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숲을 품었다. 우클렐레, 오카리나 등 다양한 악기가 빚어내는 하모니에 매료됐다. 신발은 저마다 까딱까딱 박자를 맞추며 흥겨운 악기로 변신했다. 6월 28일 저녁 한밭수목원 서원 야외광장에서 열린 숲을 품은 힐링콘서트 풍경이었다.
이날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머리카락이 희끗한 노부부,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함께 온 가족, 보재기에 아기를 들쳐엎고 온 엄마, 붙잡은 손을 떼지 않는 연인들까지…. 600여 명의 사람들이 야외광장을 가득 메웠다.
“얼마전까지 4000m~5000m 되는 안데스 산맥을 걷다가 한밭수목원을 걸으니 여기가 천국이네요. 이 자리에는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사회자로 나선 산악인 이상은 씨가 힘찬 환영 인사로 힐링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아카펠라 팀 '빱빠데이', 우크렐레 연주자 장폴, 재즈밴드 'Acous Tree', 뮤지컬배우 '최재림'이 무대에 올랐다.
“저희들은 카이스트 합창단 출신 아카펠라 그룹입니다. 늦은시간에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양희은 선생님의 ‘나뭇잎 사이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KAIST 학생 5명으로 구성된 ‘빱빠데이’가 수줍게 첫무대를 꾸몄다. 이들이 부른 ’나뭇잎 사이로‘의 아름다운 노랫말이 사람들 사이사이로 흘렀다.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 하나 /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 어둠은 벌써 밀려왔나 / 거리엔 어느새 정다운 불빛”
학년도 나이도 달랐지만 하나가 된 아카펠라 화음에서 청춘의 풋품함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켜졌다.
이어 등장한 우크렐레 연주가 장폴. 그는 작은 기타 우크렐라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며 달달한 사랑의 선율을 선사했다.
“제이슨뮤라즈의 ‘I’m yours’ 들려드릴게요. 연인끼리는 손잡고, 가족끼리는 어깨동무하세요.”
연인 한쌍은 눈빛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어느 부부 한 쌍은 서로의 손을 꼭쥐며 노래에 취했다. 노부부는 같은곳을 지긋이 바라봤다.
“ABBA의 명곡 맘마미아를 연주할게요. 춤추는 곡이에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공연장의 충청도 사람들을 누가 점잖다 했을까. 사람들은 경쾌한 리듬에 발을 구르고, 엉덩이가 들썩들썩. 엄마들은 아이 손잡고 율동을, 아저씨들은 어깨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엉덩이를 뗄락 말락.
‘어쿠스트리(Acous Tree)’의 공연에 이르러 무대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북을 두드리며 등장한 범상치 않은 포스의 퍼커션 박종인. 오른쪽 구두굽의 귀여운 탬버린을 찬 그는 음악으로 말했다. 두구두구두두. 착착착.두구두구두구, 화려한 리듬감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어 객석에서 오카리니스트 조은주 씨가 깜짝 등장하고, 건반의 고진수, 콘트라베이스의 박수현, 드러머 오태형 씨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20년간 음악 인연을 맺어 온 사람들이 모여 결성했어요. 숲을 품은 힐링 콘서트가 공식적인 첫 무대입니다. 의미있고 사랑스러운 무대에요. 함께 음악으로 소통하는데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
이날 힐링콘서트를 찾은 사람들도 그랬다. 어쿠스트리는 ‘꽃날’ 연주를 시작으로 영화 여인의 향기 주제곡 연주로 무대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 보컬 코치 최재림 씨가 이날 힐링콘서트의 마침표를 찍었다.
큰 키의 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의 말.
“어머~포카혼타스에 나오는 왕자님같다~”
최재림 씨가 농담으로 되받아쳐 분위기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저도 매일 아침 거울에서 제 얼굴을 보며 감탄을…. 농담이구요. 이글스의 명곡 ‘데스페라도(Desperado)’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앵콜을 외쳤다. 최재림 씨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유명한 발라드곡인 ‘My Way’로 화답했다. 이어 출연진 모두가 한 무대에 올라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사람들은 숲을 꼬옥 품었다. 누군가의 일기장엔 이렇게 적혀있지 않을까. 도심속 수목원에서의 즐거운 음악 여행이었다고.
7월 19일 숲을 품은 힐링콘서트는 금강자연휴양림에서 가족 캠핑 형식으로 열린다.
첫댓글 출연진들의 최고의 연주.... 관객들의 훌륭하고 세련된 매너와 환호, 도심 숲과멋진 노을이 어울린 행복한 무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