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일, 목요일, Puyuhuapi, 이름 없는 민박집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6,000, 식료품 1,3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은 2004년 1월 1일, Y2K 문제로 시끄럽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났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정말 그렇다. 어제 Queulat 국립공원에 갔다가 아끼는 바람막이 재킷을 놓고 왔다. 갈 때는 날씨가 좀 쌀쌀해서 입고 갔다가 두 번째 전망대에 올라가면서 더워져서 벗어서 허리에다 묵었는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망대에서 내려올 때는 입지 않았을 것이고 그때 허리에 묵었던 생각이 안 나는 것을 보면 전망대에서 쉴 적에 벗어서 어디에다 놓고 내려올 때 그냥 내려온 모양이다. 즐겨 입는 옷인데 서운하다. 혹시 나 다음에 전망대에 올라갔던 여행객이 발견해서 공원 사무실에 갖다 놓지 않았을까 해서 아침에 마을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했더니 공원 사무실에 전화로 문의를 해보았으나 없었다. 찾지는 못했으나 도와주려고 애쓰는 경찰이 고마웠다. 오늘은 갑자기 뛰고 싶었다. 아마 날씨가 너무 좋아서인가 보다. 뜀뛰기용 운동화를 안 가지고 와서 보통 때 신는 목 낮은 등산화를 신고 뛰었다. 그런 대로 뛸만했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어제 갔던 국립공원 가는 길로 뛰었다. 자갈돌이 많은 비포장도로라 등산화가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뜀뛰기용 운동화를 신고 뛰었더라면 자갈돌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바닷가를 따라서 한 30분간 기분 좋게 뛰었다. 그런데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기 시작한다. 두꺼운 양말을 신었어야 하는데 보통 때 신는 얇은 양말을 신고 뛰어서 마찰이 생긴 것이다. 더 심해지기 전에 뛰는 것을 멈추고 대신 경보로 50분 운동을 채웠다. 뛰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몸도 가뿐하고 기분도 좋으니 살맛이 난다. 앞으로도 자주 뛰고 싶은데 떠날 때 짐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뜀뛰기용 운동화를 가져오나 마나 고민하다가 안 가지고 온 것이 후회된다. 뜀뛰기용 운동화는 비싸서 이곳에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마을로 들어오는데 어제 전망대에서 만난 이스라엘 여자 둘과 한 숙소에 묵던 이스라엘 청년 Moran을 만났다. Coyhaique가는 길가에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러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보다도 더 차가 없다고 한다. 1월 1일이니 다들 집에서 쉬나보다. 어제 밤에 늦게까지 잔치를 벌였으니 오늘 하루는 쉴 수밖에 없겠다. 이스라엘 여자들은 오늘도 공칠 가능성이 많다. 아마 오늘은 버스도 안 다닐 것 같다. 오후에 2km 정도 산책을 하면서 독일 여자 Monica와 Ingrid가 묵고 있는 숙소 Casa Ludwig에 구경을 갔다. 독일식 3층 건물인데 매우 커 보인다. 안에 들어가니 영어가 유창한 60대의 독일계 여자가 우리를 맞는다. 집이 멋있어 보여서 집 구경을 하러 왔다하니 반가워하며 집 소개를 상세히 해준다. 자기 아버지가 10년 걸려서 지은 집인데 내부가 고급스럽게 보이는 나무로 장식되어있다. 이 마을에서는 독일식 건물로는 제일 보존 상태가 좋다고 한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사람은 처음이란다. 혹시 내일 Coyhaique에 안가면 숙소를 이곳으로 옮겨서 이 마을 역사를 이 할머니에게 좀 더 배워야겠다. 숙박료가 좀 비싸지만 미리 알아서 이곳에 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젠 늦었다. 독일 여자들은 어디 관광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 마을을 세운 독일 사람들은 이 고장의 특산물로 알려져 있는 카펫을 만드는 공장과 고급 온천호텔을 운영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마을에는 마을을 세운 원주민 독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카펫공장과 온천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주로 사는 것 같다. 여행지도 오후에는 점점 더워져서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주인 할머니, 손녀, 손녀의 한 살 먹은 딸과 함께 보냈다 손녀는 Santiago에 사는데 여름에는 이곳에 와서 민박을 하는 할머니를 돕는다 주인 할머니는 시력을 거의 잃었지만 웬만한 일은 다 잘 한다 독일 풍 민박집 Casa Ludwig, 이곳에 묵을 것을 잘못했다, Puyuhuapi에 오면 이곳에 꼭 묵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