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후 증식된 재산은 부부 공유로 해야 한다!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의 유지를 위해 -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원장 양 정 자
21세기 문명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사상자들. 몇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너무나 귀한 생명들이 억울하게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너무 기가 막히고 가슴 답답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남은 유족들에게 신의 위로와 가호가 함께 해주시기만을 빌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너무 한심스럽습니다. 이런 재앙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몇 사람의 힘 있는 자와 동조자들 행동을 막는데 우리가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해야겠습니다.
필자는 57년 동안 국내외에서 약 17만 명 이상의 고통 받는 분들의 사연을 들으며 가정, 사회, 경제, 의식의 변화 흐름을 실감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세계 제10위다 제6위다 할 정도로 풍부해지면서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계층은 점점 더 소외되고, 권력과 돈 앞에 생명의 귀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인간이 최초로 속하는 사회가 가정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가 어릴 적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맞고 자란 아이라고 합니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주된 요인인 공격적인 행동은 어린 시절 폭력과 학대,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슬픔의 결과물입니다.
저를 찾아와 호소한 분들 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례 1] “결혼하면 여자는 아이를 기르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20년 이상 오직 아이들과 남편만 위하며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남편이 바람나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생활비도 잘 주지 않고, 내가 말하면 무식하다고 말도 못하게 하고, 자기 친구들에게 우리집 밥순이라 부르며 모욕을 주어 너무 치욕감을 느껴 살고 싶지 않다는 부인.”
[사례 2] “남편이 공무원으로 월급을 조금 가져다주면 계도 하고 저축해서 불리고, 아파트를 선착순으로 분양받을 때 추운데 밤새우며 줄을 서가며 재산을 늘렸다. 재산이 늘자 남편은 월급을 안 갖다 주고, 골프에 여자까지 만나고 다니며 내게 돈만 아는 여자라고 모욕했다. 정신 차리게 하려고 이혼을 말하며 집에서 나가라 하니, 남편은 재산 명의도 다 본인 앞으로 있고, 아이들 친권도 본인이 다 가지고 있으니 너는 아무 권리도 없다며 위자료나 몇 푼 받아 나가라고 했다.
집의 등기권리증, 남편 인감 모두 다 내가 가지고 있고, 생활비도 빠듯한 월급 가져다준 것이 전부고, 되려 가져간 돈이 더 많은 남편에게 정말 모든 권리가 있는지 묻던 부인에게, 당시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신설되기 전이라서 남편의 주장이 법으로 인정된다고 하자 넋을 잃고 앉아, ‘그동안 나는 무료 가정부, 무료 보모, 한 푼도 안 받고 재산을 증식해준 심부름꾼이었군요.’ 자조적으로 말하던 부인.”
[사례 3] “자녀가 어릴 땐 부모가 직접 양육해야 가장 좋다는 신념을 가진 남편이 초등학교 교사인 본인보다 간호사인 아내의 월급이 더 많아 본인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양육하는데, 회식 등으로 자주 늦고, 퇴근 후 피곤하다고 누워만 있는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하자 아내가 쪼잔하다며 대화를 기피하고 의처증이라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10년 간 아이들 둘을 키우며 가정 살림만 하다 보니 다시 직장에 나가 일할 자신도 없고, 아내가 나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면 어쩌나 너무 두렵다는 남편.”
[사례 4] “아내와 캠퍼스커플로 결혼한 지 27년. 결혼 후 아내는 전업주부로, 나는 회사를 다니며 월급 전부를 아내에게 줬고, 아내가 전적으로 이를 관리하며 가정을 꾸려 아이들 교육시키고 알뜰하게 살아 아내 명의로 현재 8억 정도 되는 집과 은행에 9천만 원을 저축했다. 성년이 된 1남2녀의 자녀가 있는데 모두 혼인 전이고, 아직 둘은 대학 졸업 전이라 앞으로 등록금 등 돈이 더 필요할 텐데 정년이 가까워져 걱정 중에 아내가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보낸 후 아이들에게 현금은 각각 3천만 원씩 나눠주고 집은 내 명의로 하자고 했더니 동의해서 돈을 나눠주었는데 얼마 지나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법정상속분대로 하자고 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아는 척도 안 하고 밥도 자기들끼리만 먹는다. 하숙생 취급도 못 받고 있다. 대학 졸업한 큰딸은 내가 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고, 생활비‧등록금‧공과금‧세금 등은 아빠인 내가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50대 중반의 상처한 남편.”의 사연 등등
법은 도덕‧인습‧관습과 같이 사람들에게 일정한 행위를 명하는 사회 규범이지만, 이들과 다른 점은 법은 권리‧의무의 규범, 공권력의 강제를 수반하는 규범, 그리고 재판의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부부란 개인으로 보면 두 인격체입니다. 그러나 가정으로 보면 하나입니다. 가정 내의 법률행위를 함에는 반드시 두 인격체의 협력 또는 협의하에 하나의 의사표시(결정)가 나와야 합니다. 부부 또는 부모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어느 일방이 소추함으로써 가정법원이 관여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합니다. 선진입법례에도 부부는 가정 내외를 막론하고 평등주의를 취하고 있으며 가사에 관한 의견 불일치 시에는 가정법원이 관여케 합니다. 친권의 내용도 어디까지나 미성년자라도 대등한 인격체로서 오직 부모는 그를 보호, 육성할 의무를 가지는데 불과하다고 봅니다.
현행 민법은 부부재산제를 이원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혼인당사자가 혼인하기 전 계약으로서 자유롭게 재산관계를 정하는 부부재산계약(제829조)과 부부재산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불완전한 경우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게 되는 법정재산제(제830조)입니다.
우리나라는 부부재산계약의 경우 실제 1년에 25~30건 정도로 활용도가 적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법정재산제에서 부부별산제만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부인도 자기의 특유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법으로는 규정되어 있지만, 1990년도까지 부인 단독명의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아주 희소했습니다. 현재도 남편 단독명의로 된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부부 중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가구, 전자제품, 살림살이 등)도 1978년까지는 남편의 특유재산으로 추정하였고, 1979년부터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개정되었습니다.
1991년 재산분할청구권이 신설(제839조의2)되어 이혼할 경우 협의로 재산을 분할할 수 있고,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합니다. 이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합니다.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부담은 1990년까지는 당사자 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남편이 이를 부담한다고 규정되었다가, 1991. 1. 1. 시행법에서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제833조)로 개정되었습니다.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 유지를 위해 혼인 후 취득하고 증식된 재산은 부부공유제로 해야 한다.
현행 민법의 부부재산제도는 별산제(別産制)를 채택함으로써 혼인생활 중 취득하고 증식한 재산에 대하여 명의를 가지지 못한 다른 일방의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양성평등을 고려하면, 가사활동과 소득활동은 동일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때 가사 활동과 생활비 지출은 부부가 부담하는 동등한 의무로 상호 맞비길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부부공유제를 채택하고 있었다면 [사례4]의 50대 남편이 자녀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부부재산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독일의 부가이익공동제는 혼인 중 별산제와 같이 각자 재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며 혼인 종료시에 공동체적 요소를 반영하여 각자의 증가이익을 반분합니다. 다만 별산제와 달리 혼인 후 각자 재산의 처분에 제한을 둡니다. 프랑스는 소득공동제로 부부 법정재산제를 공유제로 규정해 혼인 중 취득한 근로소득이나 고유재산으로부터의 수익은 부부 공동재산으로 취급하고,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명의와 관계없이 공유재산을 구성하며 부부가 공동으로 관리합니다. 공유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공유재산법이 있어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부부재산으로 간주되며, 공유재산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분할됩니다. 뉴욕의 경우 결혼 시 이미 가지고 있던 재산이 증식되었다면 증식에 기여가 있었음을 주장하며 증식 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도록 하고 재산분할은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 해야 한다.
1990년까지는 부(父)가 우선적으로 친권을 가지고, 특히 이혼한 모나 생모는 친권자가 될 수 없었으나, 1991. 1. 1.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은 이혼한 모나 생모도 친권자가 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혼은 날로 늘어 가면서 이혼하는 부부가 자녀를 맡지 않으려는 경향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혼을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이혼 부부 사이의 자녀, 즉 다음 세대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그들 부모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연구해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부부에게 미성년자녀가 있을 경우, 자녀를 양육하기로 한 사람이 이혼 전 살던 집에서 자녀와 계속해서 살고,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사람이 양육비를 부담하고, 집을 살 때에 은행으로부터 받은 융자금의 상환을 책임지게 하고, 자녀들이 성년이 된 후에 비로소 그 재산을 분할하게 한다면 어머니들이 지금처럼 자녀양육을 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아버지들도 자녀양육을 기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혼인 후 취득하고 증식된 재산은 부부공유제로 하고,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도록 하고, 재산분할은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 하도록 민법 개정 운동에 우리 모두 힘을 합해야 하겠습니다.