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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veryone!
부정사와 5형식
제가 고등학교 때 부정사의 용법에 관해 선생님과 씨름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We will also need some time to ask questions.
이 문장에서 to ask가 time을 수식하는 형용사적 용법인지 (질문할 시간) 아니면 need에 걸리는 부사적 용법인지 (질문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 명쾌하게 가릴 길이 없었던 것이죠. 그 때는 이런 문법적 분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네이티브들은 이런 구분을 의식하지 않고 이런 문장을 씁니다. 구분이 없이도 의미 전달에는 지장이 없죠.
I got something to tell you.
I came here to see you.
여기서 to tell you는 형용사적으로 “네게 말해줄”이고 to see you는 부사적으로 “널 보러”를 의미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부정사의 용법입니다. 이렇게 부정사는 영어 구조의 이해를 도와줍니다.
그러나 이런 용법의 구분이 수학 정의처럼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단지 부정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 또는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것, 따라서 이런 구분이 잘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현재완료 용법들도 절대적인 의미 구분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설명 드린 <어휘사용 터득의 길> 시리즈가 기억이 되시나요?
그 다음은 5형식으로 가서, ”문법” 하면 제일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 이 5형식입니다. 자, 그럼 아래 Bank of English의 문장은 몇 형식일까요?
He had waited 18 hours to meet his idol – and got an autograph.
어느 열성 팬이 18 시간을 기다려 자기의 우상을 만나 사인을 받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18 hours는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 같은데, for같은 전치사 없이 동사 뒤에 바로 왔기 때문에 waited의 목적어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어로도 “18 시간을 기다려”, 즉 목적격의 의미가 부여되네요. 그렇다고 실수로 for를 빼먹은 것도 아닙니다. 이런 식의 표현은 꽤나 즐겨 쓰이는 편이거든요:
a. I sleep five hours a night (BE).
b. He works part time as a janitor while going to school to learn the printing business (BE).
c. A driver walked four miles to a hospital after his car smashed into a house last night (BE).
d. Could you look this way? (Collins)
a는 “하루에 5시간 잔다”, b는 “파트 타임으로 일한다”, c는 “4 마일을 걸었다”, d는 “이 쪽을 보세용~”. 문제는 여기 있는 시간, 방식, 거리의 표현들이 동사의 동작을 수식해주는 것으로 보는 것과 동사의 목적어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것 중 어느 쪽도 틀린다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음... 부사면 1형식이고 목적어면 3형식인뎅~ 이럴 때는 두문불출하고 부사와 목적어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기 위한 대대적인 탐구에 들어가야 할까요? 아니면 이제 애매모호성은 언어의 태생적 본질이라는 저의 변함없는 주장을 받아들이실 수 있나요? 부사와 목적어도 매우 유용하지만 자연의 법칙이 아닌 인위적인 도구로서 그 적용의 한계가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한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언제 네이티브들이 몇형식인지 몰라서 이런 문장을 사용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문법적인 정확한 이해를 고집하는 분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죠.
다음은 부사와 형용사의 문제입니다.
a. Your train is running late, we’ve found... (BE)
b. He eats healthy and aims to stay healthy (Google).
c. I want him to come back safe (BE).
d. Nothing comes easy (BE).
a에서 원래 late은 “늦다”로 형용사인데 부사처럼 동사에 달려 나옵니다. 그럼, running late은 기차가 “늦게 온다”일까요, 아니면 “늦는다”일까요? 그렇죠, 둘 다 맞습니다. 어느 쪽으로 봐도 의미 전달에는 지장이 없고, 결국 두 의미를 다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b도 부사적 의미 (eats healthily)와 형용사적 의미 (he is healthy)를 다 가지고 있고, c도 부사적인 come back safely에 형용사적인 I want him to be safe의 의미가 곁들여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d는 “어떤 것도 쉽게 오는 것은 없다”, 즉 모든 것은 노력을 요한다는 말입니다. 이것도 “어떤 것도 쉬운 것은 없다” (Nothing is easy)라는 형용사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봐 줘야겠죠.
문제 부분을 형용사로 보면 문장은 2형식이고, 부사로 보면 1형식입니다. 결국 5형식도 수학 공식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신축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우리는 문법을 통해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모든 영어 문장들을 우선 문법적으로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것 같고, “이해”가 잘 안 되는 표현이나 문장들은 자유롭게 사용하기가 주저되죠.
그러나 문법을 효과적으로 사용은 하되, 불필요하게 문법에 얽매인 포로가 되어 영어를 지옥 같은 감옥으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 저의 호소입니다. 이럴 때는 네이티브들이 하는 대로 그냥 따라 하면 됩니다. 문법적인 구분에는 신경을 딱 접어버리고 그 표현 자체의 내용만 대충 이해가 되면 주저 없이 사용해 보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런 표현들에 익숙해지면 달콤한 “사용을 통한 이해”가 따르게 됩니다. 따로 설명을 듣지 않아도 형용사와 부사의 의미가 겹쳐진 그 감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는 말씀이죠.
문법에 어긋난(?) 본토 영어
1. How about you come have dinner with me tonight? (Bank of English)
2. They were great fiddlers of long ago (British National Corpus).
3. All equipment and clothing should be cleaned after visiting wildlife sites (BE).
4. Flash memory can be built using two methods of wiring (BE).
5. Will the US go it alone? (BBC)
6. Don’t Merry Christmas me (Guiding Light).
좀 놀라지 않으셨나요? 전부 출처가 확실한 본토 영어인데 왜 이렇게 문법이 엉망들이람?
1번은 “(우리 집에) 와서 저녁을 같이 하는 것이 어때?”라는 말입니다. 전치사 뒤에는 명사가 와야 하는데 about 뒤에 you로 시작하는 문장이 와 버렸습니다. 또 본동사 두 개 (come, have)가 연달아 왔고요. 세상에, 이런 문장도 있나요? 또, 2번, “먼 옛날의 위대한 바이얼린 연주자”에서 long ago는 “오래 전에”라는 부사인데 전치사 of 뒤에 덜컥 나왔네요.
3번은 주절의 주어는 equipment and clothing인데 visiting의 주어는 방문자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배운 주어 일치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주어를 통일 시켜서 You should clean all equipments... after visiting... 이런 식으로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4번도 주절과 using의 주어가 다릅니다.
5번은 이라크 전이 발발하기 전 BBC 방송이 던진 질문입니다: “미국이 나홀로 공격을 감행할 것인가?” 그런데 go는 자동사인데 그 뒤에 따라 나오는 it은 여기서 대체 멀 하는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6번은 Guiding Light라는 미국의 TV 연속극 (soap opera)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뜻은 “내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지 마”인데 명사인 Marry Christmas가 이렇게 동사로 둔갑을 하는 법도 있나요?
그러나 문법에 어긋난 것 같은 이런 문장들을 네이티브들은 즐겨 사용하고 있고, 그 내용은 전달이나 이해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어떠세요, 문법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보면 대부분 뜻이 쉽게 들어오시죠? 그래서 이런 표현들을 접할 때 우리가 배운 문법에 맞지 않는다고 그 틀에 틀어 맞추려 하거나, 사용을 꺼리거나, 고민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그 자체의 의미를 음미해 봐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문장들을 알고 있는 문법의 틀에 억지로 맞추어 놓으면 자연스러움과 독특함을 잃어버린 문장이 됩니다. 1번에서 전치사 뒤에는 명사가 와야 하므로 How about your coming... 이렇게 동명사로 만들 수도 있지만 실제 코퍼스에 조회를 해 보면 이런 식의 문장은 거의 없고 전치사 뒤에 문장이 바로 오는 형태가 널리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come have를 “바로 잡기” 위해 come and have, come to have 등으로 쓰면 come have와 그 분위기가 같지 않습니다.
5번은 go alone과 do it alone의 의미를 함축한 문장이라고 보아 지고, 3, 4번은 주절에서 수동태를 쓴 이유는 equipment and clothing을 clean하는 것이나 flash memory를 build하는 것이 불특정한 일반인에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특정한 주어로 통일시켜 버리면 주어가 강조되고 일반성은 많이 약화됩니다.
물론, 정확한 문법은 중요합니다. 특히 어설프게 틀린 영어는 잘 가려 내어 학습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소 문법에 어긋나는 것 같더라도 네이티브들이 잘 쓰는 표현이 확실하다면 문제 삼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죠. 이럴 때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코퍼스입니다. 검색을 통해 어느 표현이 네이티브들이 쓰는 것인지, 또 얼마나 잘 쓰이는지를 확인시켜 줌은 물론, 이 표현을 익힐 수 있는 예문들을 무진장으로 선사합니다.
첫댓글 6번 예문에 오타 있습니다. Marry -> Merry ^^
좋은 아침입니다. 진 선생님~ 휘리릭~(글들고 날르는 소리)
좋은 글이네요. 발상의 전환이 저에겐 많이 필요한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한석규님. 지금에야 봤네요. 고쳤습니다.
어려워요...
Marry Christmas가 이렇게 동사로 둔갑을 하는 법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