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성격 시말서 거부이유 징계는 위법”/ 대법 “양심의 자유 침해” 판결
한겨레 10/01/21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내용이 포함된 ‘시말서’를 쓰게 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업무명령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회사의 시말서 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며 고아무개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 소송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재단에 근무하는 고씨는 파견근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라는 재단의 명령을 거부하다 견책 처분 등의 징계를 받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씨가 속한 재단의 인사규정은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말서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 고씨에게 파견 명령에 불응한 점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시말서를 쓰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말서가 경위 보고와 함께 사죄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업무 명령이므로 이에 불응한 직원을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1·2심 법원은 고씨가 파견근무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시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징계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