 한 여인이 쓰러진 박문수를 발견했는데, 주위에 먹을 것도 없던 터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그녀는 가슴을 내밀고 박문수에게 모유를 먹였다. 모유를 먹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여인이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이에게 줄 젖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진게 없는차에 죽어가던 박문수를 보고 경황없이 자신의 모유라도 먹여 구하고자 한 것. 이 때 그 광경을 본 나물 캐는 아낙네들은 경악했으며, 그 사실을 그 여인 남편에게 일러바쳤다. 화가 난 남편은 박문수와 아내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박문수가 마패를 내밀었다. 그러자 남편은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면서 박문수에게 용서를 빌었다. 박문수는 그 남편에게 따끔하게 호령[35]을 한 다음 다시 갈 길을 갔다. 그 뒤 남편은 나라에서 파견한 어사를 폭행했으니 무사하지 못했을 터, 결국 관아에서 원님의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일 때 박문수가 남편을 용서하고 자신을 살려준 아내에게 상을 내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사에게서 논밭 50마지기를 상으로 받았으며, 그 후 마패를 가진 사람들이 가서는 안 될 고개라는 뜻인 금패령(禁牌嶺)의 유래가 되었다. 박문수가 상을 내릴 때 논밭 50마지기를 남편이 아닌 자신을 구한 아내의 재산으로 상을 내렸는데 이는 그 남편이 아내를 핍박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36]
6. 하루는 박문수가 박좌수[37]라는 부자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그 자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조카가 그 유명한 박문수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밤에 몰래 마패를 보이고 박좌수를 추궁하자 자신의 정체를 밝히길 그 박좌수는 원래 백정 출신이었다. 당연히 백정은 조선 시대에 사람 취급도 안했는데 좌수 증명서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박문수가 물어보니 그는 원래 백정 일로 많은 돈을 벌긴 했지만 백정이다보니 길가는 어린 아이에게도 천시를 당해야 했고 이 억울함을 알고 지내던 그 고을 이방에게 호소했는데[38] 이 이방이 꾀를 내어 마침 새로 온 수령에게 박씨를 좌수로 추천했다. 물론 그 동네 양반들이 당연히 들고 일어나서 좌수 자리는 취소되었지만 좌수 직첩[39] 자체는 뺏기지 않고 갖고 있게 되었고, 이 직첩을 가지고 다른 곳에 이사해서 살면서 좌수를 지냈던 양반 행세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양반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자 유명한 박문수를 자기 조카라고 속인 것이었다.[40]
이 이야기를 들은 박문수가 박좌수를 더이상 추궁하지 않고 비밀을 지켜주는 것도 모자라 마을에 머무는 동안 일부러 출두까지 해서 신분을 밝히고 진짜 조카 노릇을 해주자 그 고을의 양반들도 박좌수가 박문수의 숙부라고 믿어 그동안 의심한 것에 설설 기며 용서를 빌었고 박좌수도 이를 고마워해서 나중에 박문수 몰래 그의 집을 새로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박문수의 동생이 박좌수의 존재를 알고 감히 백정 따위가 양반을 농락한다며 그의 집으로 가서 큰소리를 쳤지만 오히려 박좌수 집 하인들에게 매를 맞고 "이놈이 제 조카인데 미친 병에 걸려서 헛소리를 내뱉는답니다."라는 말을 듣고 쫒겨나 버렸다.[41] 이후 박문수의 동생이 박문수에게 이 일을 호소하자 박문수는 껄껄 웃으면서 박좌수가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인데 너같이 어린 녀석이 함부로 상대할 인물이 아니라며 오히려 동생에게 한소리 했다고 한다. 와이파이 한국인 박문수 편에서 언급된다.
이 이야기는 박문수 설화가 아닌 그냥 민담 버전으로도 있는데 여기에서는 초반부가 양반전의 내용과 결합된 듯한 이야기로 나온다. 한 양반이 환곡을 못 갚아 옥에 갇힐 처지가 되자 돈깨나 모았던 백정 한 명이 가엾게 여겨 대신 갚아주었고, 이후 백정살이에 한이 맺혀 먼 곳으로 이사해 양반 행세를 했다. 하지만 양반 행세에 익숙치 않아 그 동네 양반들이 의심하던 차에 자신이 전에 도와준 양반이 큰 벼슬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대감이 내 친척뻘 된다 큰소리를 쳤고, 별 문제없이 잘 살려나 싶던 때, 그 대감의 큰아들이 마침 그 지역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온 것. 소문을 들으니 이 지역 아무개라는 양반이 아버지의 친척이라면 내 아저씨뻘인데, 난 그런 아저씨가 없는데 싶어 의아해진 어사는 은밀히 백정을 찾아가 어찌 된 것인가 묻는다. 백정은 여태까지 사연을 다 털어놓으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빌고, 이야기를 듣고 백정이 아버지의 은인임을 알게 된 어사는 안 그래도 아버지가 어르신 은혜를 갚고 싶어했다며 오히려 진심으로 조카 노릇을 해 주고[42] 서울로 돌아갔다. 돌아와 아버지인 대감에게 이 일을 고하자 아버지도 잘했다며 칭찬하는데, 동생이 우리가 천한 백정놈 조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길길이 뛰고는 내려가 따졌지만 도리어 미친병 걸린 둘째조카 취급을 받고 된통 혼이 난다. 위의 박문수 설화처럼 호되게 얻어맞았다는 버전도 있지만, 붙잡힌 채 등에 쑥뜸 수십 개를 당하고 아픔에 "아이고 삼촌 잘못했습니다. 저 정신 돌아왔습니다"를 고래고래 외치고 풀려나 줄행랑을 놓았다고도 한다.
7. 어사로 활동하던 도중 어느 지역에서 의적 얘기를 듣게 되었다. 부잣집도 간단히 털어버려서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어사의 신분상 이런 인물을 내버려두는 것도 좋은건 아니기에 당연히 잡아야 했다. 문제는 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인물이라 잡기 어려웠다는 것인데 고민 끝에 자신을 한양에서 도적 잡으러 온 사람이라 속이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도적 쪽에 흘리기 위함이었는데 도적은 이를 알게 되자 박문수에게 편지를 보내 헛수고만 할 거라며 비웃었고 그게 허풍은 아니었는지 첫날에는 도적이 박문수의 봇짐을 털어 망신을 줬다. 하지만 두번째 날에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박문수에게 꼬리를 잡혔다. 문제는 도망치던 도중 막다른 길에 이르자 도적이 담을 넘어버려 놓치고 말았다는 것인데 담 너머에는 두 집이 있었고 두 집에 사는 사람은 각기 다른 특징이 있었다. 첫번째 집 사람은 장님이었고[43] 두번째 집 사람은 귀머거리였다는데, 박문수는 두 명 중에서 귀머거리가 (무엇인지는 설화별로 다르지만 대개) 귀를 촛농으로 막아놓은 것을 알고 잡았다. 와이파이 한국인 박문수 편에 이 에피소드가 언급된다. 의적 캐릭터는 장 발장 캐릭터로 패러디.
8. 박문수가 흔치 않게 굴욕을 겪은 일로 어사 활동을 하던 도중 산길에서 한 사람이 다급하게 다른 사람에게 살려달라며 애원하기에 숨겨주었고 잠시 후 또다른 사람이 나타나 칼을 들며 아까 전 숨겨준 사람이 어디 있는지 대라고 말했는데 겁먹은 박문수는 결국 위치를 알려주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멀어져 가는 칼 든 사람을 보며 박문수는 내 목숨 위태롭다고 남을 팔았다며 한탄했고 자신이 그 사람을 구할 수 있던 방법이 없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렀을 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았는데 한 아이가 사또 역할을 하고 나머지 아이들이 사또 역할을 맡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청하고 있었는데 내용인즉 키우던 새 두마리가 산으로 날아갔다며 찾아다 달라는 것. 넓은 산을 뒤져 새를 찾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곤란한 일이었지만 사또 역할을 맡은 아이는 새가 산으로 도망쳤다면 산을 끌고 오라며 산을 끌고 오면 내가 산을 추궁해 새를 되찾아주겠다고 말한다.
이에 박문수는 저 아이라면 혹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던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가갔는데 아이들은 송사를 진행하는 놀이를 하고 있던지라 사또 역할을 맡은 아이는 대체 누가 동헌에 함부로 오는 거냐며 놀이가 다 끝날 때까지 박문수를 묶어놓았다. 그러고 놀이가 다 끝난 다음에야 묶어놔서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풀려난 후 박문수는 사또 역할을 맡았던 아이에게 아까 전 있었던 일을 말하며 이럴 때는 어떻게 했다면 좋았을 거냐고 물어보았는데 이에 아이는 장님 행세를 하는게 좋다며 아무리 그래도 장님에게 물어볼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앞을 못 보니까) 답한다. 이에 박문수는 아이의 지혜에 감탄하면서도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속으로 탄식했다는 이야기. 와이파이 한국인 박문수편에서 이 에피가 언급된다.[44]
9. 박문수의 일화 중 옛날 이야기 시리즈에 수록된 박문수와 평민들의 이야기들이다. 그 첫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길을 가던 박문수는 과년한 두 딸을 시집보낸 한 남자의 하소연을 듣게 되는데, 남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두 딸을 시집보내게 될 때 큰딸은 뼈대 있는 양반 가문에 보냈지만 문제는 시가(媤家)가 워낙 가난해서 앞치마도 제대로 못 마련해 밥보자기를 두를 정도였고 작은딸은 밥이나 먹고 사는 잘사는 집에 보냈지만 그 집은 평민의 집이라 양반들에게 재산이 있단 이유로 늘 볼기를 맞고 재산은 재산대로 빼앗기기 일쑤였다고 한다.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한 박문수는 작은딸이 시집간 그 집으로 가서 자신이 그 집의 친척으로 행세할 것이니 큰딸네 시가 식구들에게 재산을 반 정도 나눠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 집은 박문수 말대로 했고 박문수가 그 집의 친척 행세를 하자 얼마 안가 마을 양반들이 설설 기는 정도가 되었으며 강제로 빼앗아간 재산도 알아서 다시 갖다바쳤다. 둘째네 시가에게 재산을 받은 큰댁도 얼마 안가 제법 융성해졌다. 두 번째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박문수가 어느 평민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을 때 이야기이다. 자리를 짜는 평민에게 고마워하며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평민은 그저 볼기만 안 맞고 살면 괜찮다고 했다. 위의 이야기처럼 양반들의 토색질에 시달리는 평민들의 애환을 담긴 이야기다. 이에 박문수는 자신의 친척 행세만 하면 된다고 하고 그가 관아로 오게 되자 미리 짠 대로 그 평민을 조카처럼 대우했으며 양반들이 설설 길 정도가 되어 다시는 그 평민을 괴롭히지 않았다고 한다.
10. 이번 이야기는 장승이나 돌미륵 같은 신령한 존재의 도움을 받으며 펼치는 이야기로 능인출판사와 옛이야기 시리즈에 수록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능인출판사 판본을 소개한다. 박문수가 길을 걷던 중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 같이 길을 가게 되었을 때 일이다. 마을에 들어서서 한 대감댁에 들르게 되었을 때 노인이 박문수가 대동한 하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했는데 배도 고픈데 노인이 별짓을 하라 하니 화가 나 아무데나 던졌다. 노인이 어디로 떨어졌냐고 물으니 하인이 숲에 떨어졌다고 했는데 노인이 "수풀 림이라 그럼 임서방이라고 소리쳐보시오" 하자 하인은 배도 고프고 별 짓을 다 해야 하니 짜증도 날 대로 나서 화를 내며 대충 임서방 임서방 거리며 꽥꽥 소리지르자 그 대감댁 하인들이 "감히 우리 대감님을 서방이라 하다니?" 하며 화가 나 다들 박문수, 노인, 하인 모두 끌고 갔는데 알고 봤더니 왕년에 한양 부사였던 임자근이었다. 조선시대에 생판 남의 이름은 물론 성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큰 금기였기 때문에 임자근은 처음에는 화를 냈으나 이 이야기를 듣고 보통 노인이 아니라며 경이로워했다. 임자근 대감은 이 노인이 예사 노인이 아니리고 여겨 신수를 봐달라고 했는데 노인은 대감이 오늘 밤 죽게 되었으나 피할 수도 있다는 점을 쳐주었다. 죽음을 피하는 방법은 활로 가장 아끼는 것을 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대감이 사랑하는 젊은 후처였다. 죽은 전처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어 후사를 잇기 위해 후처를 들인 임 대감이었기에 차마 사랑하는 아내를 쏠 수 없어 여러번 갈등했는데 활을 겨누다가 거두려는 임 대감의 팔을 노인이 툭 건드리자 결국 화살이 쏘아졌다. 운좋게도 부인이 바느질을 하다가 그 타이밍에 고개를 들었기에 화살이 살짝 빗나가 병풍을 맞추었다.
임 대감은 아내가 맞지 않았다는 점에 안심했으나 다시 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던 찰나,[45] 후처가 비명을 지르고 혼비백산 달려나오며 사람이 죽었다고 얘기하자 급히 방으로 들어가 병풍을 확인해보니 그 안에서 사람 시체가 나오는데 바로 자신의 집에 있던 하인이었다. 어안이벙벙한 임 대감이 노인에게 얘기하자 노인이 밝혀준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평소 대감의 젊은 후처를 남몰래 사모한 그 하인은 오늘처럼 대감과 후처가 각기 다른 방을 쓰고 있는 기회를 노려서[46] 대감댁 식구를 몰살하고 후처와 재산을 훔쳐 평생 호의호식하려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건 현장에는 도끼와 기름이 있었는데, 바로 그 하인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준비해 둔 것이었다.
대감은 노인 덕에 목숨을 건졌기에 고마워하며 사례금으로 200냥을 준다. 원래 2,000냥을 주려고 했는데 노인이 200냥만을 운문산 송백골의 성덕수란 사람 집으로 보내달라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 이후 며칠 잘 묵고 가면서 다른 마을에 도착하는데 마을 유지인 부잣집의 외아들이 퉁소를 불다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노인은 소년을 보고 바로 담뱃재를 탄 물을 아이에게 먹였다. 아이 아버지는 노인의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멱살을 잡았는데 아이는 잠시 고통스러워했지만 입에서 죽은 지네를 토해내고 바로 건강해졌다. 이 소동은 퉁소를 불던 아이가 잠시 낮잠을 자던 중 지네가 퉁소 속에 들어가 그걸 모르던 아이가 퉁소를 불 때 아이의 뱃속에 들어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노인은 지네에겐 담배가 쥐약이란 걸 알고 아이에게 담뱃재물을 먹여 지네를 죽인 것이었다. 아이 아버지는 고마워하면서 사례금으로 천 냥을 주려 했으나 위와 마찬가지로 200냥을 성덕수에게 보내달라며 다시 길을 떠난다. 그 후 박문수가 노인과 함께 다시 길을 가는데 노인은 어느샌가 홀연히 사라져버렸고 노인과 헤어진 박문수는 다시 발길을 옮겼다. 가까운 마을로 가던 중 장승 앞에 기도하는 어떤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게 되는데 처녀는 도자장인 아버지 성덕수가 사또의 모략으로 죽게 되어서 아버지를 살리고자 장승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노인이 성덕수에게 400냥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던 말을 들은 박문수가 의아해하며 처녀가 기도를 올리던 장승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얼굴은 자신과 동행하던 노인의 얼굴이었다.[47]
이 엽기적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도자장 성덕수에겐 아름다운 처녀인 딸이 있는데 평소에 아름다운 처녀를 눈독들이던 청도 군수인 탐관오리가 처녀의 아버지인 도자장에게 처녀를 첩으로 달라고 요구하지만 아내를 잃고 남겨진 하나뿐인 딸을 못된 탐관오리에게 주는 것을 원치 않았던 도자장은 단호하게 그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사또가 도자장에게 도자를 만들라 한 뒤 하인을 시켜서 그것을 훔쳐 누명을 씌우고서 기한 내로 도자값을 내지 않을 시[48] 처형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었다. 이 도자 값이 800냥인데 소녀가 집이며 전답이며 팔아 400냥을 마련했으나 나머지 400냥은 구하지 못했다. 앞에서 200냥씩을 성덕수에게 주라는 것은 도자장의 이름이 성덕수였기 때문이다. 즉 앞서 두 사람 합쳐서 400냥을 요구한 이유가 나머지 400냥 때문이다. 그러나 군수는 여기에서 두 번째로 외동아들을 구해준 부잣집에서 보내오는 200냥을 가로채기까지 하면서[49] 아예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돈만 챙긴 뒤 성덕수를 사형시킬 생각이었다고 한다.
능인출판사 판본에는 여기에 관련한 이야기가 하나 또 있는데, 성덕수가 처형되기로 한 날 시보가 울리면 처형을 시작한다는 걸 알고 딸이 시보가 울리기 전 필사적으로 고을 종각까지 달려가 종 치는 부분에 매달려 있었다.[50] 그리고 얼마 후 장님 종지기가 시보를 울리기 위해 종각에 들어가서 종을 치려고 하는데 성덕수의 딸이 몸으로 종을 막고 있던 터라 종소리가 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장님 종지기가 귀까지 어두웠던 탓에대체 왜 그런 사람에게 종지기 일을 시키는지 의문이다[51]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가 곧 울렸는데 듣지 못했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그냥 종대로 정해진 횟수만큼 성덕수의 딸의 몸만 때리고 가 버렸다. 성덕수의 딸이 자신의 몸까지 던져가며 시보를 방해한 덕분에 시간을 벌었고 결과적으로 처형을 막을 수 있었다. 사또는 정오가 된 것 같은데 종이 안 울리자 이상하게 여기다가 종이 울릴 때까지 기다렸으나 한참이 지나도 종이 울리지 않자 그냥 사형을 집행하려 했다. 이때 동헌으로 성덕수의 딸이 오고 뒤이어 박문수의 하인이 와서 실은 사백냥 중 이백냥을 도둑맞아 이백냥밖에 없지만 내일까지 이백냥은 물론 늦은 죄로 이백냥을 더 가져오기로 했으니 내일까지만 기다려달라며 만일 안 오면 자신을 죽이라고 허풍을 쳤다. 하루만 기다리면 이백냥이 더 생긴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던 사또는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하루 후 모든 사건을 알고 출두 준비를 한 박문수는 군수의 하인이자 문제의 도자기를 훔친 하인을 붙잡아 자백을 받고 전말을 밝혀내는데, 탐관오리의 엽기적이고 사악한 행각에 크게 분노해 탐관오리를 엄벌에 처하고[52] 마음씨 착한 도자장 성덕수 부녀는 박문수의 도움으로 못된 사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53][54]
참고로 능인출판사와 옛날 이야기 판본에 수록된 박문수와 돌미륵이 만나 성덕수 부녀를 구한 내용은 사실 전설의 고향에 수록된 에피소드 <逋欠(포흠) 三千 兩(삼천냥)> 에피소드의 주제가 된 전설을 그대로 갖다 쓴 것이다. 정확히는 포흠 삼천냥 전설은 실존하는 전설로 경상북도 안동에 내려오는 전설이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는 시기가 바로 영조 때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박문수 설화로 둔갑시킨 것으로 실제 전해지는 전설에는 박문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 박문수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교훈적인 내용을 다룰 때 위인이 있으면 편하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이야기의 제목에 쓰인 逋欠(포흠)은 나라에서 양인들에게 빌려주는 국가의 대출같은 제도인데 사실상 나라에서 고리대를 놓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국가에서는 이를 엄금했다. 다만 이미 포흠을 준 경우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은 경우는 문제삼지 않았다. 삼천냥이 된 것도 처녀의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포흠을 썼는데 이자에 이자가 붙어 삼천냥까지 된 것이다. 처녀가 영상 첫머리에서 포흠을 갚기 위해 소금까지 팔아가며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나라에서 암행어사를 파견해 포흠을 주고 이자놀이를 하는 현감의 비리를 적발하려 했기에 현감이 당장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삼천냥을 갚으라고 해서 막막한 처녀가 돌미륵에 비는 거였다. 이 전설의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逋欠(포흠) 三千 兩(삼천냥)을 보면 된다. 전설의 고향에서 해당 전설의 내용을 완전히 똑같이 영상화를 한 것에서 의의가 있다.
11. 야사에 따르면 귀신에게서 신시(神詩)를 받고 장원에 급제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에 관련 에피소드가 소개된 바 있다. 과거를 보러 가다 어떤 초립동자에게서 과거가 이미 치러졌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졌는데[55][56] 동자는 과거 시험의 시제나 장원 급제자의 시문이 이러이러했다며 가르쳐주고 갔다. 그래도 올라온 김에 한양에 사는 집안 어른에게[57] 인사나 드리고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그냥 서울로 올라가 찾아 뵈었더니 그 어른 왈, "뭔 소리야? 아직 시험까지 3일이나 남았는데?" 결국 시험을 무사히 볼 수 있었고 과거 시제에 동자가 가르쳐준 시문의 앞부분이 나와 그 덕에 급제했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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