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로/화현 손현희
부풀어 오른 봉우리
언제 하얗게 터질 줄
햇볕은 알고 있을까
벚나무 곁에
한 줄로 길게 봄의 빛깔로
노랗게 웃는 넌 참 따뜻하다
넓은 자리를 두고도
굳이 좁은 돌 틈 사이에서
피어야 하는 넌 참 야무진 꽃
창원대로에 벚꽃 피고
개나리 피면, 그때는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있음, 좋으련만
목련/화현 손현희
수줍던 미소
천사같이 웃더니
너도 나처럼, 나이를 먹었구나
끝까지 애써 감추려 했던 순정
춘풍에 떨어져, 멍든 가슴을
어찌 달래야 하니
일 년을 기다린 보람도 잠시지만
그래도 마주 보며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웃으며, 거름으로 돌아가는데
반응하는 몸부림/화현 손현희
추억하는 시간이 있다는 건
조금은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어서야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눈가에 잔주름이, 또렷이
눈에 띄며, 머리카락은
하나둘, 청춘과 바꾸자고
세 개 네 개 생긴다.
바쁘게 뛸 수 있었던 그때가
바쁘더라도, 활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자꾸만 등 붙이고, 편히
누우려 한다
쉽게 찾아오는 피로
살짝 추워도 기침하는
감기 증세만 봐도, 이 몸도
아! 반응하는 몸부림
우리 곁에 봄이/화현 손현희
은행나무 밑 둥 곁에
탐스럽게 핀 제비꽃 무리
살랑살랑, 바람결에 몸 맡긴 체
햇볕 사랑을 받고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벚나무
봄비를 기다리는 듯,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듯 손을 뻗는다.
먼저 피어난 목련은
발레리나처럼, 춤추듯 하얗게
미소 지을 때, 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콧방귀만 끼고 있다
어디를 가나 눈과 맘이
즐거운 거리를 놓칠세라
바라보는 시인의 머리가 바쁘게
펜을 들고 있다
퇴근 시간 미소/화현 손현희
지친 어깨에
무거운 바위를 안고
집으로 가는 사람의 얼굴
티 없이 맑은 하늘
퇴근 시간
마주치는 직장인은
하나같이 복사꽃 웃음으로
문을 나선다.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웃는 사람을 볼 때마다
어깨와 손, 힘이 솟으면서
피로가 한방에 소멸 하는 것은
일상/화현 손현희
출근길
남편과 함께
창원대로로 들어서면
벚꽃의 인사를 받는다.
연한 분홍색이건만
고목에 쌀밥 핀 듯
전혀 다른 세계를 맛보며
짧은 시간이지만, 눈을 뗄 수 없다.
점심시간
둘이서 텃밭 가는 길
작은 봄꽃을 만나면
그 사람 얼굴에 제비꽃이 핀다.
늘 기다려주는
개 삼 형제, 꼬리를 흔들며
살을 비비며, 달려들면
남편은 사료부터 준다.
어떤 날씨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밭과 동물을 살피는 모습에서
그의 일상이 느껴진다.
눈 앞에 펼쳐진 봄/화현 손현희
먹물 뿌린 가지마다
연분홍빛 꽃잎이
구름을 닮았구나
밝은 세상
따뜻한 세상
가꾸는 개나리는 햇볕만 찾고 있구나
소량의 흙만 있어도
끈질기게 뿌리 내려
피는 민들레는 잡초랑 친구라고 하네
냉이꽃 하얀 웃음 너머
노랑나비 너울너울 춤출 때
복숭아꽃이 손짓하네
카페 게시글
문학지 상재글모음
한빛 문학회 동인지 원고
華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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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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