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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동구 대왕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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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입구서 대왕암까지 총 600여m…쇄석 깔린 산책로 일평균 2000명 찾아
- 하늘 찌를 듯 솟은 해송·벚꽃터널 인기, 전설과 더불어 기암괴석 경관 빼어나
한국 최대의 산업도시로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인 울산. 그리고 울산에서도 한국 조선산업의 메카이자 세계 1위 조선사가 있는 동구. 이곳에 짙푸른 동해의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기암괴석에 둘러싸여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거대한 해송 숲이 있다. 수백 년은 족히 됨직한 해송들이 마치 하늘을 향해 비상하려는 듯 저마다 쭉쭉 뻗은 올곧은 자태를 자랑하는 곳, 바로 대왕암공원이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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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숲 사이로 있는 대왕암공원 산책로. |
울산시 동구 일산동에 있는 대왕암공원은 일산해수욕장과 방어진항 사이에 툭 튀어나온 '곶'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면적 94만2000㎡가 공원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공원 내 대부분이 수령 150~200년 된 20~30m 높이의 아름드리 해송으로 빽빽이 들어차 있다.
공원 입구에서 바닷가 끝에 있는 대왕암까지 600여 m에 쇄석을 깐 산책로는 복잡한 도심 생활의 피로에 지친 사람들에게 사색할 수 있는 여유와 포근한 휴식을 함께 제공해 준다. 왼쪽은 울창한 해송림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태고적 신비를 느낄 수 있다. 또 오른쪽은 검푸른 기암괴석을 뒤에 두고 넘실거리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그 위에 떠있는 각종 선박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관할 동구청은 2008년부터 대왕암공원의 해안가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안 산책로를 만들었다. 이 덕분에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특히 봄이면 공원 입구의 벚꽃 터널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다.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은 지난해 대왕암공원을 한국의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다. 울산 '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은 "대왕암공원은 바닷가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해송 숲이 100년 가까이 잘 보존되고 있고 주변에 얽힌 전설과 더불어 기암괴석을 포함한 해안가 경관이 빼어나 역사적, 생태환경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라며 "도심 속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귀한 휴식처"라고 말했다.
■전설과 현대사의 공존
범상치 않은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대왕암공원은 오래 전부터 수많은 전설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우선 대왕암공원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공원 끝 부분 해상에 솟아 있는 대왕암에서 비롯됐다. 희면서 붉은빛이 도는 풍화암이 기암괴석 형태를 이룬 축구장 면적의 이 조그만 돌섬이 신라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이라는 말이 이 지역 사람들에게 전해져 오면서 자연스럽게 오래 전부터 대왕암으로 불려 온 것이다.
이 같은 구전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주변에 용과 관련된 지명들이 많다. 일산해수욕장에서 대왕암과 연결되는 대왕교 아래쪽을 보면 깊숙이 뚫린 자연동굴이 바위벼랑 아래에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용굴(龍窟)이라 불리는 데 이 동굴 속으로 들어갔던 물이 빠져나올 때 '그르륵'하는 소리가 나 마치 용이라도 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옛날 한 청룡이 동해를 오가는 배들을 괴롭히자 용왕이 크게 노하여 청룡을 이 동굴에 가뒀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신비로운 전설과 달리 조선시대에 와서 대왕암공원 일대는 국가에서 말을 키우던 곳이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말 관리하기가 쉬워서인 듯하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이곳에 주둔하면서 해풍을 차단할 목적으로 해송 1만5000여 그루를 심었다. 오늘날 대왕암공원에 해송이 많아진 이유다. 당시 일본은 러·일전쟁을 치르면서 방어진항을 군수물자 수송항으로 이용하기 위해 1905년 공원 끝 부분에 등대를 세웠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울기등대의 탄생 배경이다. 울기란 말은 울(蔚)산의 끝(埼)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에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왕암공원은 울기공원으로도 불려왔다.
# 인근 가볼만한 곳
- 원색의 동해·반달형 백사장이 사계절 절경 연출
- 일산해수욕장 가족단위 방문명소
- 거문고 소리 나는 '슬도'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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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와 반달형의 백사장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사계절 볼거리를 연출하는 일산해수욕장 전경. |
대왕암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데 있고, 특히 여름철이면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일산해수욕장이다. 길이 600m, 너비 80m 정도의 소규모 해수욕장이지만 반달형의 백사장이 원색의 동해와 어우러져 사계절 시시각각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곳이다. 모래질이 양호하고 수심은 매우 낮으면서 잔잔한 데다 경사가 거의 없어 가족단위 물놀이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이곳에서 대왕암과 대왕암공원, 그리고 푸른 동해를 조망해 보는 것도 괜찮다. 여름철이면 맨손으로 방어 잡기, 얼음조각 체험 등 다양한 해변축제가 열린다. 또 해수욕장 앞 구획정리지구가 최근 개발되면서 먹거리와 즐길거리도 많아졌다.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연 일산수산물판매센터도 인기다. 해수욕장 옆 일산진 바닷가에서 이곳 어촌계가 운영하는 일산수산물판매센터는 총 8,398㎡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연면적 2787㎡의 규모를 자랑한다. 1층에는 일산어촌계 어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활어 직매장 40곳과 구이집 2곳이, 2층에는 초장 집 4곳이 있다. 특히 2층 야외 테라스에서 야경을 보며 싱싱한 자연산 회를 먹는 맛은 일미 중 일미다.
식도락을 즐기고 나면 방어진항 북쪽에 있는 슬도(瑟島)를 찾아보라. 얼마 전 모 방송사의 조선재벌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의 배경무대로 소개됐던 이곳은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에 파도가 치면 마치 거문고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드라마에 소개된 이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관할 구청이 다리를 새로 놓고 벤치를 설치하는 등 편의시설을 새롭게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