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첫날, 난 엄하기로 소문난 peter 선생님 반으로 배정을 받았어. 반 아이들 모두 peter 선생님의 암울한 과거사를 익히 알고 있던 터라, 학기 첫날의 흥분은 간곳없고 그저 숙연한 자세로 우리의 예정된 앞날을 기다리고 있었어. 드디어, 백발인지 은발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머리칼을 날리며 peter 선생님이 들어오셨어. 쓰∼윽! 좌로부터 우측 구석까지 샅샅이 훑어가는 살벌한 눈놀림에 다시 한 번 긴장하며 가능한 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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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i just have one thing to say to you, and you'd better keep this rule no matter what! you got it? students: yes, sir! peter: don't call anyone names! that's all. students: yes, sir!
얼결에 대답은 했는데, 난 잘 이해가 안 갔어. 이름을 절대 부르지 말라니, 대체 그게 무슨 억지야? 제아무리 무서운 peter 선생님 앞이라 할지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손을 번쩍 들었어. 다른 친구들이 날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쳐다보더군.
나 : i have a question, sir. how can we call each other without names?
갑자기 여기저기서 쿡쿡거리더니, 어느새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어버렸어. 난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바보처럼 두리번거리기만 했어. 근데, peter 선생님 얼굴을 보니까 딱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더라. 내가 첫날부터 확실히 찍혔다는 거 말야.
name을 ‘이름’, ‘명성’이란 뜻으로만 알고 있다가는 큰코다쳐. 복수형 names는 ‘욕설’이라는 뜻으로, call somebody names라고 하면 ‘…를 욕하다’라는 말이야. 비슷한 표현으로는 make fun of somebody, rip on somebody, ragging on somebody등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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