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기적 박경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사교수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땅위에 태어나신 것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다가왔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이다.
그 어떤 기적도 이 놀라운 성육신의 기적에는 비견될 수 없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선포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신앙고백이다.
그런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이 성육신의 사건보다 더 위대한 기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루터는 성탄에 얽힌 성경의 이야기에서 세가지 기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첫째는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이요,
둘째는 예수께서 동정녀에게서 태어난 것이요,
셋째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 일을 마리아가 믿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 세가지 기적 가운데 세 번째 기적이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고 하였다.
동정녀가 아이를 낳은 기적과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사건 모두 큰 기적이지만
하나님의 크신 능력을 생각할 때 하나님이 얼마든지 행하실 수 있는 일들이다.
이에 반해 너무나 연약한 인간인 한 처녀가
자신이 예수그리스도의 어머니로 택함을 받았다는 고지를 듣고
그것을 그대로 믿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루터는 예수님 탄생 당시 사람들의 믿음에 감탄했다.
어떻게 처녀였던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해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서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바로 고백할 수 있었던가?
어떻게 요셉은 마리아에게 잉태된 아이는 성령으로 태어난 것이라는
주의 사자의 말을 믿고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가?
어떻게 목자들은 베들레헴에서 구주가 나셨다는 말을 믿고 달려갈 수 있었던가?
루터는 만약 자신이 베들레헴에 살고 있었다면
과연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가 인간의 모습을 한 하나님이라는 것을 믿었을까 자문하고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하면서,
마리아와 요셉과 목자들이 보여준 믿음에 감탄과 존경을 표했다.
하나님과 동일하신 예수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성탄은
분명 놀라운 기적이다.
그렇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이 신비를 소수의 사람이 믿었다는 사실은
이보다 더 놀라운 기적이다.
성탄을 맞는 우리에게 과연 성탄의 기적을 나의 것으로 만들 믿음이 있는가?
예수께서 이 땅에 육신을 입고 오신 것은 곧 나를 위함이라고 믿음의 고백을 할 때,
비로소 성탄은 내게 기적이 되고 그리스도는 나의 구세주가 되실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