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인 Y가 요즈음 고전 중이다. 그는 올해 5년 과정의 S대학의 회계학 학사 석사 통합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했다. 회계사 자격증을 받기위해 이미 한가지 시험에 합격하고 또 다른 시험을 준비 하는 중인데, 그 시험이 1차와 2차로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꼼짝없이 년말년시를 시험공부에 투자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그 분야의 '공부에 재미있어 하거나 편안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훨씬 똑똑한 브레인을 갖은 그가 공부를 지루해 하는 이유는 그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분야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Y군을 바라보며 이것은 그의 길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대학에 진학할 때 선생의 입장에서 그가 회계학을 전공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못했다. 그저 "다른 전공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소극적 의견을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회계학에 목숨을 건 이유는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회계사 사무실의 분위기가 좋았던가, 아니면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그의 부모들의 소망때문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던 것이 요즈음 그를 보면 후회스럽다. 지금도 와인은 그가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갔으면 크게 성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회계사를 하겠다는 것을 말리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요즈음 같은 경제 사정으로는 회계사 자격증을 받아도 예전같이 쉽게 좋은 직장이 나설 것 같지 않다. 또한 그가 전공한 회계분야는 이미 한인사회에서는 자나치게 과대 배출되는 분야로 개업도 쉽지않다. 미국 사회로 꿇고 들어가는 것은 업종의 특성상 더욱 어렵다. 또한 설사 개업을 한다고 해도 처음 이민 사회가 형성될 당시와 같이 고소득을 올리는 것이 쉽지않다. 취직을 하면 잘해야 초봉 5~6만 달러 수준으로,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하지만 누구에게나 밝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적성이 이 직업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가장 큰 문제는 그가 '너무 정직하고 고지식하다'는 것이다. 사실 정직은 회계사로써 최고의 덕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세계에서는 정직하게 전액 세금보고를 해주면 싫어하고, 어떻게해서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온갖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치는 분야에서 그가 개업을 하고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취직을 하고 성실하게 일한다면 그저 그런 월급쟁이는 될 수 있겠지만, 그가 진정으로 직업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가 편안해하지 않는다는 것과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마도 그가 시험에 합격하고 자격증을 받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를 바라보며, 선생으로 그에게 몇마디 충고를 해 주었다. 가끔 선생의 한마디가 학생들에게는 희망의 화살이 되고 인생의 목표를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로 (인생설계사) 그것이 와인이 평생을 투자한 공학을 떠나 교육계로 투신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쏜 희망의 화살의 끝에 달려있던 메시지의 내용이다.
Y군! 대학원까지 마쳤으니 공인회계사 자격을 받고 일단 2년 정도 경력을 쌓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적성을 발견할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동안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권한 것은 그동안 법대 대학원이나 크리미널 저스티스 분야에서 세법을 공부하여 세법전문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공무원으로 진출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FBI의 세무사기전문 수사관이 된다면 보람도 있고, 그의 적성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같은 회계학 분야에서 일을 해도 남의 세금 깍아주는 일 대신에, 속여먹은 세금 토해내게 만드는 일은 그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다행히도 이 말을 듣는 그의 얼굴에 미소와 편안함이 보인다. 와인이 쏘아 준 이 새로운 목표가 그가 지루해 하는 회계학을 공부할 이유가 되고 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23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Y군의 장도에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