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
질척거리는 비가 연일 계속되니, 나들이에 불편을 느낀다. 비스듬히 누워 천정을 보다가 빌려다 놓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 저것 들척이다 세계명작 다이제스트를 집어 들었다. 목차를 보니 낯선 소설이 너무 많아 나 자신이 초라함을 느꼈다. 작가를 보면 소설 제목을 모르겠고, 소설 제목이 눈에 익으면 그 내용을 모르겠다. 수양하는셈 치고 줄거리를 일고, 정리를 해보았다. 괄호( )속 책 내용은 나의 느낌이니 읽는 사람마다 다룰 수 있겠다.
책의 저자는 책을 역으며 강하게 느낀 것은, 인류 역사와 개인의 삶에 있어 갈등과 고통, 불완전성은 인간의 숙명이라고 하였다. 멋모르고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나의 머릿속에도 제대로된 해피엔딩은 적다. 과거 암울했던 시대에는 삶이 글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혀진 책은 성서와 삼국지(연의)이다. 그러나 평생에 단 한 권의 소설책만을 읽어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단연 삼국지를 택할 것이란다. 난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격렬한 개성들의 충돌과 화합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기 때문이다. 나더러 하나의 드라마를 선택하라면 전원일기를 꼽는 것과 같다. 그 속에는 세상살이의 모든 것이 포함 되었기에 그렇다.
옛말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였다. 휴대전화가 나오기 전(?)의 일이다. 옛이란 말을 쓸때마다 멈칫거려진다. 얼마만큼? 사전적 의미론 '옛날'이란, 한참의 시간이 흐른 과거이고, '예전'이란, 지금보다 이전의 그 어느 순간을 말한다.
[세계 명작 모음]
*일리아드, 오디세이(호메로스 : 전쟁과 귀환), *삼국지연의(나관중 : 전쟁과 인생), *데카메론(지오반니 보카치오 : 질병과 인간생활, 10일 열명의 이야기), *유토피아(토마스 모아 : 이상사회와 부조리에 대한 비판), *돈키호테(미겔 데 세르반테스 : 망상과 현실의 투영, 이성회복), *로빈손 크루소(대니엘 디포 : 영국선원 크루소의 표류생활과 귀환), *걸리버 여행기(조나단 스위프트 : 의사 걸리버의 세상 풍자와 인간의 악한 본성 비판), *에밀(장 자크 루소 : 자연주의 실물 교육사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젊은 변호사의 사랑과 실의, 자살), *군도(요한 프리드리히 실러 : 백작의 두아들, 형제간의 반목과 비극), *위험한 관계(피에르 소데롤로 드 라클로 : 탕아의 상류층 여인 유혹, 비행과 인과응보), *아이반호(월트 스콧 : 기사 아이반호의 사랑과 용기), *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연금술사 파우스트의 진리 발견, 파멸), *인간희극(오노레 드 발자크 : 프랑스 혁명이후 50년의 사람들 모습), *몽테크리스토 백작(알렉상드로 뒤마 : 흉계에 의한 투옥, 보물의 습득과 복수),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토스토예프스키 : 가난의 아픔과 사랑, 연민), *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 사랑과 증오, 복수), *주홍글씨(나다니엘 호손 : 간통여인의 모멸감, 복수와 진실성 회복), *모비 딕(헤르만 멜발 : 고래와의 사투, 인간의 영혼과 파괴적 충동), *보바리 부인(귀스타브 폴로베르 : 엠마의 결혼과 권태, 외도와 자결), *두 도시 이야기(찰스 다킨스 : 파리와 런던 그리고 사랑과 용기), *오블로모프(이반 곤차로프 : 농노제도와 인간성 상실, 나약한 국민성 지적), *레미제라 블(빅토르 위고 : 장발장의 탈옥, 사랑과 용서), *전쟁과 평화(레프 톨스토이 : 나플레옹, 러시아 정신), *80일간의 세계일주(쥘 베른 : 세계여행의 고난과 성공), *인형의 집(헨리크 입센 : 로라의 삶의 회의, 여성해방운동), *벤허(루 월리스 : 복수, 예수의 부활), *여자의 일생(기 드 모파상 : 사랑과 배신, 인생의 희망), *죄와 벌(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에프스키 : 살인, 인간 내면의 죄의식, 사랑과 시베리아 유형), *테스(토마스 하디 : 도덕적 편견과 인습, 테스의 살인과 사형선고), *셜록 홈즈(아서 코난 도일 : 명탐정의 사건 해결), *부활(레프 톨스토이 : 카츄사에 대한 죄의식, 카츄사 따라 시베리아행), *수레바퀴 밑에서(헤르만 허세 : 신학생 한스의 고뇌와 방황, 정신적 피폐로 자살), *어머니(막심 코리카 : 노동혁명가 파벨 어머니의 투쟁과 모성애), *좁은 문(앙드레 지드 : 제롬과 알리사, 진정한 사랑과 좁은문으로의 의지), *말테의 수기(라이너 마리아 릴케 : 귀족출신 말테, 삶의 참된 의미, 자기 존재의 확인), *장 크리스토프(로맹 롤랑 : 장 크리스토프의 예술적 재능과 지성, 시민혁명과 살인, 사랑과 평범한 삶), *인간의 굴레(윌리암 서머셋 몸 : 불구 청년의 차별, 사랑과 속박의 해방),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 오디세이 모방, 총체적인 하루 동안의 삶들), *마의 산(토마스 만 : 조선기사 카스토르프의 질병과 죽음의 인식교차, 전쟁참여 생사불명), *심판(프란츠 카프카 : 영문 모른 체포, 소송수행, 채석장에서 살해당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 : 프랑스 3공화정, 파괴와 허무, 인생은 잃어버린 시간), *체털리 부인의 사랑(데이비드 로렌스 : 부상군인과 그 아내, 산지기와의 삼각관계), *무기여 잘있거라(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 : 1차대전 부상 군인과 간호사 사랑), *서부전선 이상없다(에리히 레마르크 : 학도병의 1차대전 참가, 국민을 전쟁터로 몰아넣는 권력자들, 무의미한 죽음),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 수면학습법과 전기 충격요법, 과학문명이 지배하는 반유토피아 풍자, 자살), *북회귀선(헨리 밀러 : 파리방랑과 자유분방 생활스케치, 애정관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 남북전쟁, 파란만장 여성의 인생역정과 불굴의 투혼), *분노의 포도(존 스타인벡 : 가난과 방랑, 투쟁과 폭력시위),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 : 스페인 내란 폭파요원 로버트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 *동물농장(조지 오웰 : 구 소련에 대한 풍자, 지배 돼지들의 인간의 악습흉내), *파리 대왕(윌리엄 골딩 : 핵전쟁속 비행기 추락 소년들의 갈등과 대립),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질투), *닥터 지바고(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 : 러시아 혁명기 젊은 의사의 고난과 사랑, 삶), *뿌리(알렉스 헤일리 : 아프리카 출신 쿤타 킨테, 노예의 삶과 자유쟁취)
(느낌 남는 문장들)
> 소설 '좁은 문' :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무은 크고 그 길이 넓어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험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 7:13~14)
> 젊은 시절에 시 같은 것을 썼다고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는 기다려야 한다. 평생을 걸고, 가능하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긴 인생을 걸고 의미와 꿀을 모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겨우 열 줄 정도의 좋은 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시는 감정이 아니라 체험이기 때문이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 그때쯤 파울의 눈은 자기도 모르게 공중에 날고 있는 한 마리의 나비를 쫒아간다. 음악을 타고 나는 나비가 마치 평화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참호에서 몸을 일으켜 그 나비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저격병의 총알이 날아와 파울의 몸을 관통한다. 그러나 그날 전선은 종일토록 조용했고, 전선 사령부에서는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전문을 보낸다.(서부전선 이상없다)
> 그 어느 누구도 저 혼자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한 부분(중략)
그러니 묻지 말라. 누구를 위하여 조종을 울리냐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존 더의 '신앙록')
> 고립된 그들은 바위 아래에 몸을 숨기고 적의 사정권으로부터 탈출 작전을 세운다. 그런 다음 모두 안전지대로 피신 시킨 뒤 조던이 마리아와 남게 되었을때, 그가 탄 말이 적군의 포탄에 쓰러지고 그는 다리에 중상을 입고 만다. 그러자 급박한 상황에서 조던은 탈출을 포기하고 마리아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 들이며, 혼자 떠나지 않겠다고 절규하는 마리아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당신이 가면 나도 가는거야. 당신이 있는 곳엔 어디에나 내가 있어. 오 하나님, 마리아를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긴다.(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