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케이스들이 다 뒤집혀 있어서 구비디오 진열된 곳에서,보고 싶은
영화를 찾고 있는데, 어라..맨 밑 칸에 보니깐, [기적] 이란 영화가 눈에
들어왔어요. [기적/The Miracle(1959)]은 저 중딩 때 시험 끝나고 나서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봤었던 기억이 있어요...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신
'007' 로저 무어(1927년생이래..)가 장동건 만큼 젊고 아름다웠던 꽃미남
시절에 찍은 영화죠. 중딩 때 제가 [기적]에 대해 기억하는 건 말타고 있는
로저 무어의 너무나 잘생긴 모습에, 영화 보던 여자애들은 멋지다고 소리
지르고 그 반응에 같이 보던 타학교 남중생들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
야유 하던 상반된 반응이 기억나네요..=^_^=
[기적]에 대한 영화글들이 있나 하고 찾아봤는데, 전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글은 거의 없다 시피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왕 적어보는 김에, 내용
중심으로 적어봅니다. 이 영화에 멋진 대사들이 참 많네요...(^_^)
영화가 길어서리...나눠 봤어여...1부 시작~^^~
1부 - 로저 무어를 만나다...
100여년전 스페인은 나폴레옹에게 점령 당했다. 영국군의 개입만이 스페인을
구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런 절망 속에서 싹튼 신의 자비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밝은 빛을 던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마드리드 근방의
미라플로레스 수도원에서 시작된다.
수녀가 되고자 하는 테레사(캐롤 베이커)는 불경스러운 책(로미오와 줄리엣)
을 읽는다고 수녀님들께 혼이 나지만,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죠. 그녀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요. 그런 그녀에게 친구들은 "노래는 사랑이고 밤을
밝히는 등불" 이란 말을 해주죠. 그러던 어느 날 테레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일이 일어나요. 그건 바로 수도원을 찾은 젊은 장교 로저 무어와의
만남. 첫 만남 이후, 그가 부상을 당해서 다시 수도원을 찾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로저 무어(마이클) : 꽃을 드리고 싶어요.
테레사 : 전 장식을 할 수 없어요.
로저 무어 : 천년 훨씬 이전에 로마에 위대한 철학자가 있었죠.
그는 세상의 모든 연인들을 위해 큰 유산을 남겼어요.
사랑은 힘을 만들지만 사랑을 멈추게 하는 힘은 아니다.
부상병들의 치료가 다 되어 가자,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작별을 ...
테레사 : 떠나시죠?
로저 무어 : 그래요. 이 아름다운 곳을 언제나 기억할 것입니다.
시간은 빠르게도 지났어요. 그게 뭐죠?
테레사 : 작별 인사하는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처음 볼 때를 기억
하겠어요. 우물가에서였죠. 절 보고 웃으셨어요.
로저 무어 : 사랑스런 얼굴이에요. 그런데 늘 가리고 있죠.
잠깐만 벗어 보겠어요?
테레사 : 안돼요.
로저 무어 : 테레사, 우리 사이에 있는 문을 닫지 말아요.
테레사 : 제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로저 무어 : 설득하진 않겠어요. 그러고도 싶지만 그러면 달라지겠죠.
당신은 의심과 후회 없이 내게로 올 수 있겠죠. 자유로운 마음으로...
하지만 그럼 곤란해져요.
작별을 고하고 떠나는 로저 무어, 이어 그를 너무나 사랑하는 테레사,
바람이 부는 들판을 가로 질러서 그를 찾아 머리카락 휘날리며 뛰어가
로저 무어와 뜨거운 키스(?!)를 하는데...
중딩 때는 이 장면 몬 봤어여...왜냐구요? [시네마 천국] 보셨죠..
키스 장면만 잘라버리는...요즘도 단체 관람하면 이런 장면들 다 자르나요?
근데 키스 하는데 왠 바람이 그리 부나~^^'
옛날 영화들은 보면 키스 하는 것 같이 자세 잡고는 그 다음 장면은 바람이
불거나, 파도가 치는 모습 잘 보여주져~^_^~
테레사 : 성모님, 용서해 주세요. 당신께 드릴 사랑을 마이클에게 쏟고
있어요. 마이클은 저와 결혼하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성모님, 기적을 보여주세요. 이런 선택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2부 - 집시들을 만나다...
성모상 앞에서 기도 드리던 테레사는 옷을 벗어 던지고, 천둥번개, 비바람이
부는 수도원을 나와 로저 무어가 떠난 곳을 향해 찾아 갑니다. 그런데...
테레사가 뛰쳐 나가자, '성모상'이 마치 '매가패스 장군' 같이 저벅 저벅
움직이더니, 테레사의 옷을 입네요...
그럼 수도원을 뛰쳐 나간 테레사는 어디로 갔을까요...
로저 무어를 찾아가지만, 그곳은 전쟁 중...쓰러진 병사들의 얼굴들을 일일이
확인하던 테레사, 위험에 빠지지만 터푸한 집시 아지매의 도움을 받아요.
그리고, 이 터푸한 집시 아지매, 로저 무어를 찾아 떠나려는 테레사에게
'목숨을 살려줬으니 보답을 해야 할 것 아니냐' 라며 그녀를 잡습니다.
수도원 밖에서 오렌지를 훔치던(뽀식이 아저씨와 명계남 아저씨를 섞은 듯한)
집시 아저씨를 여기에서 다시 만나죠.
그 아지매에게는 아들이 두명이 있는데, 두 아들 다 테레사에게 반하고..
어라...로저 무어가 테레사에게 보여줬던 시계를 가지고 있네요...터푸한 집시
아지매 아들이 그 시계를 죽은 영국군인에게서 빼앗았다고 말하자, 테레사는
로저 무어가 죽은 줄 압니다.
기토(형) : 슬픔은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야. 자연의 작은 생명체도 짝을
잃는 법이지.
테레사 : 갈리토스(동생)도 그랬어요.
기토 :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거야. 내 평생 이런 고집쟁이는 처음 보는군.
마을에서 신부님을 모셔 오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러겠어.
테레사 : 아니에요. 다시 사랑을 한다면 분명히 당신이겠지만,
전 사랑할 수 없어요.
기토 : 나도 알아. 시계 주인인 영국인 때문이지. 하지만 그는 죽었어.
지금 당신은 외롭지만 행복해 질 수도 있어. 당신 심장은 아직도 뛰고 있어.
피는 빰을 따뜻하게 하고 입맞추고 싶은 얼굴이야.
당신은 날 길들이는 최초의 사람이 될거야.
테레사 : 상관없어요. 제가 승낙하든 거절하든 누가 상관하겠어요?
기토와 테레사는 결혼을 약속하지만, 갈리토스는 기토의 행복을 질투하고,
기토에게 현상금이 붙었다는 걸 알게 되자, 터푸한 집시 아지매는 그곳을 떠나
자고 합니다.
한편, 죽은 줄 알았던 로저 무어가 수녀원으로 찾아옵니다. 로저 무어는 원장
수녀님에게 잠시 눈을 붙힌 사이에, 자기 물건을 누군가가 훔쳐갔다고 하며,
테레사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원장 수녀님은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원장 수녀 :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어요.
로저 무어 : 너무 늦어요? 여기 있다면 어떻게 너무 늦을 수 있죠?
인생을 같이 하고 싶은데 어떡해 너무 늦을 수 있죠?
원장 수녀 : 마이클, 전 당신 친구지만 테레사를 만날 수는 없어요.
로저 무어 : 감옥에서 살아 나온 이유가 뭐겠습니까? 여기까지 살아서 오도록
힘을 준 것이 뭐겠어요? 허락 안 하셔도 만날 겁니다. 원장 수녀님,
신의 이름으로 간절히 애원합니다. 잠깐만 보게 해주세요.
원장 수녀 : 안돼요.
로저 무어 : 테레사는 제 신부입니다.
원장 수녀 : 이제는 주님의 신부예요.
원장 수녀님 방 앞으로 지나가는 테레사를 보러 가지만, 그를 아는 척 하지
않고 지나치는 그녀를 본 로저 무어는 복귀하겠다고 원장수녀에게 말합니다.
집시들은 기토와 테레사의 결혼식 후 그곳을 떠나려고 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갈리토스는 데려 오라는 신부님 대신, 그를 고발합니다. 결혼식을 위해
꽃단장 하다 뒤늦게 나타난 테레사, 기토의 죽음을 봅니다.
집시 아지매 : 이제 내겐 아들이 없다. 네가 둘 다 죽였어.
넌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테레사 :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당신 아들한테나 당신한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아요.
집시 아지매는 단호하게 테레사에게 떠나라고 하고, 그녀의 뒤를 슬금슬금
쫓아 가던 아들의 뒷모습에 총구를 겨누는 터푸한 집시 아지매...
두 아들 다 죽네요.
집시일행을 떠난 테레사는 집시 아저씨를 다시 만납니다. 그는 그녀에게
마드리드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테레사 : 제게 친절한 사람에게 전 불행만 안겨줘요.
집시 아저씨 : 이건 좋은 기회야. 마드리드 사람들은 아주 부자야.
네가 노래로 혼을 빼는 동안 난 돈을 챙기는 거지.
3부 - 투우사를 만나다...
마드리드에 도착한 두 사람. 배가 고프지만 돈은 없다. 하지만 테레사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하는 남자들은 많죠. 아름다운 테레사, 유명한 투우사
(한재석 같이 잘생겼네요...)의 눈에 뜨이게 되고. 카페에서 노래 부르는
테레사, 그 모습을 늙은 노신사도 관심 있게 지켜 봅니다.
테레사 : 제 노래에도 웃지 않으시는군요.
투우사 : 당신이 날 사랑하는 날 웃을 것이오. 테레사 당신은 내 행운이오.
테레사 : 아니에요. 전 불행만 주죠.
투우사 : 죽음 때문에 사랑하기 두려운가요? 악마를 데려온다 해도 난
죽음이 두렵지 않소. 난 늘 죽음과 함께 살죠. 당신은 내 행운이오.
노신사가 나타나서 테레사와 투우사가 있는 테이블로 합석합니다.
노신사 : 잠깐만 허락해 주십시오. 전 음악을 사랑합니다. 매일 밤 대중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 목소리에 비해 여긴 너무 좁군요.
이런 구석진 카페에서 노래하는 집시 가수를 잘생긴 마타도르 만큼 유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벌써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아름다운 목소리를 위해.
미모와 재능을 갖춘(?!) 테레사는 여러개의 극장에서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집시 아저씨는 매니저, 노신사는 제작자겸 후견인이 되는건가..?!
노신사는 테레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고야(시대적으로 맞나?)가 그린 그녀의
그림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테레사 : 정말 친절하세요.
노신사 : 친절이라구? 그렇지 않소. 젊었을 때엔 비참했었소. 마흔살 쯤에
부자가 되어 비참함에서 헤어나게 됐지. 내가 마흔살 이었을 때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소. 난 아름다운 여인에 의해 내 나이를 발견하곤 했소. 쉽게
정복되는 여자는 흥미 없소. 어딘가에 열정적인 여인이 있다고 믿고 있소.
내게 젊음과 행복을 줄 여인. 그녀를 찾기로 했소. 극장에서 안경을 쓰고
배우를 보는 게 아니라. 무대를 보는 여인들을 봅니다. 거리에서도 많은 얼굴을
보며 자신에게 묻곤하오. '이 여인인가' 하지만 번번이 아니었소. 만일 그런
여인을 찾았는데, 비극적인 요소가 있거나 헤어져야 한다면 못 견딜 거요.
테레사 : 언젠가 찾을지도 몰라요.
노신사 : 그럴 수도 있겠지. 이 얘기는 안한 것 같은데 투우사를 만났소.
얘기해도 괜찮겠지. 그에겐 운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