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어린 나이에 독일로 유학 갔던 맏딸이 학업을 모두 마치고 오랜만에 귀국하여 연주실도 있어야 하기에 살던 집이 협소하여 부득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였다. 그런데 새집을 소개해준 이웃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우리 딸을 보더니 ‘따님 참 예의 바르고 훌륭합니다.’라고 칭찬하는 것이 아닌가. 어느 사람이든지 자기 자식이나 여식을 남이 칭찬해준다면 당연히 기쁘고 감사할 것이다. 그런데 칭찬해 주는 것은 고마우나 '따님'이라는 말을 연거푸 사용함으로 얼마나 듣기에 거북하고 민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요즘 일부 젊은이들은 선조님, 조상님, 부모님, 아드님, 따님, 며느님이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말한다. 아무 데나 '님'을 붙여서 말한다. 심지어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님'이란 며느리 말과 예전 노비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집온 며느리가 시당(媤黨) 사람들에게 쓰는 말에 '님'을 붙였다. 그래서 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 아주버님이다. 그리고 예전에 종이 상전에게 하는 말에 이 '님'을 붙였다. 그래서 아씨, 애씨, 마님이고 남자 상전은 도령님, 서방님, 센님으로 불렀다.
관계를 나타내는 선조, 조상, 부모, 부부, 아들, 딸, 고부, 며느리, 고모, 이모, 조카, 질녀, 부자, 모자, 숙부, 숙모, 백부, 백모의 말 뒤에는 '님'이란 말을 쓸 수 없다. '님'은 부름말 뒤에 붙이는 것이 어법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잘못된 말로 "시부모님은 잘 계시고"는 "시부모는 근력이 좋으시고" 또는 "시어른은 근력이 좋으시고"라고 말해야 맞다. 그리고 남의 자녀나 며느리를 말할 때 아드님, 따님, 며느님이라고 그 뒤에 '님'을 붙이면 부모와 자녀를 시부모와 며느리를 동급으로 만들어 패륜 말(悖倫語)이 된다. 이런 패륜 말을 무슨 겸양인 양 아무렇게나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하인들에게도 그런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우리 그이, 아버지 부인, 시아버님. 시어머님, 사부님이란 엉터리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본다.
예전에는 그런 상스런 말을 사용하는 부인을 상한녀인(常漢女人)이라 불렀다. 또한, 자기 자녀 이름을 들이대면서 '나 OO 아빠인데'라고 상스런 말을 하는 사람은 상한인(常漢人)이라 했다. 그 말이 무엇인고 하니 '상한녀인'은 '상년'이란 말이고 '상한인'은 '상놈'이란 말이다. 그런 듣기가 민망스런 말을 상스런 말(상한어常漢語)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반촌이나 집성촌의 언행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나는 여기서 예전의 신분제 사회의 반상(班常)에 관하여 얘기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 자신 크리스천으로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특히 가정언어생활에서 기본과 근본이 흔들린다면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현재 학교에서도 이런 말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첫댓글 말듣는이의 아들 또는 딸을 말듣는이에게 가리킬 때 쓸 말을 알려 주세요. 아드님, 따님이 아니면? 영식(令息), 영애(令愛)는 아니겠지요? 듣는이에게는 '습니다'투를 씁니다.
관습과 예절 또한 세월이 지날 수록 변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진화하는 것인가?
21세기 예절에 대한 연구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